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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17. 2023

<'화사한 미소'의 남자2>제 가슴 만져볼래요?

“미안해요.. 그런 일까지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남자는 고개를 ‘화사한 미소’와 함께 저으며, 나를 안심시키고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저는 그 때 한 남자아이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남자아이에게 감정이 생겼구요..”


“아..”


“네.. 아..할 만한 내용이죠.. 근데.. 뭐 그때나 지금이나 그게 이성적인 감정인지 고마움인지는 잘 몰라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후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감정이 교차 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 그래서.. 네.. 그래서..”

“확신 같은 그런 감정이..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도 비슷했다고 한다. 다만, 그때는 여자 뿐만아니라 남자들에게도 ‘화사한 미소’가 통했고, 그 때문에 고통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타인을 통한 스스로의 자각에서 오는 통증같은 것을 ‘화사한 미소’의 남자.. 아니 사람은 받아야 했다.


“가끔씩 친했던 친구가 저에게 화를 냈어요. 넌 뭐냐고.. 왜 내가 너를 이성처럼 느끼게 되는 거냐고.. ........... ”

“묘하게 애정이 폭력으로 변하면, 그 순간은 지옥이 되더라고요.. 특히, 스스로에 대한 죄의식이 깔릴 때는.... 설사 그게 그렇더라도 죄가 될 일은 아닌데 말이죠.. 전 그 부분이 많이 슬펐어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이 ....”


남자는 여러모로 고단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그리고 ‘화사한 미소’를 보이며 들려주었다. 내 진심을 그의 진심으로 마무리해 준 것이다.


“어렵죠!”


....


남자의 ‘화사한 미소’가 역시 내 가슴을 설랜다.


“제 가슴 만져볼래요.. ”


“네???”


뭐지.. 나도 모르게 언어가 먼저 튀어나왔다. 


“혹시, 알아요.. 저에 대한 육감적인 감성이 뭐 그러니까 욕구가 생길지..”


아.. 씨.. 이게 아닌데..


웃는다.


“저기요.. 저 진지합니다. 여자가 이런 말 쉽게 하는거 아니구요. 정말 ... 사실. 수치스러울 수도 있다구요”


“미안하고, 어 그리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는 더 이상의 말을 이어가지 않고, 고개를 숙인채 등을 돌리고 걸어가 버렸다. 


음... 어쩐다..

이미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해버렸는데.. 상대는 잘 모르겠다..

아!.. ‘싫다’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 혹은 ‘자신이 없다’였다. 

그럼 잘 알게 하고, 자신 있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위대한 정신승리일수도 있고, 자기 위로일 수도 있지만 난 거절당한 건 아니잖아! 충분히 다음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군.. 


오..~ 나이스!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화사한 미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뭐지 이 불온한 남성.. 왜 나타나지 않는 거야. 

그 소리 들었다고 설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그런 건가?


남자가 나타날만한 거리는 다 다녀봤다. 이곳저곳, 

이 골목에서 저 건물 옥상까지..

뭐야.. 왜 갑자기 없어진거야..

뭐지.. 그 사람 회사를 가볼까?



*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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