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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12. 2023

<그녀가 지구를 정복했다 8:현관문??>

문득..


“저... 신고 안하세요?”


“네..”


“왜죠?”


“저 남자의 용도는 저기까지고 당신의 용도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가세요..” 

“어차피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냥 행복해지세요”


작은 여자는 건조한 언어를 김씨에게 던지고... 쓰러진 헬스 남을 향해 걸어갔다.

김씨는 다시 옷가게로 돌아가 새 옷을 사 갈아 입고, 미리 사둔 옷 봉투를 양손 가득히 들고 집으로 향했다.


김씨는 문득 쾌감이 들었다. 

뭔지 모를 홀가분함이 마음에,  가볍고 콧노래라도 부를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봐요 김씨...”


가끔씩 보는 아파트 주민이다. 특별히 이야기를 길게 해본 적은 없지만... 저 중년의 여자는 현관문을 나서는 혹은 아파트 주변을 걷고 있는 김씨를 불러 아는 척을 하고 여러 가지 잡다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 말 중에는 경고 느낌의 명령도 좀 있고.. 그렇고 그랬다.


“아니지.. 아유 김이사님...”


“네?”


“우리 애가 이번에 김 이사님 회사에 취직을 했어요.. 잘 좀 부탁드려요... 아유 우리 김 이사님. 그 회사 이사님인줄 몰랐어.. 내가 그동안 너무 말을.... 이해 부탁드려요... 제가 이 동네 잘 되었으면 해서... 그냥....”


“아닙니다.. 네. 네..”


“뭔 소리야... 저 김씨가 뭔 이사야..”


“이번에 우리 딸이 K기업에 입사했잖아... 근데 그 큰 대기업 이사가 알고 보니 김씨더라고.. 우리딸이 김씨를 보더니, 저분이 자기네 이사님이라고 말해준거야... 나이도 젊은데.. 대기업 이사라고 김씨가..”


“저 허름해보이는 남자가 대기업 이사야.. 별일이네.... 나.. 참.... 호호.”


김씨는 문득 김씨에서 이사가 되었다. 김이사. 어찌하건 뭐건 김씨는 사회적 관계, 정확히는 돈버는 직장이라는 곳의 이사 직책을 동네에서 부여받게 되었다. 


모월 모시... 김씨 이사가 되다.


딱히 관여된 삶은 없지만.. 뭔가 전환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우주로 넘어와 버린 자아 갔다는 생각이... 모르겠다. 


힘찬 벽돌 질이 준 활력이었나?   


김씨는 양손 가득 힘을 실어 옷 봉투를 들고 아파트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을 향해 나아갔다. ‘상’이고 뭐고 이제는 그만 하기로 했다. 뭘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계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적극 인식하기로 했다. 그리고 십대녀와 아기의 살인자가 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더 이상은 아니다.


문 앞에 서서 벨을 눌렀다.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가 나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내가 익숙한 것인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딩동.. 딩동’

맑은 여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구세요..”

“저에요.. ”

현관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다만, 오늘 아침에 열었던 문이기를....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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