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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07. 2023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4:문제는 성령인가?>

“꽝!! 꽝”

“야 문열어..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문 열라구.. 이새끼야... 당장 안열어... 너 죽을래”


뭐지... 이른 아침 벨 소리로는 너무 과하다. 지난밤 늦은 회식을 했을 뿐인데... 오늘은 토요일 주말이 아닌가.. 어떤 미친놈이 남의 집 현관문을 아침부터 작살내고 있다.


“문열어... 이.. 개자식아!”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거실에 떨어진 맥주 캔을 밟고 현관으로 향했다.


“아씨... 아파...”

다리를 한발로 지탱하며 뛰기 시작했다. 저 화난 소리를 일단은 잠재우지 않으면 옆집에서 날 이상한 놈이라 생각할 거다. 현관문은 몇 걸음의 외발을 움직여 닿았다.


“누구세요”


커다란 덩치의 한 남자가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자그마한 여자가 서 있었다. 다만, 아찔한 햇빛이 두 사람 등 뒤에 있어 정신이 혼미했다. 좀 저렴한 가격에 들어온 서향집이라 그런지 이 사람들은 동쪽의 태양을 강하게 배경삼아 내 앞에 서서 옴팍한 힘을 모아 서 있었다.

“축하합니다!”


“네에?”


“축하 한다구요.. 축하... ” 

남자는 갑자기 헬스 충만한 울퉁불퉁 양팔로 내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시끄럽게 늘어놨다. 


“형제님, 그 손 놓으세요”

작은 여자가 큰 덩치 남자를 바로잡더니.. 나에게 말을 한다. 조용하면서도 또박또박하게


“예수님을 믿으세요. 당신의 불안과 근심을 모두 해결해 드릴 것입니다. 언제나 성령은 우리 옆에 와 계십니다”


“네에?????”

뭐 이런... 

나는 “예수”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말았다. 물론, 햇빛이 강렬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예수”가 문제일 리는 없다. 어떻게 성스러운 이름을 나 같은 사람이 찡그릴 수 있게는가.... 서향집이라 어쩔 수 없이 몰아치는 햇빛에 그만 찡그리고 말았다.


“항상 성령이 충만하실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힘들고 지칠 때 그리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예수님은 당신을 항상 안아 주실 것입니다.”


작은 여자는 천천히, 그리고 단조로우면서도 꼭 해야 한다는 다짐이 있듯 그런 말을 하고는 헬스 남을 바라보며, ‘이제 가시지요’라고 말을 하며 복도 끝으로 사라져 같다.   


이곳에 산지 꽤 된 것 같은데, 이런 횡령한 일은 처음이다. 토요일 아침 무작정 <주님>의 사자들이 찾아오다니..


“휴우..” 

한숨이 그냥 나왔다.


문을 닫고 다시 거실로.... 어 방. 내방... 화장실... 화장실 스위치가 켜져 있는 방향으로 되어 있다. 에이 설마... 어제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오늘로 이어질 수는 없다. 


그래 그럴 수는 없어, 단지, 난 어제 직장에서 밤늦게까지 회식하고 집에 들어온 것뿐이야. 그리고 오늘은 주말이고...  아까 이상한 그 사람들은 그냥...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뭘 축하하지... 요즘 교회들은 축하한다는 말로 사람들을 모우나.. 

알수 없.......................


어....?!


“아저씨”

“저 배고파요... 아기도 배고프고..”


“누구?.... 설마 어제가?”


“네! 어제는 실존한 날이에요. 아저씨가 저를 여기로 데려왔고, 전 여기서 아이를 낳았어요. 그리고 전 지금 배고파요.. 물론 아기도...”


실패다.

설마 했고, 이야기가 그렇게 이어지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어제 몽환적인 느낌의 그 일들은 사실이 되어버렸고, 그 여자사람은 내 집에 현실이 되어 버렸다.  


“저... 잠시만... 일단 잠시만요..”


그다음은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덕지덕지 울기 시작했다. 그냥 무작정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방안에서 울음소리가 밖으로 탈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 식사를 준비할테니.. 아이가”


“네.. 걱정마세요... 아이는 제가 안 울게 할 테니 밥 줘요”


“네..”


대답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여자사람은 방으로 들어갔고, 아이울음도 멈추었다. 김씨는 여자사람에게 했던 말을 실천하기 위해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밥통에서 밥을 덜어 그릇에 담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며칠 된 국을 데우고, 바삐, 바삐... 상차림을 했다. 


아.. 김! 

냉장고 옆, 선반에서 조미김을 하나 꺼내 식탁 위에 두었다. 난 이유 없는 성실함을 보이고 있었다. 


“식사해요!”

여자사람이 나오더니 식탁의자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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