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닥 김훈 Oct 05. 2023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2 : 쓰러져 있는 소녀>

... 흐흐흐... 뭐. 기대치는 없다. 다들 예상할 필요도 없이 아무 일도 없다. 타노스의 까닥에는 마블의 상상력이 기반이다. 마블의 상상력... 현실에서는 마블의 상상력은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열심히 돈 벌고 싶어 하는 마블의 상상력이 존재할 뿐이다. 대단한 것 같은 타노스도 이제 마블 악당 계에서는 그저 그런 수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손가락 까닥 하나에 인구의 반이 사라지는 능력치를 가졌는데.. 별거 아닌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선진화된 미래지향적인 세계관은 더 많은 돈과 관객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마블세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현실과제를 해결해 준다. 


타노스는 그저 그런 빵상이랄까..


하지만, 김씨에게는 역시 ‘상’이 우선하는 것 같다. 뽀얀 여인의 흰 살을 보는 것만으로도 환각 될 수 있는 로맨스.. 그런게 김씨에게는 아직 우선된다. 


김씨는 문득 자신이 전근대적인 ‘구닥다리’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웃게 된다. ‘히.. 히’ 사실 김씨의 현실은 그냥 일반적인 로맨스로써 어떤 여인의 손도 잡아 본 적이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김씨는 나이가 40대인 성실한 아저씨인 상태이지만, 로맨스한 잠자리는 물론이고 성행위나 손잡기 아니면 낭만스러운 함께 걷기도 없다.


김씨는 모태 독거남인 되어있다.


그는 그래도 40대인 자기 나이에 맞는 처신을 하고 다닌다. 길거리에서 여자 고딩이나 어린 여자 사람을 볼 때면 절대 계면쩍게 보거나 훔쳐보지 않는다. 혹여 이상한 아저씨로 오해받기는 죽기보다 싫다. 그리고 골목길이나 어두운 길도 되도록이면 피하며, 전철이나 대중교통 안에서 절대 여인의 다리를 본다거나 가슴 등등 신체를 접촉하는 일은 절대 없다. 기본적으로 김씨는 그런 상황이 강제로 될 것 같은 느낌이 오면 적당한 자리로 우선적 회피를 시전하여 곤란스러운 상황을 방지하려 노력한다. 


딱히 이것이 불의의 위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자기방어 능력이 겹겹이 쌓인 결과다. 함부로 여인들을 부르지 않으며, 함부로 말을 걸지도 안는다. 뭐.. 사실 당연하게도 남자건 여자건 함부로 부르거나, 말 걸어서는 안 된다. 김씨는 알고 있다. 기본 전제가 다 엉망이라는 것을 남자건 여자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데 꼭 상대방을 지목하는 그런 것에 우리는 빠져있다.


물론 김씨 탓은 아니다.


“저기요 아저씨!”

뭐지... 소리가 내 귀를 잡아챘다. 


“이봐요!.. 아저씨!!”

강력한 느낌표들이 내 시선 방향을 잡아 돌렸다.

“네에...”

“저 말인가요..”


“아이씨.. 그래요. 아저씨.. 뻔한 이야기 치우고 저 병원 좀 데려가 주세요”


“네에..?  왜... 요.”

많은 말도 나에게 시전하지 않았던 작은 여자 사람은 푹 쓰러졌다. 어쩐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큰길에 왜 사람이 없어보일까.... 왜 하필 이 작은 골목이 큰길에 붙어서.. 목소리가 나를 잡은 것일까..


아.. 사람..


“저기요.. 저기 웬 여자분이 쓰러져 있는데.... 저기요..”


지나간다. 지나가고 지나간다. 

한사람이 지나가면서 그 사람의 시선이 나를 보고 저쪽을 보면서 흩어보고는 지나감을 유지한다. 다음 사람도 비슷한 시선을 보이며.. 지나가고, 그다음 사람도 그렇다.... 


왜지..?

작은 골목 중심 쪽에서 그 여자분이 조금 움직이는 듯이 보이지만.. 뭔가 말 없음을 길게 하면서 숨소리도 꺽꺽거리는 것 같고... 뭐지...

사람들의 시선이 자꾸 나를 쳐다보고 저 여자를 쳐다보고...


아....씨.. 

모르겠다. 일단 웅장한 힘은 없지만  ‘그녀’를 업었다.


윽.... 피...

그녀를 업은 엉덩이 쪽에서 피 같은 느낌의 끈적함이 손에 닿았다. 

아... 병원을 가야겠다....아.. 병원.  아니 119


나는 다시 그녀를 내려놓고.. 119를 불렀다.... 그리고 손에 묻은 점액질들을 닦아 가면서 기다렸다. 좀 지나 119는 사람을 동반했고.. 그녀는 차에.. 그리고 나도 차에?


왜.. ?


....음... 문득... 진부한 글쓰기는 진부한 개미 때들을 만든다는... 

다시다시.... 일일구는 소멸시킨다.


119


“저....기.. 아저씨.... 119는 안돼요!”

뭐지.. 아까.. 병원....어쩌구.... 저기...


“젠장.. 시팔 집으로 가!”


‘그녀’는 과감한 큰 글씨의 두꺼운 대화체로 한마디 하고는 기절해버렸다! 이로써 나의 진부한 병원행 글쓰기는 곧장, ‘그녀’를 업고 집으로 가는 것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아씨.. 뭔 TV드라마인가.. 그리고 시팔이라니.... 짜증나..


어찌하건 큰 길만을 주로 다니던 김씨는 큰 길과 이어진 작은 골목에서 덤벼온 ‘그녀’의 목소리에 잡혀서, 결국 작은 골목 ‘그녀’를 업고 자신의 집으로 갔다.


그 다음 사건은...?


* 총총 

작가의 이전글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1:금칠을 한 그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