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닥 김훈 Oct 09. 2023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5:일단 같이 살아요!>

“저.. 어”

..........


여자사람은 그냥 밥을 꾸준히 먹었다. 단 한마디의 단어도 생략한 체 밥을 먹고, 먹고, 먹었다. 그녀의 직설적인 밥 먹기는 한 그릇을 먹더니, 다음 그릇을 요구했고, 그다음 그릇을 또 요구했으며, 그다음 그릇의 요구까지 이어져서야 끝을 냈다. 남아있던 국들도 모두 사라졌다. 반찬들도 사라지고 조금식 꺼내먹던 조미김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물”


나는 여자사람의 “물” 소리를 복창하며, 물을 가져다주었다.

어제밤 존재 안 했을 것이라 믿었던 작은 여자사람은 작은 여자아이로 보였다. 다 큰 여자나이로 보이지 않고 아직은 학교, 그러니까 고등학교 아니 좀 과하게 보면 중학교에 다닐 것 같은 그런 여자아이로 보였다. 


“결혼했어요?”


여자아이가... 


“이봐요.. 여자아이가 아니라 여자예요!”


아~.. 네.. 여자..

네.. 내 앞에 여자가 물었다.


“아니요. 혼자 살아요”


“다행이군”


문득 이마가 찡그려졌다. 뭐가 다행인건가..


“저 여기서 살게요”

“전 갈 곳이 없는 사람이에요, 저 아기도 갈 곳이 없고, 저와 제 아기는 그냥 여기서 살기로 결정했어요. 정말 축복이죠”

“아저씨는 보니까.. 결혼을 못 했으니 여자친구도 없고, 그저 그런 남자일거에요.. 어쩌면 남자라고 말하기도 뭐한 그런 사람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제가 여기 살게 된 건 축복이 될 수 있어요..”

“아저씨 같은 사람이 저 정도의 여자와 심지어 아기까지 한꺼번에 얻게 된거죠...”

“축하드려요”

“주 예수를 믿을 필요는 없지만, 축하드려요”


그녀는 이해하기 쉽지만.. 아니.. 그게 어떤 언어인지 알 수는 있지만... 그걸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는 도통 모르겠다.


“왜요?, 싫어요..”


“그러니까... 제가... 왜..... ”

“아니... 누구세요?
 

“푸.. 하하....”

여자는 웃어버렸다. 밥을 먹고 그래서인지 잠을 잘 자서인지 힘찬 웃음이 여기저기였다. 


“아저씨, 제가 누군지 이제 궁금하세요.. 자기 집에 들어와 아이를 낳은 여자를 이제 궁금해하다니.. 아저씨도 참........ ”


여자는 말소리를 줄이며.. “히히”라는 웃음소리의 단어를 작게 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저는 가족이 없고, 아이는 낳아야 했고, 그걸 아저씨가 받아 준 거에요. 만약 아저씨가 저를 여기서 나가라 하면, 저는 이 집을 나가기 전에 저 방안에 있는 ‘아기’를 죽이고 나갈 거예요. 그리고 저 역시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 바로 뛰어내려 죽을 거구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참고로 저는 이제 19살이에요. 십대에 애를 낳은 그런 여자구요.” 

“제가 이렇게 죽는다면, 아마 아저씨 인생은 절대 행복해지거나 아니, 평범한 삶도 살지 못할 거예요”

“전 확실하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구요!”

“어쩌실 건가요”

“편하게 저랑 살아요. 알겠죠!”

십 대 여자 입에서 무서운 경고문이 떨어졌다. 나는 곧장 살인자가 될 수 있는 절명의 선택이 앞에 놓이게 되었다. 교회를 가야 하나.... 어쩌지..


김씨는 경직되어 버렸다. 만약 정말 이게 현실로 확정된다면 김씨는 문득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아직 그런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대단한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비굴하면서도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기에 딱히 나쁜 사람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살인자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가진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만총총..

작가의 이전글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4:문제는 성령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