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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안개꽃 눈송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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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일상의 잡문을 옮겨 봅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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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5-06-27T04:30:52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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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구경이라는 의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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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4T02:08:31Z</updated>
    <published>2026-04-04T02:08:31Z</published>
    <summary type="html">봄이 오면 사람들은 이상할 만큼 달뜨는 느낌이다.  겨우내 몸 여기저기에 묻어 있던 칙칙함을 털어내고, 옷차림을 다소 헐겁게 고친다. 어떤 사람들은 개화 시기를 검색하고, 어딘가로 몰려가 길게 줄을 선다. 그러고는 나무 아래 돗자리를 펴고 앉거나, 거닐면서 위를 올려다보며 감탄한다. 아름답다느니, 눈이 부신다느니, 올해도 봄이 왔다느니 하는 말을 반복한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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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별의 지질학</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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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3T00:01:13Z</updated>
    <published>2026-04-03T00:01:13Z</published>
    <summary type="html">프롤로그: 지도의 끝, 고독의 정점  나는 이별의 모든 얼굴을 목격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인생을 '만남의 기록'이라 말하겠지만, 내게 인생은 오히려 '이별의 지질학'에 가까웠다. 만남이 화려한 꽃을 피우는 지상의 풍경이라면, 이별은 그 꽃이 지고 난 뒤 비로소 드러나는 뿌리의 깊이이자, 세월이 깎아낸 단단한 암석의 속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굳이 만남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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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급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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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8T13:39:07Z</updated>
    <published>2026-03-28T13:39:07Z</published>
    <summary type="html">가장 가까운 사람이기에 나는 그대의 가장 아픈 곳을 안다. 어디를 찔러야 비명이 터지는지 어느 결이 가장 연약한 살점인지 나는 그 마음의 설계도를 쥐고 있었다.  그 모든 걸 알면서도 한 마디 말을 더해기어이 그 급소를 찾아 날카롭게 박아 넣었다. 그때의 나는 그러고 싶었고 그래도 되는 줄로만 알았다. 내뱉는 순간의 해소는 서늘한 쾌락이었으나 그것은 결국</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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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의 공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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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7T09:51:41Z</updated>
    <published>2026-03-27T09:51:41Z</published>
    <summary type="html">1장 &amp;mdash; 준혁의 핸드폰 준혁의 핸드폰 갤러리에는 사진이 4,200장 있었다. 그중 절반이 해외였다. 다낭의 수영장, 오사카의 골목,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 찍은 셀카. 배경은 매번 달랐지만 표정은 늘 같았다. 살짝 올린 턱, 입꼬리는 한쪽만. 연습한 표정인지 타고난 표정인지는 본인도 몰랐다. 당근 모임에 처음 나간 날, 준혁은 핸드폰을 테이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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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혁신이 태어나는 좁은 틈 - 체념과 무지 사이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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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6T03:04:43Z</updated>
    <published>2026-03-26T03:04:43Z</published>
    <summary type="html">현장을 아는 사람은 종종 포기하고,현장을 모르는 사람은 종종 틀린 문제를 푼다.그 사이 어딘가에 진짜 질문이 있다.  2026년 3월  병원 원무과에서 15년을 일한 사람이 있다. 그는 환자가 퇴원할 때마다 서류 세 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다. 같은 정보를 세 번. 전산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스템이 세 개라서다. 각각 다른 회사가 만들었고, 서로 연동</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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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생선구이집 오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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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8T07:40:26Z</updated>
    <published>2026-03-18T07:40:26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는 추적추적 내렸다. 시장 골목에 낮은 처마들이 빗물을 받아내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깔리는 가운데, 생선구이 골목 앞에는 손님들이 길게 나래비를 섰다. 좁은 골목에는 생선 기름 냄새와 사람들의 체온이 뒤섞여, 식당 안은 후끈하고 바깥은 눅눅했다. 주인장은 계산대 앞에 서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줄이 길든 짧든, 비가 오든 해가 뜨든&amp;mdash;그 얼굴에는 무언가 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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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새벽의 심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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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4T01:21:08Z</updated>
