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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비움과 채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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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일들, 비움과 채움을 통한 삶의 방정식, 그리고 자연이 건네는 메시지를 글로 담고자 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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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01-02T10:40:59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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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월 첫날의 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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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05-01T01:08:20Z</published>
    <summary type="html">5월의 문을 여는 아침입니다. 4월이 건네준 바통을 이어받은 5월은, 한층 짙어진 초록의 숨결을 품고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꽃잎이 흩날리던 자리를 채우는 것은 이제 연둣빛을 지나 깊어지는 잎사귀들, 그 안에 담긴 생명의 힘입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맑아지고, 가만히 서 있어도 새로운 시작의 기운이 스며듭니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단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yGn77b8ASctRuKpnFZ_wVQMYCzo"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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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월을 보내며, 5월을 맞이하는 마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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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01T01:06:32Z</updated>
    <published>2026-05-01T01:06:32Z</published>
    <summary type="html">4월의 끝에 서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꽃으로 가득했던 시간들이 눈부시게 스쳐 지나가고, 앞을 바라보면 어느새 초록이 깊어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계절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분홍빛으로 물들었던 풍경은 이제 연둣빛으로 갈아입고, 벚꽃과 진달래가 머물던 자리에는 싱그러운 잎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흩날리던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zGW7TpDt-ntRFyKdl0-_HPw8-F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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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모란과 작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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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25T07:20:33Z</updated>
    <published>2026-04-25T07:20:33Z</published>
    <summary type="html">정원에 들어서자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지인의 정원 곳곳에는 모란이 활짝 피어 있었고, 풍성한 꽃잎마다 햇살이 머물러 있었다.   그 앞에 서는 순간 오래전 교과서에서 읽었던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시가 저절로 떠올랐다.    &amp;ldquo;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amp;rdquo;  학창 시절에는 그저 아름다운 시구로만 읽혔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x9XkNK4wuOJ7BBNo5TdYqYDOceQ"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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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주에서의 하룻밤, 황토집이 가르쳐 준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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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24T00:36:43Z</updated>
    <published>2026-04-24T00:36:43Z</published>
    <summary type="html">지인의 초대를 받아 오랜만에 나주를 찾았다. 스무 해 만의 방문이었다. 낯익은 지명은 그대로였지만, 세월은 풍경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금성관 앞 곰탕집에서 한 그릇을 비우며 먼저 지난 시간을 만났다. 국물 한 숟갈에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분명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있는데, 입안에는 스무 해 전의 시간이 함께 고여 있는 듯했다.  식사를 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dhzEAYzlr3tRn0-mot_3YTCcC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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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봄은 시련 없이 익지 않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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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01T01:13:51Z</updated>
    <published>2026-04-21T15:43:32Z</published>
    <summary type="html">4월도 어느새 스무날을 지워냈건만, 오늘 아침은 영락없는 겨울의 끝자락 같습니다.   달력은 분명 봄의 한복판을 가리키고 있는데,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은 계절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듯 매섭기만 합니다.    꽃샘추위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오늘은 꽃만 시샘하는 것이 아니라 잎샘까지 부리는 듯합니다.   며칠 새 나무마다 연둣빛 새순이 올라오고, 사람들 옷&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s59vd40v-r0lK42tsWlqTebPgo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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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곡우(穀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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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20T00:42:19Z</updated>
    <published>2026-04-20T00:42: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제 오후녁, 농사짓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부터 분주했다.   이제 큰일 났다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무슨 호들갑이냐고 웃었더니 친구는 한숨 섞인 웃음으로 말했다.  &amp;ldquo;내일이 곡우잖아. 농사꾼들에겐 지금부터 골병 시작이야. 하하하하&amp;rdquo;  나는 그제야 달력을 들여다보았다.   곡우는 24 절기 가운데 여섯 번째 절기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uQtfmeAjDkBqglnrxzPBrPuOF3Q"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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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람이 꽃입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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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8T04:14:59Z</updated>
