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온, 컴온, 컴온, 컴온
가끔 그런 영화를 마주할 때가 있다.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겠지만) 특히나 정성을 들여 한 땀 한 땀 만든 듯한 영화 말이다. 그런 영화를 만나면 한 장면 한 장면 보기가 아깝다. 아까워서 천천히 음미하고 싶지만 어느새 영화가 끝나버린다. 화면에서 한 번도 눈을 뗀 적이 없는데, 무언가 놓친 장면이 멋진 장면일까 싶어 소용없는 후회도 해본다. 이번에 본 영화인 <컴온 컴온>이 바로 그런 영화였다.
라디오 저널리스트인 조니(호아킨 피닉스)가 조카인 제시(우디 노먼)를 동생 대신에 돌봐주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여러 곳을 다니며 그 지역의 어린이들을 인터뷰하는 조니는 남편을 챙기러 오클랜드로 가야 하는 동생에게 자신이 조카를 봐주겠다고 한다. 제시도 아홉 살 어린이기에, 어린아이들의 생각을 궁금해하고, 그들의 기발한 생각들에 놀라는 조니로서는 제시와의 시간에서도 무언가 느끼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제시는 다른 아이들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인터뷰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되려 조니에게 질문을 던지고 당황스럽게 한다. 조니와 제시가 이대로 잘 지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 뉴욕, 뉴올리언스의 다양한 풍경을 담아내며, 삼촌과 조카 사이에 아주 세밀한 렌즈를 들이대는 이 영화는 흑백이어서 그런지 누군가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 쓴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한 마디도, 한 장면도 느슨하게 찍은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일상적인 장면들이라 힘 빼고, 삼삼하게, 단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어떤 장면도, 어떤 인터뷰도 세밀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고, 섬세하고, 사려 깊게 묘사하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날실과 씨실로 직물을 만들 듯 진심과 정성을 담아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책들에 대한 소개도, 문자를 보내는 방식도. 어마어마하게 세련되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느낄 영화이기에, 어떤 설명도 없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 "당신도 혹시 그런가요? 알고 있어요, 나도" 이런 느낌으로 넌지시 이야기를 건네는 영화이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다를 수도 있다. 특히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좋아할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대사들 몇 가지를 적어두려고 한다.
엄마가 그랬어요. 완전히 나에 대해서 알 수는 없을 거라고.
You make this mundane thing be immortal!
"Why on earth should it fall to them to paint things bright and innocent and safe?” (Mothers: An Essay on Love and Cruelty by Jacqueline Rose)
“Over the years you will try to make sense of that happy, sad, full, always shifting life you were in, and when the time comes to return to your star, it may be hard to say goodbye to that strangely beautiful world.” (Star Child by Claire A. Niv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