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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Dec 27. 2023

직쏘가 직쏘한 핏빛 게임!

영화 <쏘우 X> 리뷰

직쏘 is back! 변조한 목소리로 ‘I Wanna Play a Game’라 말하며, 생과 사를 넘나드는 선택을 강요하는 직쏘가 돌아왔다. 2004년 1편을 시작으로 고어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은 <쏘우> 시리즈의 10번째 영화 <쏘우 X>. 1편과 2편 사이의 미드퀄 시리즈인 이번 작품에서 관객은 초심을 찾은 직쏘를 만날 수 있다. 만나는 것뿐인가. 반갑기까지 하다. 이 무지막지한 빌런이 반갑다고? 그가 멕시코에서 열어젖힌 죽음의 게임은 그 수위에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자신을 감추기보다 오히려 드러내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직쏘의 이번 게임, 과연 어땠을까?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직쏘라 불리는 남자 존 크레이머(토빈 벨)는 뇌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그에게 시한부 진단은 절망과도 같은 것.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암 투병 모임 회원을 만난다. 그리고 그에게서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암 치료 방법을 알게 된다. 그날 크레이머는 회원이 알려준 인터넷 주소를 통해 접속, 담당 의사인 세실리아(쇤뇌베 마코디 룬드)와 미팅 약속을 잡는다. 멕시코로 향한 그는 작은 희망을 품은 채 수술대에 오르고, 약물치료도 받는다. 하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치료를 받은 곳을 방문한 그는 그제야 이 모든 게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크레이머는 조용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들을 자신의 게임에 초대한다.


<쏘우> 1편 이후 제작된 속편들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죽음의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구현한 핏빛 고어 영상 등 시리즈를 관통하는 소재 안에서 다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점점 신선함을 떨어지고, 피로감은 쌓이면서 그렇게 <쏘우> 시리즈는 나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쏘우 X>는 다르다. 초심으로 돌아갔다. 1편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시리즈 중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쏘우>의 장점을 계승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읽힌다. 이번 영화의 차별화이자 매력 포인트는 직쏘의 이야기에 있다. 감독은 어둠 속에서 게임을 진행하던 그를 수면 위로 올린 후, 죽음을 앞둔 삶과 치료를 받기 위한 과정, 그리고 사기꾼들에게 농락당한 이야기를 전반부에 보여준다. 이를 동력 삼아 후반부 사기꾼을 대상으로 열리는 피의 게임이 열리는 스토리로 이어 나간다.


빌런이기는 하지만 이 살인마의 희망을 짓밟은 사기꾼들의 바보(?) 같은 악행은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고어 영화에 탄탄한 스토리의 필요성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이번 영화는 다르다. 크레이머의 희망을 짓밟은 이야기를 통해 게임 진행의 당위성을 얻는다. 이는 곧 관객들 또한 직쏘가 연 게임에 초대되어 직간접적으로 이 빌런에 감정이입의 통로가 된다. 그동안 얼마나 기발한 살인 트랩이 나오는지, 얼마나 핏물이 흥건한 고어 장면이 나오는지에만 포커싱을 맞췄던 이전 시리즈에서는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대상이 부재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작은 개연성과 당위성을 삽입하면서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직쏘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후반부 그 지역에 사는 소년과의 우정 스토리까지 넣으면서 감정이입의 영역을 넓힌다.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정도 스토리가 갖춰진 마당에서 피의 잔치 수위는 더 세졌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살인 트랩은 오프닝에 나오는데, 이건 약과다. 받은 만큼 되갚는 직쏘의 성격상 자신을 침대에 눕혀 거짓 수술을 한 대가를 사기꾼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메스나, 드릴, 뼈를 자르는 톱 등 병원에서 쓰이는 도구를 최대한 활용해 신체 일부를 내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을 진행한다. 자르고, 찢고, 열고 하는 등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의 향연이 이어진다. 물론 고어 마니아들은 예외다.


<쏘우 X>는 이전 시리즈보다 스토리면을 강화했고, 이를 통해 핏물 잔치로 입성할 수 있었지만, 그 약효가 오래가진 못한다. 사기꾼들의 단죄 게임은 가면 갈수록 피로감이 쌓이고, 이를 환기하기 위해 설치한 반전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1편의 생존자이자 2대 직쏘인 아만다(쇼니 스미스)의 활약 등 노쇠한 직쏘를 위해 지원군도 오지만, 활약상은 예상보다 미비하다. 물론, 다른 시리즈보다 보는 맛은 있지만, 1편의 쾌감까지는 가닿지 못한다.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쏘우 X>는 전 세계 49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1편보다 더 높은 흥행을 거뒀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80%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신선도 지수를 기록할 정도. 직쏘를 등장시켜 부활까진 아니지만 심폐소생술에는 성공한 <쏘우> 시리즈. 사느냐, 죽느냐 시리즈의 생명은 이제 다음 편에 달렸다. 과연 어떤 게임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 참고로 쿠키 영상이 있으니 꼭 보길 바란다. 이 영상에도 반가운 손님이 등장한다.



평점: 2.5 /5.0
한줄평: 직쏘가 직쏘한 성공적 심폐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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