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회생활을 한 지 벌써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나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은 나한테 꽤 큰 의미였던 것 같다. 처음으로 생길 경력은 그동안 계속 노력하고 인정받기 위해 애썼던 나에게 주는 훈장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딱히 1년이 지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직도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제대로 알 수 없고, 인정받기 위해 계속해서 눈치를 보면서 지내며, 치명적인 기분파라는 단점은 내 밤을 아직도 갉아먹고 있다.
일 욕심이 없더라면, 아니면 그냥 차라리 미움받을 용기라도 있었으면 굳이 주는 업무 이외의 것들까지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기분 나쁜 티를 다 내고 집에 와서 후회하며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도 않을텐데.
처음 하는 사회생활이라 내가 문제인건지, 내가 처한 상황이 문제인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사실 다 문제인 것 같긴 하다. 나 스스로도 문제이고 회사 상황도 문제이고.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장점과 단점이 존재할텐데, 두 개체가 만났을 때 장점끼리 주는 효과보다 서로의 단점이 만났을 때 너무 치명적이라 이제는 좀 지치는 것 같다.
성장통이라는 표현은 사실, 내 상사가 나에게 쓴 표현이다. 내가 계속 불안해하고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감정을 드러낼 때, 내 상사들은 그저 믿어달라는 말만 했다. 나는 믿음의 근거가 필요했고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무언가를 원한다고 하면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반성의 말을 하기도 했다.
내 상사는 그런 나를 보고 성장통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사실 이 말이 와닿지 않는다. 영원한 조직은 없고, 내 성장통을 기다려줄 이유도, 내가 여기서 성장통을 느낄 이유도 없다. 나가면 그만인 게 회사 아닌가.
그런데 나는 지치더라도 성장통을 온전히 느끼기로 했다. 이것이 정말 성장통이라면, 나는 이걸 제대로 겪었을 때 결국 성장해있을 거니까. 그 모습 하나만 보고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해도, 상사들이 미워 죽겠더라도 쉽게 퇴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여기서 퇴사를 한다면, 나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리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요새는 지친다. 너무너무 지친다. 어떤 방법으로 해결을 해야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