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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Apr 26. 2017

영화를 살린 클래식 #18

만화 영화 속 클래식 06.디즈니 판타지아, 사운드 트랙과 만나다

안녕하세요. 매달 2, 4번째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모은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판타지아 1940"은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회처럼 1부와 2부가 나뉘어져 있고, 그 사이에 "인터미션 (Intermission)", 즉 휴식 시간이 존재합니다.

1부의 마지막 곡이었던 쇼스타코비치의 봄의 제전이 끝나고 나면 오케스트라가 모두 퇴장하고 막이 내립니다.

그 후 다시 막이 열리고 2부의 시작인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의 연주를 위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입장해 다시 튜닝을 하는 모든 과정이 이 영화 속에 그대로 담겨져 있는데요.


오늘은 2부가 시작되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입장, 튜닝을 한 후부터 전원 교향곡이 영상과 함께 연주되기 전까지 디즈니가 해설자인 "딤스 테일러 (Deems Taylor, 1885~1966)"와 함께 "인터미션"을 위해 집어넣은 짤막하지만 재미난 영상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사운드 트랙과 만나다 (Meet the Sound Track) [출처 : 영화 "판타지아 1940" 중]


"사운드 트랙과 만나다 (Meet the Sound Track)"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5분여의 짦은 영상은 2부의 시작을 위해 막이 열리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다시 입장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트럼펫이 재즈 풍의 음악을 연주하는 중간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던 검은 실루엣 모습의 음악가들은 다시 어두운 음영이 진 모습, 즉 연주자들의 모습은 그림자 지어져 있으나, 더블베이스, 첼로 등의 악기는 악기 본연의 갈색을 띄고 있는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바이올린 등의 고음역의 현악기들이 튜닝을 끝내고 나면 어느새 뒷배경으로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있던 악기는 플룻으로 변해 있고, 바순 등의 악기가 화면에 비피며 그 특유의 음을 소리내어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타악기가 튜닝을 하는 장면을 지나면 첼로의 튜닝이 이어지며 더블 베이스 주자의 즉흥 연주가 클로즈업이 되며 다른 악기들이 조용해져갑니다.



1940년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출처: 유튜브]



이 장면은 오케스트라 튜닝이라는 음악회에서 꼭 필요한 시간을 영상에 담아내면서도 한 악기, 또 다른 한 악기의 음을 들어볼 수 있는, 자칫 지루하고 단조로울 수도 있는 영상을 교육적이면서도 흥미롭게 잘 연출해 낸 영상입니다.


줄을 손가락으로 뜯어서 소리내는 "피치카토 주법"으로 더블 베이스가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그 음에 맞춰 클라리넷이 즉흥적으로 재즈 풍의 음악을 연주합니다.

클라리넷의 주 멜로디를 받아 바이올린 솔로가 멜로디를 짧게 연주하고 모든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합류하며 크 테마를 마림바 연주자에게 넘겨줍니다.

또 마림바의 연주가 튜바의 짧은 솔로로 이어지고 다시 클라리넷에서 더블베이스로 돌아오는 2분여의 즉흥적인 재즈 음악이 끝나갈 때 즈음, 해설자인 딤스 테일러가 다시 무대 위로 등장합니다.


딤스 테일러가 Oh Yes!와 헛기침, 그리고 짧은 웃음 소리를 낼 때까지 클라리넷은 솔로로 흥겨운 연주를 지속해 나갑니다. 이윽고 음악이 멈추면 딤스 테일러는 판타지아의 실질적인 주인공을 소개하는데요.

바로 그것은 영상화된 "사운드 트랙 (Sound Track)", 즉 "소리"입니다.