    <published>2026-03-14T01:21:08Z</published>
    <summary type="html">낡은 필름 속에 고인 침묵은 늘 같은 시각에 재생되었다. 푸른 새벽공기는 잊힌 기억을 끌어올리는 힘을 지녔고, 좁은 방 안 낮은 조도 아래로 밤의 무게가 내려앉았다. 책상 구석에 놓인 오래된 사진첩이나 누군가 남기고 간 짧은 쪽지를 굳이 펼쳐보지 않아도, 과거는 스스로 걸어 나와 나를 마주했다. 그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밤의 의례였다. 그 시절의 나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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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화(印畵)되지 않는 노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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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7T08:27:43Z</updated>
    <published>2026-02-17T08:27:43Z</published>
    <summary type="html">세상의 모든 길은 문장이어서 신발 밑창에 묻어온 흙먼지조차 누군가 밤새 고쳐 쓴 파지(破紙)일지 모릅니다. 그대는 발걸음을 멈추어 허공으로 흩어지던 비명을 붙잡고 소멸해가는 것들의 등 뒤에 나직한 문등(門燈) 하나를 걸어 두었습니다. 셔터를 누르기 직전, 우주가 숨을 죽이고 세계선이 모여드는 그 정점에서 그대의 렌즈는 박제가 아닌 '부활'을 꿈꿉니다. 시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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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유예된 마침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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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2T06:27:31Z</updated>
    <published>2026-02-12T06:27:31Z</published>
    <summary type="html">합격 문자를 확인한 순간, 가장 먼저 눈물이 터져 나온 건 기쁨 때문이 아니었다. 지난 4년, 내 이름 앞에 붙었던 '고시생'이라는 비루한 꼬리표를 떼어내 준 건 내가 아니라 연인, 민호였기 때문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밤샘 물류 센터 일을 전전하며 내 학원비와 책값을 대던 그의 거친 손등이 떠올랐다. &amp;quot;민호야! 나 됐어, 드디어 끝났어!&amp;quot; 그는 말없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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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황혼의 노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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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1T06:03:36Z</updated>
    <published>2026-02-11T06:03:36Z</published>
    <summary type="html">긴 그림자가 발치에 내려앉고서야  비로소 세상의 색채가 보인다.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우리는 얼굴을 놓쳤다.  길가의 이름 모를 풀꽃,  스쳐 지나간 눈빛,  내 안의 얼굴마저도.  뜨거운 태양은 식어  성숙한 노을이 되고,  치열했던 욕심은  파도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채우려 애썼던 세월은 가고  남은 것은 비워내는 평온.  사랑은 격정보다 깊은 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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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눔의 흔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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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05T01:02:17Z</updated>
    <published>2026-02-05T01:02:17Z</published>
    <summary type="html">창가에 놓인 고구마 반쪽, &amp;nbsp;햇볕과 바람에 맡겨진 채 &amp;nbsp;새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주인은 욕심을 내려놓은 듯, 덮개 없는 자리, &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그 빈자리에 새들의 노래가 채워진다.  작은 새들이 날아와 부리를 대고 조심스레 흔적을 남긴다. &amp;nbsp;&amp;nbsp;&amp;nbsp;그 자국은 상처가 아니라 &amp;nbsp;&amp;nbsp;&amp;nbsp;생명을 이어가는 기록, 자연과 함께 나누는 선물이 된다.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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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독을 덜어내는 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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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04T02:02:59Z</updated>
    <published>2026-02-04T02:02:59Z</published>
    <summary type="html">고요한 밤, 말하지 않은 마음은 창백한 어둠 속에 숨어 흐른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손끝으로 작은 불빛이 켜지고, 외로움의 그림자를 하나 보낸다..  겉으로는 가벼운 웃음, 속으로는 무거운 울림. 겉바속촉처럼 종이 위에 스며든 잉크처럼 보잘것없어 보이는 흔적이 사실은 깊은 고독의 자취다.  아침의 맑은 공기 속에서 나는 흐릿한 인연의 안개를 본다. 말하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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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연신내 롯데리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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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03T08:18:42Z</updated>
    <published>2026-02-03T04:38:36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늘 롯데리아 미라클 버거를 먹으면서 예전 생각을 잠시 해본다. 당시 불광시장은 연신내 사거리와 맞닿아 늘 살아 움직이는 심장 같은 곳이었다. 좁은 골목마다 상인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채소와 과일, 생선과 고기 냄새가 뒤섞여 공기를 가득 채웠다. 장바구니를 든 어머니들의 발걸음은 분주했고,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그 사이를 뛰어다니며</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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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버티는 힘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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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02T00:50:41Z</updated>
