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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Sep 20. 2024

아파트 공화국의
지옥 같은 현실 우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아파트 공화국에 살고 있다. 10명 중 6명은 아파트에 살 정도로 타 국가에 비해 거주자 수가 많다. (필자도 아파트에 산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아파트에 몰리는 건 주택, 빌라 보다 더 나은 편의성 때문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그 놈의 돈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곧 돈이자 권력인 셈. 이로 따라 차별과 계급, 집단 이기주의라는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상황 속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피부에 와닿는 아파트 공화국의 지옥 같은 현실을 그린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지진이다. 거짓말처럼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거짓말처럼 유일하게 황궁 아파트만 멀쩡하다. 아파트 주민은 기적과도 같은 현실에 기뻐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재난에 살아남은 이들이 이 아파트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자신의 보금자리와 식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외부인들을 쫓아낸다. 이때 본의 아니게 피 흘리며 선봉장 역할을 한 영탁(이병헌)은 대표로 추대된다. 평범한 공무원인 민성(박서준)은 아파트 주민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영탁과 함께 일하고, 그의 아내 명화(박보영)는 그런 남편의 모습에 불안감을 내비친다. 안정적이면서 폐쇄적인 자신들의 왕국을 만들어가는 도중, 과거 이 아파트에서 살았던 혜원(박지후)이 들어온다. 그리고 영탁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쌓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의 재난은 설정에 불과하다.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건 폐허가 된 상황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행동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의 공동체 사회를 견고하게 가져가기 위해 똘똘 뭉친다. 폭력을 쓰면서까지 어떻든 자기 마을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첫 행동이 바로 외부인을 몰아내는 것이다. 가족과 마을을 위한 일로서 이해되지만, 한편으론 그 행동에 다른 의도가 섞여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재난 이전 옆에 있던 고급 아파트 드림팰리스 사람들에게 무시당해 왔다. 아파트도 다 같은 아파트가 아니니까. 그러다 황궁 아파트만 남게 된 상황에서 부녀회장 금애(김선영)는 이때가 기회라 생각하고 드림팰리스에 살았던 이들을 몰아낸다. 차별은 차별을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걸 잊어버린 채 이들은 폐해가 된 곳에서 자신들만의 사회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제는 주민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이전 사회의 폐단을 반복하는 것에 있다. 극 중 금애는 다 평등해졌고, 리셋된 거라고 말하지만, 아파트 내에서 참여도와 공헌도에 따라 계급이 나눠지고, 그에 따른 생필품과 식료품이 차등 지급된다. 열심히 일한 자에게 더 많은 것을 주는 게 나름 이성적인 판단이고, 다수결을 통한 주민들의 선택은 옳아 보이지만, 결국 이 결정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낳는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으로 범죄 행동을 일삼는 주민들은 그 자체로 집단 이기주의 늪에 빠지고, 비극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간다. 


이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에서도 반복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은 우리의 현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결은 다르지만, 주민들의 행태를 보면 단지 내 외부인 출입을 금한다는 명목하에, 택배, 배달원을 향해 갑질을 하고,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노인요양원 건립을 반대하는 이른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끌해 집 한 채를 소유하는 게 평생 과제로 삼은 이들의 행동은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씁쓸함을 남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파트 공화국인 현실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관객에게 질문한다. 만약 같은 상황이라면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공동체를 지키는 영탁이처럼 행동할 것인지, 그 대척점에 서서 인류애를 실천하는 명화처럼 행동할 것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선택하지 못하고 기류에 휩쓸려 공동체를 지키는 행동이 옳다고 믿는 민성이처럼 행동할 것인지 말이다. 영화가 끝나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 


다만, 영화는 주민과 외부인으로 나눠버리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향한다면 황궁 아파트의 비극은 현실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전한다. 명화의 마지막 모습과 그 대사는 이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계속해서 관객에게 딜레마를 안기는 건 김숭늉 작가의 웹툰 원작을 각색해 재난 장르에 한국 사회의 현실을 녹여낸 엄태화 감독의 연출력에 기인한다. 간간이 클리셰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지만, 아파트 층을 올리듯 켜켜이 쌓은 밀도 높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흡입력이 강하다. 여기에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등 극한에 몰린 다양한 인간군상 연기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선과 악을 넘나들며, 한국 사회 속 괴물이 되어버린 한 평범한 사람의 페이소스를 확실히 전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을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유토피아가 될 수 있는 공간은 사람들의 욕심으로 디스토피아가 되었기 때문이다. 부자도 아니고 딸랑 집 한 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 이타심보단 이기심이 더 앞설 수 있다. 우리 또한 평범한 사람들. 과연 나라면 그들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평점: 4.0 /5.0
한줄평: 아파트 공화국의 지옥 같은 현실 우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넷플릭스, 티빙은 물론,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애플티비 플러스, 유플러스모바일tv, 쿠팡플레이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9월 25일(수) 21:50분 OCN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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