    <published>2026-04-18T04:14:59Z</published>
    <summary type="html">엊그제까지만 해도 꽃이 핀다며 봄이 왔다고 서로의 안부를 나누느라 분주했던 날들이었습니다. 골목마다 전해지던 꽃소식에 마음이 먼저 설레고, 계절은 그 설렘을 따라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꽃은 자리를 비워주고, 그 자리마다 연둣빛 초록이 잔잔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봄은 그렇게 색을 바꾸며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 또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kj9f2UX_wqlIehs0IJ7PnUq7qIo"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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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 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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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8T04:13:39Z</updated>
    <published>2026-04-18T04:13:39Z</published>
    <summary type="html">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꽃이, 내려오는 길에야 눈에 들어옵니다. 한참을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에는 길가에 무엇이 피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저 더 높이, 더 멀리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그 길 끝에야 비로소 내가 꿈꾸던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남들이 잠시 멈춰 웃고 있을 때면, 그 여유를 부러워하기보다 속으로 이렇게 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dYH_YMuhRDt0HtuWL1T-nT14oSY"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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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분리수거장에서 만난 경제학</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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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6T07:30:33Z</updated>
    <published>2026-04-16T07:30:33Z</published>
    <summary type="html">헌 옷을 들고 나서는 길이었다.  의류수거함에 넣고 돌아올 생각으로 가볍게 나섰는데, 건물 분리수거장 앞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마주했다.  앞집 할머니께서 작은 의자에 앉아 두 손을 쉼 없이 움직이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미 버려진 쓰레기봉투를 다시 풀어 하나하나 분리하고 계셨다.  &amp;ldquo;요즘 사람들 말이야, 봉투도 반도 안 채우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istJd7QZ4Ubd7dUFkVbRcnbSKik"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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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봄이 오는 길에' 늘 따라온 그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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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5:16:18Z</updated>
    <published>2026-04-13T05:16:18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람에게도 봄 냄새가 난다. 풀처럼, 나무처럼, 꽃처럼. 그가 3월, 봄에 태어난 데다가 봄노래를 불렀고, 봄처럼 싱그러운 음색과 미소도 여전하니 흐드러진 벚꽃도 잠시 숨죽여 보는 것 같았다.&amp;quot;  오늘 신문을 넘기다 마주한 한 줄의 기사가 오래된 기억의 문을 열어젖혔다.  박인희. 그 이름 석 자는 내게 단순한 가수 이상의 의미로 남아 있다.  한 시절의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8d7S6V7uHdBd387FR9qooIHgB-I"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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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산 넘어 남촌에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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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1T09:02:22Z</updated>
    <published>2026-04-11T09:02:22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도 모르게 읊조린 노래 가락에 스스로 흠칫 놀랐다. 어느 해 봄날, 둘째 형이 눈만 뜨면 부르던 노래였다. 어린 나 역시 그 유행가를 따라 부르다 보니 뜻도 모른 채 외워 버린 노래였다.  세월이 흐르고 또 흘렀는데 그 시절의 노래를 내가 다시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놀랬다. 이 노래를 부르면 묘하게 흥이 살아난다. 마음 한편이 간질거리며 어딘가로 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Yuhqg6eCAcuM1HCEEuBKp1k7cLo"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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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금이빨 삽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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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8T23:28:35Z</updated>
    <published>2026-04-08T23:28:35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랜만에 구두수선집에 들렀다. 주인장은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었다.  예전에는 구두를 신을 일이 많아 자주 들르던 곳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운동화를 신게 되면서 발길이 뜸해졌다.  유리창에 붙은 문구들은 낯익었다. &amp;lsquo;구두수선&amp;rsquo;, &amp;lsquo;상품권 교환&amp;rsquo;&amp;hellip; 그런데 그 사이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amp;ldquo;금이빨 삽니다.&amp;rdquo;  구두수선집과 금이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nhBzo8ENpZc1H1BoiCmBujJyup8"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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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희망이 꽃피는 자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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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8T08:59:41Z</updated>
    <published>2026-04-08T08:59:41Z</published>
