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ts me Jun 22. 2020

‘작가의 소명’-2

<수전 손택의 말>(마음산책, 2015)

아까 작가의 사명은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거라고 말했지만, 저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한바 작가의 소명은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에요……. 역시 마찬가지로, 이것이 끝없는 작업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하는 일이죠. 아무리 해도 허위나 허위의식이나 해석의 체계를 끝장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언제나 어떤 세대에든 그런 것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있어야 하고, 그래서 전 사회비판이 오로지 정부에서만 나오는 세계 대부분의 장소들을 생각하면 심히 심란해져요.

아무리 돈키호테적이라 해도, 모가지 두세 개라도 더 자르려고 애쓰는 프리랜서들이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착시와 허위와 선동을 파괴하려고 애쓰는, 그래서 만사를 더 복잡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해요. 만사를 더 단순하게 만들려는 불가피한 기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게는, 그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라면 아마 내가 이미 다 쓰고 얘기한 내용에 동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게 아마 날 그 무엇보다 불편하게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그건 내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는 뜻일 테니까요.(p.196-197)

작가의 이전글 ‘영화를 정교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