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앞으로 이제 나가보라고
20대의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넘어가는 현시점, 요즘 증가 추세에 있는 나는 '20대 버스기사'에 속해 있다. 고졸 취업을 통해 사출 공장에서 약 5년간 근무하고 퇴사, 잠시 재 충전 후 선택한 직업은 버스기사.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큰 상업용 차량들을 좋아했다. 버스, 열차, 대형 트럭(추레라) 등등.. 그중에서는 버스를 가장 좋아했다.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버스 운전을 직업으로 삼게 된 특별한 계기는 존재하진 않는다. 당시의 나는 "와, 이거 되게 재미있겠다!" 이런 생각이었다.
길었던 하루 그림잔 아직도 아픔을 서성일까
말없이 기다려 보면 쓰러질 듯 내게 와 안기는데
마음에 얹힌 슬픈 기억은 쏟아낸 눈물로는 지울 수 없어
어디서부터 지워야 할까 허탈한 웃음만이
운행 중 핸즈프리 이어폰과 라디오는 나의 단짝 친구다. 약 한 평 남짓한 나의 사무실, 약 1시간 30분을 주행한 후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시간과, 차고 복귀 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일 평균 8시간 정도를 이곳에서 보낸다.
운행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가사, 전기버스를 운행하지만 노면의 소음으로 가사는 잘 들리지 않아서 신호 대기 중 샤잠(Shazam)을 틀어 본다. 세상이 발전하며 AI 시대가 되어가는 요즘, 흘러가는 노래를 들려주면 기기가 노래를 찾아주는 세상이 당연시되는 세상이 왔다.
「이태원 클라쓰 OST Part 6 <그때 그 아인> - 김필」 곡이 표출되고 퇴근길에 늪에 빠져 보았다.
한 번 들어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의 학창 시절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슴에 박힌 선명한 기억 나를 비웃듯 스쳐 가는 얼굴들
잡힐 듯 멀리 손을 뻗으면 달아나듯 조각난 나의 꿈들만
세상에 사정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굳이 밝히기에도 부끄럽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고등학교를 입학하기까지 나는 잘못된 길에 빠진 적이 있었다. 사춘기가 와서 어른들께 반항심 때문도 있었겠지만, 인격형성이 이루어져야 했던 시기에 부모와 교감을 잘하지 못했고, 그것이 곧 세간에서 바라보기에는 '부적응자'가 되기에도 좋았다.
집안의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이미 중학교 재학 시절 '공부'와 '진학'은 고려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서 취직을 해서 돈을 벌고 싶었다. 당시 나는 그것이 제일 현실적이라 생각했었다. 다만 전술했듯 인격형성이 이루어졌던 시기 잘못된 길에 빠져버리는 바람에 반사회적인 사람이 되었다.
지속된 악순환의 고리는 잘라내지 못했고 중학교 시절 정학과 강제전학 등 꽤나 기구한 중학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의 나는 꿈도 희망도 존재하지 않았던,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낙오자가 되어 근근이 하루 벌어 하루 살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 될 거라 확신했었고, 본인 스스로가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동을 하며 상처가 되었던 시기를 보냈었다.
두 갈래 길을 만난 듯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
무언가 나를 이끌던 목소리에 한참을 돌아보면
지나온 모든 순간은 어린 슬픔만 간직한 채 커버렸구나
혼자서 잠들었을 그 밤도 아픔을 간직한 채
인원 미달로 인해 가장 꼴찌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망나니로 살다, 담임교사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스스로 변화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 년에 무단지각을 밥 먹듯 하던 나는 졸업 시기에는 지각을 한 번도 하지 않고, 학업에도 나름 매진하게 변화하였다. 고졸 취업을 하며 중소기업이지만 돈을 벌 수 있음에 감사하며 감사하게도 산업기능요원까지 하게 해 주셔서 병역 의무도 근무하며 할 수 있었다. 그 회사에서는 나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겠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어린애였던 나를 받아주며 돈을 줘 가며 병역까지 마치게 해 줬던 회사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을 갖지는 않는다.
하지만 방황했던 시기에 있었던 일들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이미 나에게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 찼던 터..
열심히 돈을 벌며 나름 구성원으로서 하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며,
"나는 안 돼", "내가 해 왔던 행동은 아무리 속죄해도 용서될 행동이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계속 갉아먹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생각이 매우 부정적이었고, 현재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다만 당시에는 꽤 심각해서 골머리를 앓았다.
시간은 벌써 나를 키우고 세상 앞으로 이젠 나가 보라고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
아직 허기진 소망이 가득 메워질 때까지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에 얽매이던 나를 이겨내는 하나의 과정을 이루고 있다 생각한다. 아직 한참 남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인생에 심각한 회의감을 가지고 욜로(You Only Live Once)가 되어버려 돈을 다 까먹었고 대출까지 받았지만, 성실히 갚아 나가며 다시금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어중간하게 닫아 놓았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나가며 내가 맞이할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간다. 나는 이제 최대한 과거에 갇혀서 나를 갉아먹는 행위를 조금씩 자제할 것이다. 나아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찾아온 당뇨도 다시금 열심히 관리하여 최선을 다 해 살아갈 생각이다.
막연하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면서 내면이 안정되어 가는 건 덤이다. 물론 승객 스트레스가 심하긴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시금 세상 앞으로 나가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리며, "어제 보다는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라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내가 갖고 있는 소망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뤄 나가며 채워 나갈 것이다.
시간은 벌써 나를 키우고 세상 앞으로 이젠 나가 보라고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
아주 먼 훗날 그때 그 아인 꿈꿔왔던 모든 걸 가진 거냐고
10년 전과 현재의 나를 돌아봤을 때, 꿈꾸던 모든 걸 가진 건 아니다. 이루어 낸 것도 있었고, 이루어 내지 못한 것도 있었다. 10년 전의 나였다면 현재의 이런 상태에 대해 또다시 갉아먹으며 전전긍긍했었을 것이다.
다만 현재의 나는 확실히 10년 전의 나와 달라져 있었고, 앞으로의 10년 뒤의 나도 달라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의 나는 여전히 꿈꾸던 것들을 모두 이루진 못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의 나와는 또 다른 내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가꾸어 나갈지는 순전히 나의 몫이다.
모든 것을 단정 지으며 안 된다며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과거의 내가,
앞으로의 남은 내 인생에 무슨 일이 있을까? 하며 다시금 궁금해지는 현재,
조금씩 긍정을 향해 문을 두드린다.
올 한 해도 재미있게 보내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