    <summary type="html">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주어진 주제를 함께 공부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경제를 배우는 스터디 모임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제 공부를 위해 모였지만, 어느새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서로가 궁금해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는 대소사(大小事)가 있을 때나 얼굴을 보는 경우가 많아, 일 년에 몇 번 만나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런데 이 모임의 멤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5F0A07xI6Esf805fkcFW9S_Q8vA"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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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잎샘추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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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7T16:47:49Z</updated>
    <published>2026-04-07T16:47:49Z</published>
    <summary type="html">꽃샘추위 아침에 비가 내렸다. 봄비치 고는 조용했고, 겨울비치고는 부드러웠다. 종일 내려주었으면 했는데 오전 중에 그쳐 살짝 아쉬웠다. 봄가뭄 탓인지 꽃들이 피어 있으면서도 어딘가 목마른 얼굴로 보였기 때문이다. 막 터진 꽃잎들은 햇살보다 물기를 더 기다리는 듯했고, 가지 끝은 아직 덜 깨어난 표정이었다.  비는 짧았지만 계절은 이미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IJIc4fAOt7_wgmrGFTAPpQ7Nlbw"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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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식(寒食) 날의 기억</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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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5T21:39:22Z</updated>
    <published>2026-04-05T21:38:07Z</published>
    <summary type="html">한식날이 다가오면 늘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우리 동네 숫돌고개를 넘어 양지바른 비탈에 자리 잡은 커다란 봉분들. 여러 기의 묘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봉분은 개구쟁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봉분 위에 올라 비료포대를 엉덩이에 깔고 미끄러져 내려오면, 그 짧은 경사가 얼마나 스릴 있었는지 모른다. 묘 앞에 줄지어 서 있던 석상 위에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CdzRxNUsVjT-4QGd_7l1tlEQ8e4"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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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목련꽃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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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4T04:02:52Z</updated>
    <published>2026-04-04T04:02:52Z</published>
    <summary type="html">앞집 할머니께서 공터에 앉아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계셨다. 봄나물이라도 다듬는 줄 알고 다가가 보니, 할머니의 손끝에는 꽃잎이 차곡차곡 놓이고 계셨다. &amp;ldquo;잘 말았어, 목련꽃잎이여.&amp;rdquo; 그 말 한마디에 봄의 향기가 스며 있었다.  담장 너머 커다란 목련나무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백열전구처럼 환하게 빛나던 하얀 봉오리들을 달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꽃이 터지기 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kRzpvTl5O9JYFpCrqLqIDffX3vo"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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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브레이크가 없는 나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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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3T00:14:27Z</updated>
    <published>2026-04-03T00:14:27Z</published>
    <summary type="html">점심을 함께한 선배님의 말이 낯설었다. 운동을 좋아하시고, 여행을 즐기시고, 사람들을 늘 불러 모으시던 분. 의리의 사나이로 불렸던 그 선배님이 오늘은 다르셨다.  그 많던 선배와 친구, 후배들이 하나둘 떠나고 연락할 사람도, 나갈 이유도 줄어들었다며, 좋은 풍경도 감흥이 없고,  맛있는 음식도 당기지 않고, 누군가 부르는 자리도 피하게 된다고 했다.  겉&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iJRKlaEX1PjAhE8xVxLdhqkJgQM"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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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월이 열렸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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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1T22:04:31Z</updated>
    <published>2026-04-01T22:04:31Z</published>
    <summary type="html">라일락과 벚꽃이 팡파르를 울리듯 봄의 문을 활짝 엽니다.  겨우내 굳어 있던 가지마다 연둣빛 기운이 스며들고, 부풀어 오른 꽃망울은 계절이 다시 숨을 고르며 시작된다는 신호처럼 보입니다.  겨울의 잔기운을 밀어내고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력의 절정, 4월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걸음으로 우리 곁에 다가섰습니다.  영국이 시인 T. S. 엘리엇은 4월을 &amp;lsquo;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tD2_tHffvsekpZEHfmPZkNJf8h8"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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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월을 보내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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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31T16:47:02Z</updated>
    <published>2026-03-31T16:47:02Z</published>
    <summary type="html">3월이 떠나려 합니다. 간간이 심술을 부리던 꽃샘추위를 밀어내고, 동면하던 만물을 하나씩 깨우고,  차례로 꽃들을 피워내던 그 부지런한 손을 털고 이제 조용히 4월에게 자리를 건네려 합니다.  온 산을 누비고 온 들판을 돌아치고 골목마다 봄기운을 채워 놓던 그 바쁜 손길을 털고 이제는 잠시 쉼을 향해 물러 가려합니다.  가는 길에  꽃들이 마중을 나왔습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JK4yRKkj9idvIPpF0rFGUTdQoLM"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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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나무재선충</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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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8T01:48:35Z</updated>
    <published>2026-03-28T01:48:35Z</published>
    <summary type="html">양양으로 향하는 출장길이었다.   시원하게 뚫린 서울 양양 간 고속도로를 달리며 창문을 조금 내렸다.   겨울 끝자락을 밀어내고 올라오는 봄 공기가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아직 완전히 푸르지는 않았지만,   메마른 숲 사이사이로 연둣빛 기운이 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이상했다.    산 중턱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7tY%2Fimage%2FWv-tW-B_bwL6xg896FsC42jIWMw"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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