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냐 소냐
나에게 곱창이란 시장통에서 야채와 순대를 넣고 빨간 양념을 한 것이었는데 술을 모르던 시절에도 참 맛있게 먹곤 했었다. 나중엔 취향이란 것이 생겨 순대를 빼고 곱창볶음으로만 먹는다든지 알곱창을 추가한다든지 하는 옵션도 있었다.
대학 땐 지하철역 앞 포장마차에서 팔던 곱창의 향을 잊지 못한다. 막상 너무너무 먹고 싶어 하면서도 한두 번밖에 못 가봤지만 포장마차 곱창이란 세상을 알려준 게 그곳이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고 돈을 벌면서 진정한 곱창을 알게 되었는데 연신내에 있던 황소곱창이 내 첫 소 곱창이었다. 염통과 잘리지 않은 곱창 대창 막창이 한판에 올라가져 있는 지금에야 익숙하지만 그때는 양념이 되지 않은 곱창은 처음 봐서 되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소 곱창이 좋아 돼지 곱창이 좋아라고 물으면 “그걸 어떻게 나눌 수 있어?”라고 말하겠지만 내겐 여전히 빨간 양념의 야채곱창이 곱창 그 자체인 것 같다.
소 곱창을 사실 먹은 건 손에 꼽을 정도인데 두 번째는 부산 해운대에서 두 시간 반을 기다리며 먹었던 곱창이었다. 친구랑 셋이서 모둠 곱창을 한 판 먹고 곱창전골까지 해치웠는데(약 5인분) 그때 처음 먹어본 곱창전골 맛이 참 좋았더랬다. ‘나는 왜 이런 걸 못 먹어봤을까’ 생각하며 해장국도 아니고 된장국도 아닌 그 오묘한 맛은 아직도 비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음식이다.
지금에야 배달음식도 잘 되어있고 레토르트도 잘 나오는 추세이지만 그땐 그 집에 가야 그것도 둘 이상은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