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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04. 2023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1:금칠을 한 그녀>

김씨는 오늘 아침 몽정을 했다. 사십 대의 남자가 몽정을 한다는 것은 좀 쑥스럽다. 먹을 만치 먹었는데.. 몽정이라니.. 아직도 성에 대한 로망이 내적 심리에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꿈속에서 만난 그녀.. 


그녀는 온몸에 금칠을 하고 하늘을 날아다녔다. 유래한 바디를 바탕으로 봉긋한 가슴과 깔끔한 거시기.. 히히.. 거시기는 직접적으로 아니 구체적으로 묘사하기가 쑥스럽다. 이제 그런 게 쑥스러울 때도 되었다. 물론 김씨도 중, 고등학생 시절 열심히 디테일한 그녀들을 찾아봤다. 그녀들을 실제 촉감으로 잡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상상의 나래와 시청각 비디오로 중무장하며 글로벌하게 진행했었다. 

하여간... 그랬던 시절을 지나고 열심히 공부하던 학창 시절을 지나 대학생이 되고 또.. 직장도 다니고 그리고 아직도 직장을 다니는 사십대 남자가 김씨다. 사실 뭔가 김씨라는 표현에는 사회적인 깔아뭉갬이 있는 것 같다. 40대에 직장 생활을 하니 대략 과장.. 그래 김씨라는 표현보다는 김 과장이라던가 아니면 출셋길이 열려 혹은 줄을 잘 타, 또는 능력이 출중하여 부장 ‘또 다른’, ‘혹은’을 통한 임원이 되어 김 이사 .. 오! 김 이사.. 히히.. 하지만 그런 건 개나 줘야 했다. 멍멍.. 


20세기 초반 천재작가 ‘상’은 불타는 이십 대에 몽정을 하고, 자각을 한 후, 그녀 곁을 떠났다. 뭐 아무리 그런다 해도 식민지시절 몽정이나 하는 이십 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닥 없다. 슬픈거지.. 슬퍼.. 하지만, 어쩌면 그는 기둥서방이라는 엄청난 힘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설에서 표현된 천재작가 ‘상’은 로맨스한 그녀에게 타박받는 입장이고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골방 벽장과 그녀의 화장 서랍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래 여기서 다만이 나온다. 김씨는 40대 나이에 열심히 일을 했지만.. 그녀가 부재하다. 그래서 김씨는 몽정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혼을 못 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김씨는 결혼을 해서 아내와 아이가 있는 처지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결혼이 부재하고, 여인이 부재하며, 아이도 부재하다. 그는 그만이 혼자 남아있다. 뭐 그래도 돈을 버는 김씨니까.. 너무너무 비굴하지는 않다. 돈도 없었으면 김씨는 너무너무 비굴해서 몽정보다는 구토를 더 했을지도 모른다. 


아!... 김씨는 20대 시절 구토를 많이 했다. 술을 좀 마셨다 싶으면 무한한 구토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오물 덩어리인지를 주변에 확인시켜주고는 했다. 뭐.. 도시 비둘기의 하나님일 수도 있지만 친근한 사람들에게 김씨는 구토 덩어리였다. 어떻게 학창 생활을 했는지 그는 알 수가 없다. 오직 그녀들만 쳐다본 건지..


그는 정상적인 성행위를 하지 못했다. 무릇 정상적인 성행위란 최소한 좋아하는 여자와 열심히 그리고 짜릿하게 하는 것인데.. 그는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의 구토는 수많은 로맨스를 폭파시키고 그녀들은 떠나 버렸다. 뱃속에 오물이 가득 찬 남자를 받아줄 여자는 드물었다. 그러다 저러다 결국 다행스럽게 불빛 속의 그녀들을 만나 잠도 자고 성행위도 했다. 


뭐 이런 비정상적인 성행위는 그렇게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끽해야 10분... 떨거지들의 노랫소리가 가득한 그런 운동장에 멍청히 혼자 서있는 기분 그런 정도다. 하지만 김씨는 언젠가는 그녀들이 지구를 정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과 같은 오물덩어리들이 지구상에 쑥쑥 퍼질수록 그녀들의 로맨스 함이 모든 신체와 기관을 잠식할 거라 믿었다. 


