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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20. 2023

<'화사한 미소'의 남자5> 기다림은 분노를 잉태하고

‘그냥 굳어져 있는 얼굴의 굳은살 같은 것입니다.’

‘마치 <웃는 남자>의 웃는 얼굴 같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서 물론, 또 다른 타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그런 것입니다.’

‘그런 것에 마음을 두지 말아주세요. 저의 내면과는 거리가 뭐니’

‘그럼 이만..’


남자는 담담한 언어를 여자 앞에 두었다. 

그리고는 10층 창문 너머로 누워 버렸다. 상체는 바닥을 향했으며, 하체의 발은 하늘을 바라보며 추락해 갔다.


‘저기요.. 아니요.. 저기요..’


뭐야!

..

새벽 4시의 부고가 날아왔다. 

하아.. 이러다 정신이 파탄 나겠다. 내가 죽지.. 정말 어렵다.

‘화사한 미소’의 그가 꿈속에서 부고를 실현하려 했다. 다행이 지금은 꿈속의 그 무엇이기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 현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내일이면 그를 볼 수 있다. 부지런히 가서 그를 꼭 봐야 하는데.. 꿈속의 부고가 현실로 몰려오지 못하도록 그를 꼭 봐야 한다. 


다시 출근, 일, 점심, 일, 퇴근 시간... 2시간 전.

1시간 전,

50분전,

40분전,

자꾸 시계는 전전을 내게 보낸다. 무슨 명절도 아닌데.. 이렇게 전전 거리며, 기름냄새에 절여진 기분을 만들고 있다. 머리가 아프다.

35분전.

시계를 부수고 나가면 좀 나을까.. 우리회사 직원들의 손목과 휴대폰 등등을 다 부숴버리면 난 거지가 되고 엄청난 빚을 떠안아야 할 것이다.  

34분전.. 젠장..이제 무슨 1분 단위야..

아무리 그래도 30분전이다.


‘이봐요.. 최모씨.. 오늘 일정이 좀 느려질 것 같은데’


‘지랄.. 좀 더 그 소리를 진심으로 한다면, 나는 오늘 범죄자가 될지도 모른다. 저 인간을 패서라도 난 퇴근할 것이다.’


‘최모.. 오늘 저녁 술 어때.. 같이...... 아니야.. 뭔가 약속이 있어 보이네’

‘오늘 최모..는 아닌 것 같아..’


20분전.


‘이야. 오늘 ..어.. 저기 분위기 살벌하다. 그냥 가자.. 가.. 자 퇴근들 하지.... 이제 뭐 거의 다 끝났는데.. 오늘도 수고했어’


10분전..


‘참 오늘 시간되는 분들은 어때 술 한 잔 혹은 회식..할까.........만.. 다음에 하자고 문득..그러네. 이 사무실에 왠 살기가...’


‘빙고, 저인간이 사람의 분위기를 읽는 능력은 있다. 오늘 저 인간은 스스로의 생명을 구원했다. 만약 자신의 말을 실천하고자 했다면, 장담하는데 나의 에내르기파를 맞고 죽거나, 평생을 손 떨면서 걸어야 했을 것이다.’


8분전..

젠장..언제부터 시간단위를 2분, 1분 단위로 원고를 쓴 것인가... 원고 쓰는 작자도 죽고 싶어 안달을 한 것 같다. 현재의 내 기분으로는 <글쓴이>도 충분히 피살에 가까운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쓴이>로써 피살을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3분전..


에이씨.. 못 참아.


‘저기요.. !.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어 알았어 빨리 가...가... 제발 가..무서워... 그리고 저 시계 10분 느려.. 

적정말고 가.. 이미 퇴근시간 지난거야‘


‘뭐라구요.. 아이씨..’


여자는 정신없이 짐을 챙겨 책상을 박차고 사무실을 나섰다.


아.. 이런 남자가 이미 집에 갔으면 어떡하지.. 여자는 불안감에 열심히 밑으로 건물 밖으로 행했다. 우선 엘리베이터


‘저기요.. 같이 가요...저기요!’


최대한 높은 소리로 엘리베이터를 멈추게 하고, 탑승을 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급해서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엘리베이터는 1층을 향하지 못했다. 여자의 사무실 층인 7층에서 1층까지는 다섯 번의 멈춤이 생겨야 했다. 이리 스고, 저리 스고..


욕이 나오고 싶어진다. 


‘어 최모씨 오늘 좀 급한가봐, 표정이 좀..안 좋아..어디 아프... ’


여자는 성난 눈초리를 회사 동료에게 전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사각공간 안에는 침묵이 가득 찼다. 마치, 침묵으로 단련된 훈련 장소같이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리고 닫히고.. 그런 일을 다섯 번 반복하더니 1층에 내려왔다.


사람들은 여자를 중심으로 흩어지면서 여자의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여자는 정신없이 정문을 향해 뛰었다.


쿵... 젠장.

상투적인 뻔한 일들이 결국 여자의 발목을 잡아 버렸다. 


이번에는 한 남자와 부딪쳤다. 여자의 가방에서 물건들이 쏟아졌다.

남자는 허겁지겁 ‘미안합니다’를 연발하며, 여자의 물건을 주워 가방에 넣어주었다. 

문득..


여자는 치밀어오는 그 무엇이 있음을 느꼈다. 

젠장.. 블라우스 한쪽이 찢어졌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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