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장의 사진이 업로드됩니다. 이 사진은 패스트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H&M을 인종차별 문제의 중심에 가져다 놓죠.
H&M 온라인 스토어에 올라온 이 사진에는 "COOLEST MONKEY IN THE JUNGLE"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이라는 프린팅이 새겨진 후디를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케냐의 어린이 모델 리암 망고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백인 모델에게는 SURVIVAL EXPERT (서바이벌 전문가)라는 글귀가 새겨진 옷을 입혀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죠.
흑인 모델에게 해당 글귀가 새겨진 옷을 입혔다는 것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리암 망고의 어머니는 불필요한 논쟁은 피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이 사건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대중들의 공분을 샀고 남아공에서는 시위대까지 형성되어 케이프 타운과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H&M 매장에 공격을 가하기까지 했습니다.
패션계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적 문제는 H&M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지난 2012년 돌체 & 가바나 런웨이에서는 흑인 여성을 형상화한 캐릭터로 만들어진 귀걸이가 무대에 올랐으며 2017년 마크 제이콥스의 런웨이에서는 백인 모델들이 형형색색의 드레드락 헤어스타일로 등장해 불편함을 낳기도 했습니다.
패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점점 높아지며 소셜 미디어에는 패션계의 문제점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고발하는 계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스캔들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며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게 만드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죠. 이러한 대중들의 움직임들이 브랜드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고요. 문제가 제기되면 빠른 시일 내에 성명서를 발표하며 자신들의 입장과 사과를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공개할 패션쇼인 "The Great Show"를 앞둔 돌체 & 가바나는 중국인 모델이 등장하는 비디오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그 영상에서는 중국인 모델이 젓가락을 들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려 하는, 하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을 담아냈고 이는 중국 문화에 대한 풍자로 보였습니다.
이는 곧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비디오로 수많은 대중들에게 항의를 받았습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을 문제 삼아 브랜드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스테파노 가바나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던 한 남자에 의해 이 스캔들은 더욱 악화됩니다. 사과가 담긴 말이 아닌 오히려 중국인들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은 것이죠.
이후 스테파노 가바나는 자신의 계정이 해킹당한 것이라며 상하이에 위치한 돌체 & 가바나 매장에 사진까지 걸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미 대중들은 등을 돌린 상태였습니다.
동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PRADAMALIA" 컬렉션의 일부인 키체인에서 프라다는 문제에 빠졌습니다.
캐리커쳐 요소를 담아낸 원숭이 모양의 키체인의 색이 문제였죠. 컬렉션이 생산된 지 3개월 만에 프라다는
이 제품의 생산을 중단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브랜드 내에 위원회를 설립하죠.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 보그는 2019년 2월호에서 리비아계 미국인이자 무슬림 신도인 언론인 누어 타구리를
파키스탄 배우인 누어 부카리로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타구리는 미국 내 무슬림을 향한 잘못된 표현과 잘못된 인식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보그는 이 사건에 대해 "엄청난 실수"라며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 사과문에서 유색인종을 "비백 인종"이라고 지칭하며 더욱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보그 브라질에서 생긴 인종차별 문제입니다. 보그 브라질 소속 패션 디렉터인 도난타 메이렐레스는
자신의 50번째 생일 파티에서 이 사진을 찍었고 이는 식민지 시대의 노예를 연상시켰습니다. 그녀는 며칠 후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추위를 막기 위한 스포츠 장비였지만 패션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발라클라바의 형태를 구찌는 터틀넥 스웨터에 접목시켰습니다. 그것이 흑인을 떠오르게 한 것이 문제였지만요.
이 아이템의 발매일은 흑인들의 인권을 상징하는 달인 블랙 히스토리 먼스(Black History Month)와 겹쳐 더욱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구찌는 곧바로 이 터틀넥을 전량 회수해 폐기 조치했습니다.
런던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버버리의 19 F/W 컬렉션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올가미를 연상케 하는 후디 때문이었죠. 자살 혹은 노예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비판이 일었고 버버리는 즉시 그 제품의 발매를 중단시켰죠.
버버리의 CEO인 마르코 고베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컬렉션의 테마인 Tempest(폭풍)에 맞춰진 맞춰진 디자인이었으며 현재 비판을 받고 있는 내용과는 전혀 무관하며 누군가의 감정이나 과거를 들춰낼 의도는 없다고 전하는 동시에 다시는 이런 실수는 보이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의 2020년 크루즈 컬렉션이 지난 6월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인 멕시코 풍 무드가 멕시코 정부의 문화부 장관인 알레한드라 프라우스토에게는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캐롤리나 헤레라가 멕시코 원주민 고유의 디자인과 자수를 사용했고 이는 곧 문화적인 도용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브랜드 측에 전달했지만 캐롤리나 헤레라와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웨스 고든은 단지 그들의 문화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킴 카다시안 웨스트는 자신의 보정 언더웨어 브랜드인 "KIMONO"를 출시했지만 일본의 전통의상을 뜻하는 브랜드 이름은 즉각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SNS에서는 #KimOhNo라는 해시태그가 퍼져나가기도 했죠. 이에 일본 정부까지 나섰습니다. 경제산업성 장관이 특허 관계자들을 미국에 직접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고, 계속된 비난에 킴 카다시안 웨스트는 결국 브랜드 이름을 KIMONO에서 SKIMS로 변경했죠.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발매된 나이키의 에어맥스 1 모델에 힐 부분에는 미국의 옛 국기인 벳시 로스(Betsy Ross)가 자수로 새겨져 있었고 이에 NFL 선수이자 나이키의 모델이기도 한 콜린 캐퍼닉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해당 국기는 과거 노예 제도 시절에 제작된 국기라는 것이었죠. 인종 차별에 대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그의 주장에 나이키는 이 모델의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디올의 향수 소바쥬(Sauvage)의 새로운 얼굴로 배우 조니 뎁이 발탁되었습니다. 그러나 조니 뎁이 출연한 비디오 캠페인이 논란에 빠졌죠. 조니 뎁은 영상에서 원주민을 연상시키는 판초를 입고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광고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영혼을 향한 진정한 여행'이라는 멘트가 나오기도 했죠. 대중들과 언론에서는 이 광고가 미국 원주민의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했으며 인종차별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향수의 이름이 영어로는 '야만적'이라는 의미라는 것 또한 비난의 대상이 됐죠. 또한 조니 뎁은 지난 2013년작인 '론 레인저'에서 잘못된 고증과 화이트 워싱으로 표현된 미국 원주민 캐릭터로 출연해 비판이 더욱 강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디올 측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원주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라는 코멘트를 남겨 더욱 비판을 받으며 결국 이 게시물을 삭제하기에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