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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Dec 13. 2018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5일 차

홍성 홍흥집, 국립 부여 박물관, 국립 공주 박물관


어제는 술을 좀 많이 마셨다. 그래서 느지막이 일어나고 싶었으나 기상 시간은 7시. 늙었기 때문인지 여행에 대한 긴장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멀리, 많이 움직일 것도 아닌데 너무 일찍부터 서두를 필요는 없는 데다가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아침 시간을 보냈다. 게으른 사람의 여행이 갑자기 부지런해지지는 않는 법이다.



한참을 뒹굴거리다가 체크아웃하고 식사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됐다. 어제 추천받은 집()에서 해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지도로 위치를 확인했다. 주차장이 걱정이었지만 일단 차를 몰고 근처를 돌다 보면 뭐가 있어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장터로 향했다.


장터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홍성천변에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차를 세울 수 있었다. 홍성장은 5일장인데 1일과 6일에 장이 선다. 마침 오늘은 16일. 공영주차장도 꽉꽉 차 있었는데, 운 좋게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었다. 초보 운전이라 차들이 빼곡한 사이에 주차하는 게 좀 겁나긴 했지만 멋지게 세이프~



홍성 장터의 모습은 여느 장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해산물이 많아서 놀랐다. 난 홍성을 '바닷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지도를 보니 바다와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 위의 사진만 봐도 갑오징어가 넘쳐나고 갈치와 병어 등등 해산물이 가득.



아, 신나게 장터를 구경할 때가 아니다. 해장을 해야 한다. '돼지 내장탕'이라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확인해야 한다. 이름만 들어도 냄새가 날 것 같은 음식. 하지만 절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극찬과 함께 추천을 받은 가게.


가게를 찾을 때 주의하라는 점이 있었다. 지도 검색을 해보면 근처에 있는 사철탕 가게가 나오니 주의해서 길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실제 카카오 지도에서 '홍흥집'을 검색하니 사철탕 집을 알려준다. 그래서 'B동 4호'를 기억해두고는 그냥 시장을 막 돌아다녔다.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사철탕집보다 훨씬 안 쪽에 위치해 있다.



돼지 내장탕을 파는 홍흥집을 찾아 헤매다가 '30년 전통'이라는 간판을 보고 '우와~' 싶어서 한 장 찍었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30년 정도는 명함도 못 내민다. '2대를 거쳐 50년', '70년' 등등 한우를 오래전부터 다뤄오던 동네답다. 어디를 가도 다 맛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정말 아무 데나 들어가서 소머리 국밥을 먹고 싶었지만 지금 나의 목표는 그게 아니니까!



드디어 찾았다. B동 4호 홍흥집(). 마침 빈자리도 있어서 착석. 수육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낮에는 과식을 잘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간단하게 돼지 내장탕만을 주문했다. 아니 사실 워낙 입이 짧기도 하지만 말이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뜨거운 국물을 아무런 양념 없이 떠먹어 보았더니,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깔끔했다. '돼지 내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잡내에 대한 걱정을 싹! 씻을 수 있는 맛과 향.


추천해주신 분의 말씀에 따라 고추맛기름을 추가하고, 내 취향에 따라 새우젓을 첨가했더니 또 다른 맛의 국물이 된다. 정말 엄청 추천하고 싶은 국밥집이다. 별도의 포스팅으로 남겨두고 싶었으나 사진이 딱 이거 세 장이라 그냥 오늘의 여행기에 같이 붙여두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초강추!


아침 겸 점심... 이라기엔 사실상 점심에 가까운 식사를 마치고 나니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 졌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해도 적당한 커피숍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베스킨라빈스에서 커피를 한 잔 사고 나니... 갑자기 너무나 급해지는 화장실!


이것도 일종의 팁이라면 팁인데,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하나로 마트'를 잘 활용해야 한다. 농협 하나로 마트는 전국 방방곡곡 깊숙한 곳, 없는 곳이 없다. 장을 보기에도 좋고 주차도 무료인 데다가 화장실도 아무나 사용할 수 있다. 은근히 급할 때 도움이 된다.


역시나 홍성 장터 옆에는 하나로 마트가 있었고, 깔끔하게(?) 용무를 마친 다음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차에 탑승. 오늘의 드라이브 시작이다!



혼자서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가장 안타까운 점은 '드라이브'하는 도중에 만나는 기막힌 경치들을 사진으로 찍어둘 수 없다는 점이다. 화창한 날씨와 푸르른 나무들. 특히 국도로 천천히 달리다 보니 너무나 기분 좋은 장면들의 연속인데 정작 사진이나 영상은 없다. 아, 아쉬워라.