영상화된 사운드 트랙 [출처: 영화 "판타지아 1940" 중]



우리가 보통 음악 프로그램을 실행시켰을 때 음파를 그래픽화시켜 볼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되어 있는데요. 영화 "판타지아 1940" 내에서는 사운드 트랙을 하나의 "낯을 많이 가리고 부끄럼쟁이인 인격체"로 설정하여 재미난 영상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딤스 테일러가 사운드 트랙을 불러내면 이 "사운드 트랙"은 화면 한 귀퉁이에서 나올 듯 말 듯 망설이고 있는데, 딤스 테일러가 여러번에 거쳐 얼르며 부르자, 그제서야 화면 정중앙에 선의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사운드 트랙"은 여러 악기의 소리에 따라 화면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주며 추상적인 음의 파장들을 색과 함께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며 클래식 악기들이 내는 각각의 음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클래식 악기라 할 수 있는 하프, 바이올린, 플루트, 트럼펫, 바순, 타악기를 차례대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하프의 실물 사진과 디즈니 영화 "판타지아 1940" 속 하프 소리의 사운드 트랙 [출처: 영화 판타지아 1940, 구글]



처음 나오는 현악기 하프의 영상은 청록색과 노란색 계열의 곡선과 원으로 부드럽고도 우아한 하프의 소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나오는 영상은 현악기 군을 대표하는 악기인 바이올린의 소리를 묘사한 영상인데요.

노란색과 붉은 색의 직선의 파장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높은 음 (하이 포지션, High Position)으로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배경이 붉게 변하는 영상 속 배경의 효과까지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이올린의 실물 사진과 디즈니 영화 "판타지아 1940" 속 바이올린 소리의 사운드 트랙 [출처: 영화 판타지아 1940, 구글]



목관 악기를 대표하는 악기이자 높은 음역대를 담당하는 악기인 플룻은 녹색, 흰색, 노란색의 조화를 보여주며 수묵화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플룻의 실물 사진과 디즈니 영화 "판타지아 1940" 속 플룻 소리의 사운드 트랙 [출처: 영화 판타지아 1940, 구글]



금관 악기 중 가장 높은 음역대를 담당하며 큰 소리를 내어주는 악기인 트럼펫은 노란색 배경에 노란색과 붉은 색감의 파장으로 그 소리를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또 가장 높은 음을 연주할 때는 붉은 배경에 그 배경을 뚫고 나갈 듯한 큰 파장을 과장되게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트럼펫의 실물 사진과 디즈니 영화 "판타지아 1940" 속 트럼펫 소리의 사운드 트랙 [출처: 영화 판타지아 1940, 구글]



목관 악기 중 가장 저음 영역을 담당하는 바순, 또는 파곳은 와인색의 어두운 배경 속 진홍색의 파장으로 나타내어집니다.

바순의 소리가 점점 저음으로 가면 갈수록 배경의 색은 검은색으로, 파장의 중심은 푸른 빛을 띄게되는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영상입니다.


 

파곳의 실물 사진과 디즈니 영화 "판타지아 1940" 속 파곳 소리의 사운드 트랙 [출처: 영화 판타지아 1940, 구글]



마지막으로 보여지는 악기의 음파 영상은 타악기인데요.

베이스 드럼, 심벌즈, 작은 북, 트라이앵글을 붉은 배경 속에서 곡선과 직선의 화려한 모습으로 재미나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베이스 드럼 (좌 위), 심벌즈 (우 위), 작은 북 (좌 아래), 트라이앵글 (우 아래)의 사운드 트랙 [출처: 영화 판타지아 1940 중]



지금은 더이상 길게 느껴지지 않는 영화의 러닝타임이지만, 개봉 당시였던 1940년대에는 굉장히 길게 느껴졌던 2시간이란 긴 상영 시간, 그 중간에 "인터미션"이란 쉬는 시간을 넣는 센스를 발휘했던 디즈니의 판타지아, 그리고 자칫 지루할 수 있었던 그 인터미션 역시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사운드 트랙"을 등장시켜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내어 주었습니다.


또 이 사운드 트랙과 함께 "악기 탐방"을 하는 시간을 넣어 클래식 악기와 그 소리의 특징에 대해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묘사한 "벤 샤프스틴 (Ben Sharpsteen, 1895~1980)"과 "데이비드 핸드 (David Hand, 1900~1986)"의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판타지아 1940" 속 "쿠키 영상 (보통은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짧게 등장하는 영상을 쿠키 영상이라고 합니다)", 인상적인 5분간의 영상 "사운드 트랙과 만나다"였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영화 "판타지아 1940" 속 5번째 클래식 작품인 베토벤의 전원에 대한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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