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마이프렌즈

우리엄마들의 이야기

by 짠나의일기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소설 같은 대사, 현실적인 장면들 그리고 공감되는 사소한 순간들.

노희경의 드라마는 화려하고 예쁘기 만한 로맨스 드라마들 속에 들꽃처럼 잔잔한 감동과 편안함이 있다.

그리고 지금 <디어마이프렌즈>는 다른 어떤 드라마들 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애잔하다.


완이의 시선에서 본 그들은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 같으면서도 한없이 속 깊은 어른이다. 철 없는 부탁을 하고, 세계 일주 여행을 꿈꾸면서도 그렇게도 무서운 죽음을 일상의 한 부분인 마냥 안고 간다. 이 드라마에서 그들은 자주 죽음을 언급한다. 영정사진 조차 즐겁게 찍는 그들을 보며 세월과 경험이 가진 깊음이 느껴졌다.


자신들의 영정사진을
재미 삼아 찍는 사람들.
저승바다에 발목을 담그고 살아도 오늘 할 밭일은 해야 한다는
내 할머니
우리는 모두 시한부.

그렇다. 사실 그 어느 누구도 평화롭게 늦은 나이에 맞춰 죽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교통사고로, 또 누군가는 병으로 갑작스럽게,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어른들은 산처럼 거대하고 위대하고 대단해 보인다. 이 모든걸 순리처럼 받아 들일 때.


하지만 살면서 아무리 경험 많은 어른이여도 이 세상에 내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경험은 그 누구에게나 단 한번 뿐.
그래서 슬픈건 어쩔 수 없이 슬프다.
늙은 딸이 늙은 엄마를
그렇게 보냈다.


이 장면을 보며 많이 울었다. 내게 엄마가 있듯 우리 엄마도 엄마가 있다. 강한 우리 엄마도 할머니에게는 애틋한 딸이다. 어렸을 적에는 학교 생활 하느라, 공부하느라 엄마든 아빠든 가족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당장 내일의 숙제가 급했고, 모의고사 점수가 곧 내 인생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당장 내일의 숙제는 없다.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할 지가 고민인 나이가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내 주변을 보게 된다. 특히 엄마. 가끔 우는 엄마를 보기도 하고, 힘들어하는 엄마 모습을 자꾸만 보게 된다.

산 같은 엄마가 끝까지 엄마 답게
바다 같은 엄마가 끝까지 투사처럼 버텨내지 못하고
참으로 미덥지 않은 자식 앞에서
아이처럼 무너져 내렸다.

암에 걸린 엄마가 오열하는 모습을 보며 완이가 했던 대사다.


사실 약한 엄마의 모습이 밉고 속상하다. 버텨냈으면 좋겠다. 역시나 나도 이기적인 자식인가보다. 친구를 다독이듯, 엄마를 대하는 게 참으로 어색하다. 아마 아이처럼 무너지는 엄마를 보게 된다면 그 순간 당황스러운 감정과 슬픔이 복받쳐 오를 것만

같다.


매 회 드라마를 보며 왜 이렇게까지 흔한 신파극이 되어갈까 싶었다. 암에 걸리고, 치매에 걸리고, 울고 웃고… 그래서 친구들에게 말했다.

“ 요새 너무 드라마가 극단적으로 가는 것 같아. 병 걸리고 울고..”
그랬더니 내 친구가 말했다. 그게 팩트야. 우리 엄마도 혹이 있다고 다음달에 수술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누구 엄마는 암이래…

이제 우리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나이가

됐나봐.

그 때 깨달았다. 우리의 인생도 드라마처럼 보통의 흔한, 신파극일 뿐이라고. 마지막에 노을진 바다를 보는 늙은 우리의 엄마들을 보며 나 또한 소원하게 된다.


이 순간이 조금 더 오래가길.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게 조금 더 오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