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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21. 2023

<'화사한 미소'의 남자6> 그냥 말라버린 사람들

“아 ....젠장!!!”


여자는 남자가 주워 준 가방을 뺐더니 집어 던져버렸다. 


“젠장..젠장..젠장”

“뭐가 이렇게 되는 일이 하나 없어..아 짜증나...”


여자는 그냥 분노했고, 주저 앉아버렸다.


“저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아니요. 됐어요.. 그냥 가요.. 그냥 가세요.. 

그냥 제가 화나서 그런 거에요..가세요”


“으아...악”

여자는 발작 같은 경련을 느끼며, 주변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아니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들의 시선을 온 몸에 고정시키며, 미쳐가는 것 같았다.


“저.. 이거”


“괜.찮.다.니.까... 아....”


남자다. 화사한 미소의 그. 다!


생각이 멈췄다.

.. 갑자기 눈물... 우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엉엉 거리를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한 것이다. ‘화사한 미소’의 그는 황급히 여자를 일으켜 세우고는 옷 매무세를 고쳐준 후, 건물 밖으로 그녀를 데리고 나왔다. 


“저 울음을 좀 그쳐주면.. 저기 저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자는 안간힘을 다해서 울음소리를 소멸시키고, 눈물을 멈추게 했다. 더 이상 엉망이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다시 좀 도도한 여자이고 싶다. 


에이씨.. 뭐가 도도한 건지...


“저 어디 갔었어요.. 무려 한달을.. 저한테 말을 하고 가거나..” 

“하여간..뭐에요..도대체”


“어.. 음.. 그냥 여기서 말할까요..”


“네.. 카페고 뭐고 .. 여기서 말해요.. 여기 사람도 적고 좋네요”


길 위다. 

다행이 적당히 퇴근하는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더 이상 창피할 여력이 없었다. 


“저.. 저도 좋아요. 사실 좋아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겁이..”


“아..씨..”

“그런 거면 그냥 안아주면 되지.. 그냥~~”


‘화사한 미소’의 남자는 여자를 안았다. 그리고 남자는 흐느끼며 울었다. 


“왜 울고 그래요.. 그냥 좋게 안아주지..”


“저는 결코 제 미소가 전부가 아닙니다. 저는..”


“알아요.. 그냥 <웃는남자> 같은 거란거.. 하지만 전 좋아요.. 그냥 그것도 좋고.. 다른 것도 좋아할 거에요.. 그리고 당신 때문에 비참해지거나 슬퍼하거나 폭력적이거나 그런거 없을 거에요.. 제발 그러니까. 그냥 그대로 있어요..”

“저도 당신만큼이나 노력할 거니까. 저를 믿어주세요”


“네.... 설령 또 무너지더라도 해보려 합니다.”

“그 생각이 좀 길었습니다. 미안해요”


남자는 이전보다 더 가녀린 모습의 자신을 쇼윈도에서 보았다. 물론, 여자도 쇼윈도의 모습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들은 그냥 말라 있었다. 


“많이 그립고 보고 싶었습니다.”




*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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