    <published>2026-02-02T00:50:41Z</published>
    <summary type="html">삶은 늘 무게를 지니고 다가온다.  마치 신의 입자처럼...  아픈 몸은 바람처럼 스쳐가고,  무거운 마음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하루도, 결국은 저녁의 빛 속으로 사라진다.  솔로몬의 말처럼, &amp;ldquo;이 또한 지나가리라.&amp;rdquo;  고통은 그렇게 흘러가고,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나 진짜 무너지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  세상에 내 편이 아무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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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가 아무개에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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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30T12:46:07Z</updated>
    <published>2026-01-30T12:46:07Z</published>
    <summary type="html">누구의 인생이든 문 밖에는 사자가 있다. 단 하나도 예외는 없다. 어느 누구의 삶에도, 나의 삶에도, 그 문 앞에서 마주해야 할 사자가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기도 하고, 선택의 무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아가지 않으면, 그 사자를 마주하지 않으면 인생은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나는 아무개에게 말했다. &amp;ldquo;팔자(八字)도 있어 사는 것이 있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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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형교를 위한 소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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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28T23:53:37Z</updated>
    <published>2026-01-28T23:53:37Z</published>
    <summary type="html">서울 중랑구 묵동의 허름한 단칸방에 사는 오형교는 하루하루를 일용직 노동으로 연명하는 사내였다. 그의 삶은 늘 고단했고, 녹내장으로 흐려져 가는 시야는 세상과의 거리를 더욱 좁히고 있었다. 저녁이면 그는 술에 기대어 하루의 피로와 상처를 잊으려 했지만, 술은 잠시의 망각만을 줄 뿐, 마음 깊은 곳의 공허와 상실을 덮어주지 못했다. 그는 오래전 가족을 잃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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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행복을 묻는 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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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28T12:00:00Z</updated>
    <published>2026-01-28T12: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행복하니, 지금 이 순간에? 바람은 대답하지 않고 창가의 불빛만 흔들린다.  &amp;quot;그리고 또한&amp;quot; 관심 있는 그 사람에게도 묻는다 너는 행복하니, 나와 같은 길 위에서? &amp;nbsp;&amp;nbsp; 아니 또 다른 길 위에서?  마치 행복하지 않으면 숨조차 허락되지 않는 듯한 절박함, 그제야 빛을 드러낸다.  그러나 행복은 쥐려 하면 흩어지는 물처럼 손바닥</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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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본능과 규범, 그리고 인류의 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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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09T09:53:53Z</updated>
    <published>2026-01-09T09:53:53Z</published>
    <summary type="html">숲 속의 사슴은 포식자를 만나면 망설임 없이 달아난다. 도망은 생존의 본능이며, 그 본능 덕분에 사슴은 오늘도 살아남는다. 그러나 인간은 달랐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amp;ldquo;도망치면 안 된다&amp;rdquo;라는 규범을 만들었다. 이 질문을 초등학생이 던졌다는 사실은 놀랍다. 아이는 단순히 &amp;lsquo;도망은 나쁘다&amp;rsquo;라는 도덕적 판단을 반복하지 않고, 이렇게 묻는다: 「動物は本能に従って</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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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관계의 유효기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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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08T02:36:34Z</updated>
    <published>2026-01-08T02:36:34Z</published>
    <summary type="html">인연은 언제나 시작보다 끝이 어렵다. 처음엔 설렘으로 다가오고, 익숙함으로 머물다, 어느 날엔 침묵으로 멀어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끝을 인정하지 못한 채, 오래된 감정의 그림자를 붙잡고 서성인다.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상사는 퇴사와 함께 남이 된다. 명절에만 얼굴을 보는 친척은, 그저 가끔의 인사로 충분하다.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 억지로 말을 걸 필요는 없</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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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겨울 산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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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06T07:06:10Z</updated>
    <published>2026-01-06T07:06: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중산간 들판에 잠든 집 위로 눈 내리면 고요가 흰 숨결로 번져간다. 바람의 길을 따라 차가운 눈꽃이 흩날리고 돌담은 묵묵히 그 빛을 받아 겨울의 이야기를 쌓아 올린다. 새벽은 느리고 조용히 다가와 눈발 속에 길을 감춘다. 발자국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산담은 오직 침묵으로 말을 한다. 그 침묵 속 어느 한 귀퉁이에서 나는 오래된 제주를 본다. 구멍 숭숭 뚫린</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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