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정리
살면서 적당함을 유지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대부분은 과하거나, 모자란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생각이든 모든 게 그렇다. 그래서 다들 일상에서 미니멀을 찾고 있다. 미니멀을 추구하면서 적당함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나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필요하지 않거나,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해도 티도 잘 안 난다. 그 정도로 나에겐 의미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의미 없는 것들에 쌓여서 의미 있는 게 안 보일 수도 있겠다. 물건뿐 만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에, 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의미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 것 같다)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뭐, 살면서 모든 일이 즐거울 순 없다. 슬픔이 필요한 순간이 있고,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도 있다. 보통 이런 감정은 자의에 의한 선택보다는 타인에 의한, 환경 혹은 천재지변…?
어쩔 수 없어서, 무튼 내가 그런 감정을 선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는 더 복잡하고 어려워서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인다.
10대에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20대에 만난 직장 상사들, 30대가 되어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과 또 다른 직장상사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유지되기도, 사라지기도, 늘어나기도 한다. 서로 맞지 않는 관계는 증발해버리고, 어떤 이유로 맞춰가고 있는 관계는 삐그덕거리고 있다. (나에게 삐그덕거리는 관계란 서로에게 말하지 않을 뿐 불만이 내재된 아슬아슬한 관계다)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어렵다. 특히 아기가 있는 워킹맘이라면 더 어렵다. 생각보다 약속시간을 정하는 게 쉽지 않다. (집안일, 회사일, 운동, 학원 등 의무적인 일들이 점점 쌓여간다)
어떨 때는 누군가와의 약속을 잡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만의 약속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만큼 시간 내기도 어렵고,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런데 가끔 그 시간이 괴롭고, 힘들 때가 있다. 아슬아슬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렇다.
회사일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이,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얼마 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관계에서도 정리가 필요함을 느꼈다. 고마운, 좋은, 아끼는 사람들과 만나기도 힘든데 억지스러운 관계를 의무적으로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거라면, 행복해질 수 있는, 의미 있는 관계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을 수는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좋아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낼 수 있는 시간도 빠듯한데, 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나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었을까. (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무례한 사람들, 직장상사와의 관계 등 억지로 맞춰야 하는 사람들로 이미 피곤하다)
서른한 살, 두 살 나이가 들면 내 고집도, 성격도 두껍고 단단해져서 참고 버티기가 어렵다. 그래서 새로운 관계를 쌓는 것도 힘들고 귀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더 편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편하다는 이유로 소홀히 대하고, 불편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친구 혹은 선, 후배라는 이름으로 불필요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미니멀은 필요하다. 소중한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다. 단순하게 살아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자주 만나고, 굳이 불편한 관계는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