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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10. 2023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6:존속 살인!>

“저... 혹시 돈이 필요하면.. 제가 얼마 없지만... 드릴께요”

남자는 겁을 먹으면서도 명확한 단어를 상대방 여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갑자기 방에 들어가서 옷장 서랍을 뒤적거리고는 돈을 꺼내고, 책상서랍에서는 통장을 꺼내 여자 앞에 두었다. 


“저.. 제가 가진 돈은 이게 다에요.. ”


작은 여자는 통장을 자세히 보고, 돈을 관찰하더니 세어보기 시작했다.  


“아저씨 돈 많네.. , 요즘 시대에 웬 현찰도 이렇게 가지고 있고...”


“그거 다 줄게요, 그리고 몸이 좋아질 때까지 여기 있다가 가시면..”


“노!”

“아니요”

“전, 여기로 결정했어요. 여기서 살 거구, 여기서 저 아기를 키울거예요. 이제 아저씨가 제 보호자이자 남편이에요. 남편”

“좋잖아요. 아저씨 같은 나이에 19살 난 어리고 예쁜 여자를 부인을 둔다는거..”

“참 아저씨 몇 살이에요, 40대, 50대...”


“저는 마흔 둘이에요. 42...” 


“오 나이스하군요. 42세 남자와 19살의 여자가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 오 좋아.. 재미있는 이야기야”


“저기.. 전.”


여자는 갑자기 눈을 내 눈에 정지시켰다. 살랑살랑 말할 때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직선으로 내 눈을 쳐다봤다.


“살인자가 되고 싶으세요!”

“원한다면 저 방안에 저 괴물을 명확하게 죽여 줄 수 있어요!”


단호했다. 

뭐라 더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김씨는 돈과 통장을 다시 집어 싱크대 서랍에 넣고는 일어나야 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결연한 말을 전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어쩐다...

“아.. 앙... 악.....!”


아이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아이를 여자에게서 떼어내고 여자를 침대로 밀쳤다. 


“이봐요”


“왜요.. 살인자는 되기 싫다는 건가요. 어차피 내가 죽일 수 있다구요... 

내가 죽여드릴께요..”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건”

김씨는 외칠 수밖에 없었다. 

내 인생이 녹아 있는 듯한 이 작은 집에서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된다. 그럴 수는 없어. 이건 아니야. 충동적인 그 무엇도 허용할 수는 없어. 난, 그냥 단지 김씨로 살아왔고, 그냥 김씨로 아무 일 없이 살기를 원할 뿐이야..


“저기요.. 제발”

“알았어요... ”


아이의 목에는 빨간 자욱이 선명하게 눌렸다. 미친년 진짜로 자기 아이를 죽이려 하다니.. 미친년.... 


“살아요.. 일단 살아요.. 아니.. 그냥 살아요.. 살아..”

“아무도 여기서 죽지 말아요..”


여자는 검은 옷을 입은 귀신처럼 남자 앞에 서 있었다.


“아저씨 저를 내쫓지 말아 주세요”

“제가 엉망진창인건 알지만 여기서 나가면 어차피 죽으니, 저를 쫓으면 전 여기서 다 죽을 수밖에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네... 알겠으니.. 그 이상한 옷 벗고... 제 옷장에서 편한 옷 입으세요”

“잠시 제가 옷이랑 이것저것 좀 사올께요... ”

“절대 아무 짓 말아요.. 더 이상 나가달란 소리는 안 할 테니”


김씨는 싱크대에 넣었던 돈을 옷 주머니에 넣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어쩐다... 막상 집을 벗어나 아파트 현관까지 나오고 나서.. 하늘 위 그리고 그 여자가 있는 내 집을 바라봤다. 역시 어쩐다가 주요한 문구가 될 수밖에 없다. 비교적 김씨는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인류의 미래도 걱정해보고, 다중우주의 어느 한 귀퉁이도 생각해보면서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뭐.. 좀 그렇지만 가끔 나라의 앞날도 생각하며 걱정도 하고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십 대의 그녀와 아기가 내 삶의 일부를 점령하려 한다. 비현실이라고 아침에 막 일어나 생각했는데.. 걷잡을 수 없는 현실임을 무서운 십대녀가 각인시켜주었다. 


역시 어쩐다..


아... “상”... 

“상”이 만약 이런 경우면 어떠했을까... 이건 로맨스도 아니고 거의 폭력적인 명령인데... 집을 나온 것인지 피신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상”도 집을 나오면서 그랬을까.... 나도 남산 꼭대기에 올라가 날개를 펼치며, 다음날은 생략하고 그냥 오늘을 살아갈까..


아무생각이 안 난다.

일단 길을 걸었다. 그냥 걸어보는 것이다. 그냥 일단은 걸어봐야 오늘 일이 생략될지도 모른다. 


“어 자매님.. 아까 그 아파트 멍청..”


“조용히 하세요. 입 함부로 놀리면 벌 받습니다.”


작은 여자와 헬스 남이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까 그 아파트에서 뵙던 분이네요.. 주님의 은총을 받아보세요”


김씨는 뭔가 <축하드립니다>는 말을 전해준 이 사람들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김씨는 근육질의 헬스남이 있음에도 오롯한 언어를 꺼내기 시작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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