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짠나의일기 Apr 12. 2020

휘게 라이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져온 반 강제성 휘게 라이프


작년쯤, 덴마크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유행하면서 ‘휘게 라이프’ 란 책을 읽었다. 덴마크 행복의 원천에 대해 쓴 책이었고, 그들의 삶의 방식과 여유를 내심 부러워하며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덴마크 사람들은 오후 5시가 되면 모두 퇴근을 하고,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보통 4시에 퇴근 후 집에서 저녁식사를 차리며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을 읽으며, 지금의 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하철에서 출퇴근 시간으로 1시간을 소비하고, 집에 오면 7시, 8 시인 내 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삶이었다.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배운 점도 많았지만 일과 개인의; 삶을 균형 있게 분배하기엔, 너무나 다른 문화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올 2월 말부터 코로나 이슈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내 생활이 휘게 라이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물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친구들과의 모임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나 직장 동료와의 어쩔 수 없는 회식이 사라지는 것 만으로 저녁시간이 여유로워졌다.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활동을 자제하다 보니, 가족을 만나거나 가까운 친구 1,2명을 만나는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대인관계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저녁 6시가 되면, 자연스레 저녁 준비를 하고 7시에는 남편과 아늑한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해도 8시라니, 이게 바로 휘게 휘게 아닐까 싶다. 따뜻한 저녁식사 후에는 남편과 동네 한 바퀴로 산책도 할 수 있다. 저녁 준비하는 시간이 여유로워, 따로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아도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은 강제로 자제하게 되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물론 가끔 치맥일 당기는 날엔, 바로 배달이다.


가끔은, 가까운 친구 1,2명과 약속을 잡기도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임과 장소만 제외한다면, 친한 친구 1,2명과의 만남은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넘치게 해 준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별 대화 없이도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먹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핫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먹는 것. 회사 사람들과 가벼운 수다로, 오전 티타임을 즐기는 것.

여러 친구들과 왁자지껄 술 먹는 것. 설레는 마음으로 해외여행 가는 것. 사람 많은 길거리 데이트를 못하는 것.


코로나로 지금은 꿈꿀 수 없는 일상이지만, 현재 그리고 오늘의 일상이 생각보다 괜찮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는 이 생활이, 나에게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집 밖에 자주 나가지 않아도,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집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헬스장에 가지 못해도 좋다. 1시간 정도, 동네 근처를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은 많이 변하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 집은 점점 온기가 가득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음악, 라디오, TV. 어쩌면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보낸 집의 기억과 비슷하다. 따뜻하고 온기가 넘쳤던 우리 집.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어,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다. 대신 가까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으로 좋은 에너지가 쌓이고, 마음도 평화롭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곧 사라지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도 덴마크처럼 휘게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반 강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자발적인 휘게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통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