어쨌든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국립 부여 박물관(). 주차장을 잘못 보고 들어가서 멀리~ 세웠다가 걸어서 입장하다 보니 안쪽에 주차장이 또 있길래 다시 차를 가져왔다. 차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 그늘에 차를 세워두고 살랑살랑 걸어서 다시 입장.


< 나중에 다시 찾아가서 찍은 김수근 선생님의 (구) 부여 박물관 >


사실 부여 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김수근 선생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70년 개장 당시 왜색 논란에 휩싸였다는 바로 그 건물. 사진으로만 보던 건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부여 박물관을 찾은 것이었는데.



멀리서 본 박물관의 모습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시시한 ㅠㅜ 이제 와서 검색해보니 부여 박물관은 새로 지은 건물로 옮기고,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건물은 문화재 관리소로 사용하다가 현재 백제 공예 문화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일단 왔으니 입장을 해야지! 게다가 밖은 너무 더웠다. 더울 때 여행을 하다 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서 쉬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



박물관의 내부는 백제의 역사에 따라 다양한 전시관으로 나누고,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드는 청동검. 그러고 보면 나는 백제의 선(線)을 참 좋아한다.



의외로 박물관 내부는 촬영 금지가 아니었다. 촬영은 가능하지만 삼각대나 플래시를 쓰는 것은 금지. 그래서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다.



아아, 부여 박물관에는 이것을 보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국보 제287호 금동대향로! 별도로 전시실을 만들어 두었다.



전체의 모습. 아, 정말 정교하고 아름답다.



뚜껑을 열고 안에서 향을 피우면 저 세밀한 물결무늬 사이사이로 향의 연기가 피어올랐겠지.



디테일하게 사진을 남겨두고 싶어서 상부와 하부를 나눠서 찍어두었다.



이것도 국보. 결국 이날 하루에 국보를 몇 개나 봤더라? 여하튼 엄청 많이 봤다.



바로 어제 들렀던 서산 마애 삼존불의 복원 모형.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비교를 위해 이전 포스팅에 올렸던 서산 마애 삼존불의 사진을 다시 포스팅! ㅋㅋ



모든 전시실을 구경하고 박물관 중앙, 천창이 뚫려 빛이 쏟아지는 곳에서 좀 쉬었다.



국립 부여 박물관에서 나와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백제 초등학교와 부여 중학교를 지나 정림사지()까지 걸을 수 있다. 날은 좀 더웠지만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 사이를 걸어 매표소에 도착.


헌데 매표원은 없고 검표원 아저씨만 계셨다. 잠깐만 기다리면 표를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자니 검표원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혼자 여행 중이라고 했더니 팔자 좋다면서 정림사지 5층 석탑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의 새겨놨다는 낙서가 잘 보면 보일 거라는 말씀도.


참고로 정림사지 5층 석탑은 국보 제9호. 현재 남아 있는 백제 시대의 석탑 2개 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국보 제11호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



결국 매표원이 꽤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셨고, 표 없이 입장. 딱 5층 석탑 사진을 몇 장 찍고 돌아 나오다 보니 매표원이 돌아와 있었고, 퇴장하면서 표를 사는 특이한 상황.


박물관을 돌아보고 정림사지 석탑을 보고 나니 왜인지 모를 '문화재 관람욕'이 생겨났다. 어차피 오늘 숙소는 공주로 잡아야 하는데 기왕 박물관 관람을 시작한 김에 국립 공주 박물관()을 봐야겠다는 강한 욕구!


그렇다면 목적지를 네비에 입력하고 출발!


여기서 잠깐, 숙소를 공주로 잡아야 하는 이유는 주말을 이용해 여행에 합류하고 싶은 친구들이 KTX를 타고 내려온다기에 공주역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 뭐, 결국 차가 있는 친구가 합류하는 덕분에 굳이 공주가 아니어도 되긴 했지만.



1일 2 박물관 관람! 국립 공주 박물관 도착. 박물관 주변의 경관과 분위기는 공주 박물관이 더 좋았다. 뭐랄까 더 한적한 공원의 느낌이랄까.


차를 세워두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확인해보니 부여에 갔다면 서동 한우()를 들러보라는 추천이 가득. 아, 정말 아쉬웠다. 서동 한우 본점이 부여에 있었구나. 애들을 태워서 부여로 오는 한이 있더라도 숙소를 부여로 잡았어야 하나. 여길 또 언제 와 보나 하는 아쉬움.


하지만 이미 나는 공주 박물관에 도착 ㅠㅜ



녹음이 가득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입구 근처에 위와 같은 표식이 바닥에 붙어 있길래 사진을 찍었더니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음... 굳이 대단한 장면은 아닌 것 같은데? -0-



국립 공주 박물관은 어찌 보면 단순 명쾌한 박물관이다. 오로지 무녕왕릉의 출토품만으로 만들어진 박물관. 반대로 무녕왕릉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오로지 그곳에서 나온 유물만으로 국립 박물관을 하나 세울 수 있을 정도라니 말이다.