그녀들의 터치와 감각은 무응답스럽지만, 목표지향적인 결과를 신속하게 도출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매출이라는 것이 올라가고 기회의 시간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옥석이 가려지고 그중에 김씨처럼 일회용 비닐장갑인 것과 튼튼한 가죽장갑인 것들이 구분되어 세상을 나누게 된다. 그녀들은 불성숙한 그들의 로맨스를 장악하고 그리고 그들이 만든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뭐... 아무렴 어쩌랴.... 살다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는 것이고, 없어서는 안 될 일이란 없다는 것이 김씨의 나이 사십 대에 알게 된 현실이다. 이 나이에 몽정도 했는데 그깟 일이 대수일 것인가. 


역시 다만... 김씨는 좀 유니버스 했으면 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니까.. 우주의 용사 타노스가 손가락 하나로 지구 인구 반을 죽였듯이.. 다른 구석에서는 다른 조건의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위대한 마블이 열어준 유니버스 함이 일상에서도 유니버스 해진다면.. 어쩔것인가..


그녀가 침대에서 지구를 정복할 때, 그것에 저항하는 무지한 김씨.. 멋있지 않은가.. 그 남자는 흰색 빤스를 입고, 역시 흰색 런닝을 입으며.. 하늘을 날고 로맨스로 무장한 그녀들을 처치하는 것이다. 받아라... 나의... 나의... 음.... 


하아...참.. 쩝..

받아라 하고 외칠만한 게 없어 보인다. 


사실, 그녀들은 너무 강하다. 강한 정신력과 강한 체력과 강한 주력과 강한 정력으로 무장한 그녀들은 현실적으로 이길 수가 없다. 아무리 흰색 빤스를 입고 런닝을 걸치며, 하늘을 날아다닌다 해도 결국 달콤한 성적 유혹에는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못생긴 악당이 아니고 어여쁜 그녀 아닌가! 아름다운 가슴과 더 아름다운 성기를 가진 그녀인데.. 어떻게 이긴다는 말인가... 쩝... 내적 욕구의 분열이 안 일어날 수가 없다.   


결국은 위대한 ‘상’처럼 모르는 곳에 가서 모월 모시에 변신을 꿈꾸는 수밖에..


어쩌면, 변신하면 그녀가 몰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씨의 어린 과거를 몰라보고 거대한 엉덩이와 가슴을 회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잔망스러운 말을 걸어오면 어쩌지?

그녀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언지는 모르지만.. 김씨같은 것들까지 포획한다면 결국은 지구를 정복할 수도 있을 것인데..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언어를 회피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계획에 충분히 반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필살기인 잔망스러운 말을 외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 유니버스 해질 수도 있다. 또 다른 결과값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서 그냥 그런 김씨에서 좀 더 포악한 김씨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


젠장.


이런저런 생각을 한들.. 최소한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재의 세계는 결국 그렇게 되는 것이다. 다른 세계는 다를 수 있지만 망할 놈의 내 자아는 여기만을 인식하기에 유니버스 한들 나는 미천한 1인인 것이다. 유니버스가 좀 희망적이었으면 했는데.. 결국 그게 그거다. 유니버스가 가슴 네 개 달린 괴물이 아닌 이상 별반이 없는 개별적인 자아인 것이다.


개별적인 자아는 내가 아니고 소통도 없을 것이며, 김씨가 여기서 무슨 짓거리를 한들 변화의 가치는 만들어질지 몰라도 김씨의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겨울 속에 있는 나는 쳐다본들 대화할 수 없다. 

‘상’의 말처럼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다


허허.. 결국 절망인가?


타노스가 그토록 손가락을 까닥하기를 바랐던 것은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수많은 욕 먹어가면서 자신이 꿈꾸는 희망의 손가락을 까닥했다. 여기서 김씨도 그냥 손가락을 까닥해본다. 


“까닥”


** 다음은 다음번에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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