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작의 장단점을 오롯이 가진채 달리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리뷰

by 또또비됴

무한성의 문이 열렸다. 전편인 <귀멸의 칼날: 합동 강화 훈련>의 마지막 장편을 본 뒤 약 1년 만에 이어지는 스토리를 본다는 것 자체의 설레임은 물론, 한 달전 일본 자국에서 개봉해 역사적인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더불어 국내에서도 개봉일 기준 예매율 70%를 넘어, 개봉 이틀 만에 110만을 돌파한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벌써 올해 최고의 히트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큰 기대를 받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결과물에 대한 높은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런점에서 이번 작품은 기대와 아쉬움이 반복적으로 관객을 강타한다. 작품에 빠져들기 위해 전집중 호흡을 하고 봤음에도 기대와 아쉬움은 무한반복적으로 이뤄졌다.


귀멸의 칼날 7.jpeg


무한성 덫에 걸렸다. 귀살대 본부인 우부야시키 저택에 귀살대의 숙적 키부츠지 무잔에게 일격을 가하던 탄지로와 ‘주(柱)’들은 보기 좋게 무잔의 손에 의해 정체불명의 공간으로 떨어진다. 이들이 떨어진 곳은 바로 혈귀의 본거지 ‘무한성’. 귀살대 전멸을 꿈꾸며 그들을 이곳으로 오게 한 무잔은 모든 혈귀를 총 동원해 이들을 공격하고, 뿔뿔히 흩어진 탄지로 일행은 어떻게든 무잔을 없애기 위해 있는 힘껏 달린다. 그러던 중 기유와 탄지로는 렌고쿠를 죽게 한 아카자를 만나고, 피할 수 없는 혈전을 벌인다.


만화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그동안 이어져왔던 TVA 시리즈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봤을 때 기대와 아쉬움이 반복되는 건 이미 예상했다. <귀멸의 칼날> 시리즈는 소년 만화의 전형을 가져와, 부모와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혈귀와 그 우두머리인 무잔을 향한 복수에 혈안이 된 한 소년의 복수와 그에 따른 성장담을 그린다. 이 소년이 막강한 혈귀와 대결을 할 때마다 빈번하게 나오는 건 멋진 액션만큼이나 가슴 아픈 전사다. 그 상처와 눈물을 동력으로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겨 성장하는 탄지로의 모습을 쭉 지켜봐왔던 팬들이라면 이번 작품의 스토리 흐름이 그렇게 낯설지 않다.


귀멸의 칼날 3.jpeg


작품 자체가 액션 만큼이나 각 인물의 전사의 무게감이 크다보니 애니메이션화하면서 각색으로 덜어내기는 쉽지 않을 터. 제작진은 이를 감안하고서라도 탄지로와 친구들의 성장, 상현들과의 멋진 대결이 보여주는 쾌감으로 지금까지 무한 진행을 했다. 이번 작품도 그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이야기를 진행했는데, 극장판이다보니 액션의 흐름을 저해하는 잦은 플래시백의 사용은 눈에 밟힌다.


TVA가 아닌 극장판이라는 점에서 호쾌한 액션이 주는 황홀경에 빠지고자했던 관객들에게 박진감과 긴장감이 툭툭 끊기게 하는 플래시백은 큰 단점으로 와닿는다. 여기에 후반부 아카자의 기구한 사연이 집중적으로 들어가다보니 결국 이 작품은 아카자의 영화가 되버린다. 그만큼 아카자의 사연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였다는 것. 반대로 탄지로와 기유의 이야기가 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카자의 전사의 비중이 크다보니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렌코쿠와 아카자의 대결 장면이 줬던 멋진 잔상만큼 액션의 임팩트는 적게 남는다.


귀멸의 칼날 5.jpeg
귀멸의 칼날 6.jpeg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동안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건 역시나 액션 비주얼이다. 언포테이블이 구현한 액션은 그 자체로 시선을 압도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기대했던 건 무한성 안에서 펼쳐지는 각 캐릭터들의 액션인데, 전반부는 충주(蟲柱)인 시노부와 젠이츠의 액션, 후반부는 기유와 탄지로의 액션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시노부와 기유 등 전작에서 보지 못했던 주 캐릭터들의 액션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할 정도. 여기에 젠이츠와 탄지로의 새로운 공격들이 포진되면서 볼거리를 충족시킨다. 여기에 걸맞은 전투신 음악과 사운드는 쾌감을 증대시킨다.


귀멸의 칼날 8.jpeg
귀멸의 칼날 9.jpeg


물론, 앞으로 무한성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두 편 더 남아있다는 점에서 액션 쾌감을 살짝 비축한 느낌이 들긴하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마지막 액션만큼 인장을 아로 새길 만한 액션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과 앞서 소개하지 않았던 주들은 계속 뛰기만을 반복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으로 남은 두 편에 이들을 통해 더 강하고 놀라운 액션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에도 상현을 처단하는 건 쉽지 않다. 막강하기에 죽을 힘을 다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모든것을 극한에 몰아세워야 하는 탄지로와 일행들의 모습에서 작품을 관통하는 노력과 성장 키워드가 베어 나온다. 자신이 가진 무한한 힘을 끌어올려 승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보여주고, 그만큼 그 노력이 이 세상 가장 중요한 가치인 생을 영위하는 진정한 힘이라는 걸 강조한다. 작품 자체가 가진 논란이 있음에도 그 메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를 보는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말


1. 극장판답게 비주얼 구현이 예사롭지 않다. 무한성이란 배경이 주는 영상미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의 기술력은 완성도가 높다. 언포테이블의 액션 디자인 기술력을 다신 한 번 인정하게 만드는 영상이다. 무조건 큰 상영관에서 보길 권한다.


2. 쿠키는 없다. 영화가 끝난 후 다음 편을 기약하는 영상들이 쭉 이어져 나오니 주의 깊게 보면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아카자를 죽인 후 모든 힘이 빠진 기유와 탄지로는 어떻게 기력을 회복할지.


3. 이번 영화를 보고 <귀멸의 칼날> 시리즈의 흥행 요소를 하나 더 찾았다. 바로 일본 신파!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놓고 <좀비딸>과 혈전을 벌이는 중인데, 그러고 보니 올여름 극장가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신파 대결이 벌어지는 것 같다.



사진 출처: 애니맥스 제공


평점: 3.5 / 5.0
관람평: 액션엔 만족, 잦은 플래시백은 아쉬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