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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06. 2023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3 :덕유산 말고 순산?? >

덜커덕 ‘순산’

여기서 ‘순산’은 앞산, 뒷산, 덕유산... 잉.. 왠 덕유산? ... 쓰.. 하여간 그런 산이 아니라.. 뻔한 아이의 출산을 말하는 것이다. 기절한 것 같던 ‘그녀’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밀치더니 아이를 순산했다. 모태 한 남자의 집에서 아이가 생겨난 것이다. 


그러고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집안에 덕지덕지 붙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거기, 쩌기,쩌쩌기... 저쪽 모르는 구석까지... 아이 울음, 울음... 이 널려져 버렸다.


“뭘 쳐다봐요.. 빨랑 깨끗한 물이랑, 수건 좀 가져와요”


뭔지 모를 당당함을 내포한 ‘그녀’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리고 나는.. 그러니까 김씨는 ‘그녀’의 말에 충실히 왔다 갔다 하면서 분주했다. 이리저리.. 쓱싹쓱싹... 아.. 이거는 바닥을 닦는 소리다. ‘그녀’의 명령 외에도 나는 왠지 그래야 하는 것처럼 주변을 청소하고 깨끗하게 한 후... ‘그녀’.... 힘들다. 이제 “작은따옴표”는 치운다. 그녀를 좋은 자리로 이동시켰다. 


윽.. 더럽다.


작은 골목 그녀라 그런지.. 옷이 겁나 더럽다. 

더러.. 그리고 수많은 이물질과 피... 같은 느낌이 더럽다.


“벗기고, 좀 씻겨주세요” 


두 번째 명령이 나오고.. 나는 기계적인 절도와 공포로 두 번째 명령을 행동했다. 우선 욕조에 물을 적당한 온도로 채우고... 이정도인가... 온도게... 아.. 게가 아니라 계지..... .그런거... 아.... 몰라.. 몰라... 그다음은 그녀를 벗기고... .... 시끄러운 소리의 작은 물체를.. 다행이 그녀가 안았다. 하여간, 그녀를 다시 들고 욕조에 담갔다. 다음은.... 그냥 손과 팔이 분주하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닦았다.


“이제 좀 나가 있어요”


세 번째 명령인가.. ... “네”


김씨는 화장실..아니 목욕탕.. 뭐.. 하여간 거기를 나와 문을 닫고 서 있었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집안이 더럽다. 아니 더럽다기보다는 뭔가... 불쾌하다.. 청소.. 다시 청소... 김씨는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 열심히 청소하고 청소하고.. 


“다.. 했어요”


.... 다.. 했다고 한다. 어쩌지.. 이 조그만 집에 아이 울음소리와 ‘다 했다’는 단어가 불쑥 들어와서 내 행동을 멈추게 했다.       어쩌지..


“뭐.. 해요”


“네... 에”

그냥 말을 하고는 나도 모르게 그녀를 안고 나와 침대에 누였다. 물론 아이도..


김씨는 방문을 나왔다. 

생면부지의 그녀가 나를 잡더니 아이와 함께 내 방, 내 침대를 가져버리고는 잠들었다. 


김씨는 집안을 쳐다봤다. 어둡다.

자신은 지금까지 어두운 집 안에서 청소와 사람 나르기를 하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인 것이다. 화장실에 불빛이 조금 새어 나왔다. 화장실에 불이 켜진 것이다. 


누가 있나?


내 방에도 누가 있나?

왜 청소하고 분주했지... 뭐지..

일단 화장실 문을 닫고... 불은 그냥 두었다.

안에 정말 누군가가 있다면.. 심히 곤란하다.


다행이 지금은 아무 소리도 없었다. 

현관문 앞쪽에는 널브러진 옷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깨끗한 느낌이다. 아무것도 없다. 


뭔 일이 있었던 것이지?


김씨는 잠시 뭔가 착각한 것 같아서 냉장고에서 맥주 하나를 꺼내 소파에 앉고 TV를 켰다. 우리 시대 가장 멋진 포즈인 맥주를 마시며, TV를 시청하다가 소파에 그냥 잠들어버리기로 했다. 뭔가 오늘은 부산 한 게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이럴 때는 가장 일상적인 모습으로 잠드는 게 좋다. 

김씨는 맥주 한 캔을 들이키고, TV를 한 자세로 나름 긴 시간을 시청한 후... 

TV 소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는 소파에 잠들었다. 


21세기가 선사할 수 있는 고독한 인간에 대한 완벽한 자세로 말이다. 어쩌면 이 정도면 행복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자세가 아닐까..... 


그렇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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