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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쇼츄에 진심, 마니아라면 여기

2025 생일맞이 가고시마 여행 #14 - 쇼츄바 S.A.O

by zzoos




가고시마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마다 '쇼츄'에 대한 얘기는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에서 쇼츄라는 얘기를 하려면 가고시마를 얘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쇼츄하면 가고시마, 가고시마 하면 쇼츄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가고시마 여행에서 쇼츄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 제가 가고시마로 여행을 가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쇼츄바 S.A.O 의 입구. 간판을 잘 찾아야 한다.




물론 가고시마는 쇼츄의 도시이기 때문에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쇼츄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식당에서도 십여 종은 물론이고 수십 종류가 넘는 쇼츄를 취급하는 곳이 흔해요. 그러니 굳이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유명한 쇼츄들은 마셔볼 수 있습니다.




지하 1층에 있는 S.A.O


방문할 때마다 오토시가 달라진다. 이번엔 고구마와 호박 포타주.




하지만!


쇼츄에 진심인 사람들은 결국 쇼츄바를 찾게 됩니다. 더 다양한 쇼츄를 경험할 수 있고, 쇼츄에 대한 재밌는 얘기들을 들을 수 있죠. 가고시마에는 이런 곳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게를 찾아내는 것이 쇼츄에 진심인 사람들의 미션 같은 것이죠.


그중에 제가 찾아낸 곳, 바로 쇼츄바 S.A.O(焼酎BAR S.A.O) 입니다.


분카도리(文化通り)를 따라 걷다가 텐몬칸 공원(天文館公園)에 도착하기 바로 전, 건물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간판이 아주 작으니까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S.A.O 의 분위기


S.A.O의 분위기




다른 바에 비하면 백바에 있는 병의 수량이 적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백바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백여종이 넘는 쇼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죠. 그리고 보유 수량만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곳에서는 쇼츄를 좀 더 매니악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에겐 그렇습니다.




항아리에 담긴 것들이 바로 마에와리




S.A.O에서는 '마에와리(前割り)'를 마실 수 있습니다. 소다와리(ソーダ割り)나 미즈와리(水割り), 오유와리(お湯割り)는 아는데 마에와리는 뭘까요? 바로 미리(前) 섞어두는 걸 말합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미즈와리인데 마시기 직전에 섞어서 마시는 것이 아니고, 며칠 전부터 물을 섞어 둔 것입니다.


결국 쇼츄에 물을 섞어서 마시는 것이라 미즈와리와 똑같은 맛일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미즈와리와 다릅니다. 미즈와리보다 좀 더 '동글동글'하게 알코올이 부드러워집니다. 이건 마셔봐야 알 수 있어요. 신기한 경험입니다.




11월 1일은 쇼츄의 날




제가 처음으로 마셨던 마에와리는 만젠(萬膳)의 마에와리였는데, 사장님은 심지어 마에와리에 사용하는 물을 만젠 양조장에서 직접 길어다가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술을 만들 때 사용한 물과 같은 걸 써서 마에와리의 일체감을 높였다는 거죠. 대단한 정성 아니 집념입니다. 제가 이곳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런 쇼츄를 향한 강한 집착 같은 것이에요. 그게 S.A.O의 매력이죠.




5년 숙성 마나즈루의 마에와리


방문할 때마다 한 잔씩




이번에 방문했을 때 마에와리는 어떤 걸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니, 약간은 들뜬 표정으로 '아주 재밌는 녀석이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마나즈루(真鶴)의 5년 숙성 버전을 마에와리 해두었다고 하시네요. 마나즈루는 만젠(萬膳)의 백누룩 버전인데요. 보통의 경우 1년 정도의 숙성을 거쳐서 출하하는데, 이번에 5년 숙성한 것이 출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5년 숙성 메달을 달고 있어요. 이거 너무 맛있어서 방문할 때마다 한 잔씩 마셨습니다.




2024년 8월 8일 병입한 마나즈루


2021년 7월 28일 병입한 마나즈루




사실 병입한 이후의 숙성이 술에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2021년 병입과 2024년 병입을 비교해서 마셔보니 분명히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재밌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마셔본 것 중 또 하나는, 소다와리의 일종이었는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반적인 소다와리는 쇼츄에 탄산수를 섞는 것이죠. S.A.O 에서 마셨던 특별한 소다와리는 마에와리에 '탄산'을 주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원래의 소다와리와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2025년 10월 27일 증류한 나카무라 무료카 신쇼츄 2025.


나카무라 무료카 신쇼츄 2025




또 한 번은 사장님이 '재밌는 걸 보여주겠다'면서 이걸 보여주셨습니다. 나카무라 무료카 신쇼츄 2025(なかむら 無濾過 新焼酎 二〇二五)였는데요. 정확하게 제가 방문하기 이틀 전에 증류한 쇼츄였습니다. 진짜 따끈따끈한 신상품이죠.


마시기 전에 향을 맡아보면 아주 독특한 냄새가 납니다. 증류 과정에서 생긴 독특한 냄새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지만 저는 증류취(蒸留臭)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술은 로쿠로 마시지 않고 미즈와리로 마셨습니다. 그랬더니 그 독특한 냄새가 구수한 향으로 변하더군요.


역시 S.A.O에 오면 특별한 경험들을 할 수 있단 말이죠.




쿠라노시콘 신쇼츄




소다와리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가을이라 그런지 이번에도 신쇼츄(新燒酒)를 추천해 주셨어요. 쿠라노시콘(蔵の師魂)의 신쇼츄였습니다. 병이 투명한 것은 신쇼츄, 어두운 색은 일반적인 병이라고 하네요. 아주 깔끔한 쇼츄였는데 마지막에 고구마 향이 기분 좋게 따라옵니다. 소다와리에 어울리는 술이었어요.




희귀한 보틀로 보이는 조이 화이트의 소다와리




또 한 번은 조이 화이트(Joy White)라는 쇼츄를 소다와리로 추천해 주셨는데, 이것도 재밌는 쇼츄였습니다. 헌데 이 녀석은 아주 희귀한 보틀인 건지, 검색으로 정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단지 조이 화이트라는 것이 고구마의 품종 이름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습니다.




S.A.O의 안주 메뉴


아키 야사이 야끼. 다른 안주에 비해서 양이 굉장히(?) 많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안주를 주문할 수도 있는데요. 양이 정말 적습니다. 그러니 식사 대용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가볍게 입을 정리하는 용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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