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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11. 2023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7:죄의식 살인!>

“아까. 저한테 뭘 축하한다는 것입니까?”


작은 여자가 말했다.

“생명의 은총은 항상 축하받을 일입니다.”


“당신이 뭘 알고 떠드는 거예요.. 당신이 뭔데..”


어디선가 주먹이 날라왔다. 

“이 새끼가 돌았나...”


헬스남의 묵직한 주먹이 뺨을 강타했다. 

“한 주먹도 안되는 새끼가..”


“뭐하는 짓이에요..” 

작은여자가 헬스 남을 발로 차고는, 바닥에 쓰러진 김씨를 일으켜 세웠다. 


“이... 씨..”


뭐하나 반항 없던 김씨는 순간적인 용기로 작은 여자에게 큰소리를 쳤지만, 헬스 남의 주먹에 현실을 다시 인지했다. 김씨에게 유리한 우주는 없었다. 


“에이..”

김씨는 길을 따라 열심히 달렸다. 뭐가 뭔지 창피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갑자기 출현한 현실에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열심히 뛰는 와중에도 옷 가게가 보였다. 김씨는 옷가게에서 멈추고는 곧장 들어가 십대여자의 옷 서너 벌과 막 태어난 아기 옷 서너 벌을 사가지고 나왔다. 


별수없다. 익숙해져야한다. 익숙해져야 한다.

다만... 이럴 바에는 적당한 죄의식이 필요할 것 같다. 이 막다른 현실에 그냥 익숙해지기에는 내 머릿속 자아가 너무나 혼란스럽다. 


아까 그 새끼.. 그래 그 새끼.. 그 새끼를 죽이든 병신을 만들든 해야겠다.


김씨는 스스로에게 과업을 하나주고 적당한 죄를 만들기로 했다. 우선 가득한 양손의 옷 봉투를 다시 옷가게로 들어가 두고 나왔다. 그리고 헬스 남과 작은 여자가 있을 것 같은 거리로 돌아갔다.


“저기요..”

그들이 보였다.

“저기요... 저 할 말이 있어요..”


“저 새끼가... ”


“조용히 하세요.”


“아.. 아까는 제가 말이.. 제가 좀 곤란한 일이 생겨 머리가 복잡해서... 미안합니다.”

“아.. 잠깐.. 저 골목으로 ”

김씨는 골목으로 들어가서 그들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 


“뭐야.. 저 병신..”


“제발... 조용히 좀.. 가시죠!”

헬스 남과 작은 여자가 골목으로 들어왔다. 김씨는 골목 안에 있는 큰 쓰레기통을 움직이며 헬스 남을 불렀다.


“저.. 선생님... 저좀 도와주세요.. 이 통이 잘 안 움직여서요...”


“지랄...”


“도와주세요” 

작은 여자는 간결하게 헬스 남을 지시했다.


헬스 남은 짜증스런 얼굴 표정을 했지만, 힘이 넘치는 자세로 통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씨는 그 옆에 있는 벽돌로 헬스 남의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쿵쿵쿵...” 


간결하면서도 지속적이고 성실한 움직임으로 헬스 남의 머리는 터지고 피가 골목바닥을 채웠다. 김씨의 옷에는 헬스남의 피가 여기저기 묻기 시작했다. 이제 김씨는 작은 여자를 쳐다봤다. 어차피 헬스 남은 죽던가 아니면 최소한 심한 부상에 시달려야 한다.


“음...... 후우...”

작은 여자는 긴 한숨과 호흡을 내 쉬웠다. 


“이제 하고 싶은 걸 다 하셨으면 집으로 돌아가세요.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여자는 어떠한 움츠림 없이 역시 간결하게 김씨에게 말을 건넸다. 김씨도 손에 들고 있던 벽돌을 내려놓고 작은 여자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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