(정확하게는 공주 주변의 다른 유적에서 나온 유물들도 있긴 한데, 그 비중이 너무 차이 나서...)



교과서에서나 보던 유물들이 가득하다. 조명이 매우 어둡고 스팟 조명이 많아서 사진 찍기가 참 힘들다. 역시 이곳도 삼각대와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진 촬영 가능.



뭐랄까 느낌이 좀 색달랐던 유물. 마치 파라오가 누워있는 관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우와~ 우와~ 하면서 유물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 보니 금동 장식품의 뒷면을 촬영했다. 뭐, 뒷면을 자세히 볼 일은 없을 테니 이것도 특이한 사진이라면 사진.



교과서에서 보던 바로 그 귀고리. 교과서에서 보던 바로 그 신발.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갔을 땐 아무런 감흥이 없다가 어른이 된 다음 다시 찾은 경주에서 '아, 이렇게 좋은 곳이었나'라고 느끼는 것처럼 교과서에서 보던 유물들을 한참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너무 놀라워서 가슴이 뛰었다.



이 목걸이는 지금 바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예쁘고 마음에 들었다.


휴, 너무나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집어넣었달까? 엄청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대단히 피곤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내려오면 같이 저녁을 먹어야 할 텐데, 퇴근하고 출발할 테니 꽤 늦어질 것이고... 그래서 뭘 하면 좋을까 하면서 주변을 검색해보는데...


박물관 바로 옆에 온천이 있다! 이름하여 금강 유황 온천()! (여행기를 쓰다 보니 내가 찍지 않은 사진이 너무 많다는 걸 새삼스럽게 그리고 뼈저리게 느낀다 ㅠㅜ)


바로 이거다. 피곤한 몸을 푹~ 담그면서 친구들을 만날 때까지 시간도 때울 수 있구나! 이름이 온천이라고 일본의 노천탕을 기대하진 않는다. 일본에서도 '온천'이라고 모두 노천탕이 있는 건 아니다. 커다란 현대식 목욕탕들도 많다. 온천이라는 건 결국 자연적으로 데워진 물을 사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른 명칭.


말 그대로 푹~ 몸을 담갔다. 오랜만이었다. 손이 쭈글쭈글해질 때까지 몸을 담근 건. 커다란 탈의실에 전신 마사지 의자가 있길래 의자에 잠기듯이 앉아서 자동 마사지도 받았다.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아쉽지만 그런대로"라는 표현이 딱 적절했다.


뜨거운 물로 컨디션을 회복하고 나서 공주 시내에 숙소를 예약했다. 오늘 만날 친구들 2명을 포함해서 총 3개의 모텔 방을 빌렸다. 네비에 숙소를 찍고 가다 보니 뭔가 길이 이상하다. 네비는 우회전을 하라는데 우회전할 길이 없다. 유턴을 해서 다시 돌아와 보니, 아... 정말 작고 좁은 비포장 도로. 2대의 승용차가 지나가기 쉽지 않은 넓이다.


결국 여기서 사고를 쳤다. ㅠㅜ


맞은편에서 차가 오길래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서 피해 주다가 그만, 길가에 놓인 돌에 문짝을... 룸미러나 사이드미러에 보이지 않는 각도에 놓인 돌이었다. 꽤 큰 돌의 뾰족한 부분에 긁힌 거라서 도색만 벗겨진 게 아니라 살짝 파이면서 우그러진 상황. 에효. (나중에 차를 빌려준 친구에게 돌려주면서 보여주니 '잘 안 보이는데? 이런 건 괜찮아~!'라는 반응. 고맙게도 말이다.)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기다리고 있자니 친구들이 도착했다. 살랑살랑 걸어서 라고 말하기엔 좀 많이 걸어서 공주대학교 앞으로 갔다.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저녁. 혼자가 아닌 술.


닭갈비를 저녁 삼아 안주 삼아 소주를 비워 나갔다. 2차는 근처의 이자카야. 3차는 아마도 모텔방이었을 거다. 계속 마시다 보니 사진 찍을 정신 같은 게 없다. ㅎㅎㅎ


여행을 출발한 이후 첫 금요일 밤은 공주대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첫 토요일은 2명이 추가 합류하기로 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숙소를 정하느라 한 2-3일 고생을 좀 했다. 멤버가 확정되지 않는 데다가, 적정한 규모와 위치의 펜션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대천 해수욕장 부근의 펜션으로 낙점.


아, 이후의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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