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
0. Prologue. 딸깍이라는 오해 / 유혹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 AI 수업 자료 제작과 NotebookLM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AI활용을 한다고 하면 아직도 가장 많이 오해받는 것이 있습니다.
프롬프트를 한 줄 넣거나, 버튼을 하나 누르면 바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는 줄 알고 계시더군요.
이렇게 프롬프트 한 번, 버튼 한 번 클릭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딸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클릭 한 번, 프롬프트 한 줄, 버튼 하나로 무언가가
뚝딱 만들어지는 그 순간을 가리킵니다.
이 단어는 교육 현장에서도
최근 1~2년 사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AI 연수마다 등장하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이걸 쓰면 수업 자료가 딸깍."
"이 도구를 쓰면 평가지가 딸깍."
정확히 말하면,
딸깍 그 자체가 아니라
딸깍 만을 좇는 마음이 싫습니다.
결과만을 향해 곧장 달려가는
그 조급함이 불편합니다.
최근 지식샘터에서
NotebookLM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연수가 끝난 뒤,
한 선생님이 이런 후기를 남겼습니다.
"단순한 기능 숙지를 넘어,
교사의 교육철학을 담아
NotebookLM을 수업에
'제대로' 최적화하는 방법을 배운
뜻깊은 연수였습니다."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멈췄습니다.
'제대로'라는 단어에 밑줄이 그어졌습니다.
그 선생님은 기능을 배운 게 아니라
자기 철학을 도구에 담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1년 넘게 AI를 구독하고,
연수를 설계하고, 수업에 적용하면서
저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명확하지 않으면
남들을 따라 하다가 지치거나,
AI 도구를 폄하하게 된다는 것을요.
2.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을 구분합니다.
주인은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자이고,
노예는 타인의 기준에 반응하는 자입니다.
이 구도를 AI 시대에 대입하면
불편할 정도로 선명한 그림이 나옵니다.
'딸깍'을 좇는 사람은
도구가 만들어 주는 결과에
자신을 맞춥니다.
새 기능이 나오면 따라가고,
남이 만든 프롬프트를 복사하고,
누군가의 워크플로우를
그대로 이식하고 사용하려 합니다.
반응하는 것이지, 창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면, 자기 철학이 있는 사람은
도구를 자기 방식으로 휘어잡습니다.
같은 NotebookLM이라도
어떤 소스를 넣느냐,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
어떤 맥락에서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이건 NotebookLM 뿐 아니라 다른 도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앞에서 우리는
매 순간 주인과 노예 사이를 오갑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드는 이유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새로운 도구가 쏟아집니다.
GPT, 제미나이, 클로드, 노트북 LM,
감마, 캔바 AI, 바이브코딩까지.
'할 수 있다'의 목록은
끝없이 길어지고,
그 목록 앞에서 교사들은
조용히 지쳐갑니다.
OECD는 2025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AI 리터러시는 도구를 빠르게 쓰는
능력이 아니라,
AI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시민적 역량이다."
그렇다면 '딸깍' 이전에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저는 그것을 '자신의 언어'라고 부릅니다.
수업에서 내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경험의 질감.
내가 불편해하는 교육의 관성.
내가 반복해서 돌아오는 질문.
이런 것들이 선명해질수록
도구는 비로소 '나의 도구'가 됩니다.
프롬프트는 나의 철학을 번역하는 언어가 되고,
AI는 나의 수업을 확장하는 조수가 됩니다.
사용할수록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철학이나 기호가
점점 명확해질수록
활용범위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것을요.
바이브코딩이든, 노트북 LM이든
자기가 왜 필요한지,
뭘 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도구를 만나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도구의 숙련이 먼저가 아니라
나의 명확함이 먼저입니다.
기능을 익히는 것이 출발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 출발입니다.
새로운 도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세상.
그 빠른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은
더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멈추는 것입니다.
나는 왜 이 도구를 쓰는가.
나는 이 수업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교사인가.
이 질문들이 선명해지는 순간,
딸깍은 비로소 의미를 얻습니다.
그전까지 딸깍은
그저 소음일 뿐입니다.
이 글이 AI 수업 설계, NotebookLM 활용, 그리고 교사의 AI 리터러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작은 방향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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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OECD, "What should teachers teach and students learn in a future of powerful AI?", 2025,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what-should-teachers-teach-and-students-learn-in-a-future-of-powerful-ai_ca56c7d6-en.html
2. UNESCO, AI and the Future of Education, 2025
3.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학
4. Frontiers in Education, "Fostering AI literacy in pre-service teachers", 2025,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education/articles/10.3389/feduc.2025.1668078/full
5. OECD-EC, AI Literacy Framework for Primary & Secondary Education, 2025, https://ailiteracyframewor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