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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율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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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디자이너, 때때로 글을 씁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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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5-07-20T14:02:1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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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출렁다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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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2:19Z</updated>
    <published>2020-10-31T13:10:5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일요일 오후, 달리는 차 안. 여자는 바쁘다. 운전하랴, 재잘대랴, 와싹와싹 노란 단감을 씹어대랴,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랴 여간 바쁜 게 아니다. 남자는 등받이에 기댄 채 반쯤 눈을 감고 있다. 저 여자&amp;hellip;&amp;hellip; 불안한 모양이다. 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네. 정신의 빈틈을 만들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구나. 남자는 등받이를 낮춰서 반쯤 눕는다. 팔짱을 끼고</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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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꽃배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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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4:33Z</updated>
    <published>2020-10-31T13:09:41Z</published>
    <summary type="html">도로변 화단에 꽃배추가 추레하게 늘어져 있다. 납작하게 땅에 붙어있어야 예쁘게 보이는 화초인데 꽃대가 쑥 올라와 있다. 제 한 철을 다 산 것이다. 늙은 닭의 털 빠진 목처럼 더덕더덕한 꽃대가 땅에서 한 뼘이나 자라 올랐다. 겨우내 저 꽃배추들은 도톰하고 빳빳한 잎들이 손가락 하나 안 들어갈 듯 빼곡히 차 있었다. 이파리 끝에 짧은 레이스를 살짝 감고 하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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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엄마, 나 이빨 뺐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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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12T01:38:18Z</updated>
    <published>2020-10-31T13:08:12Z</published>
    <summary type="html">엄마, 나 오늘 이빨 뺐어. 내 몸에서 가장 단단한 것인데, 어찌하면 빼지 않을까 일 년 이상 고민을 하다 결국 오늘 빼고 말았어. 의사가 말했어. 솜을 꽉 물고 배어나오는 피와 침은 꿀꺽 삼키라고, 그래야 지혈이 빠르다고. 엄마, 어떤 여류시인이 지금 내 나이 즈음을 콩떡이라고 하더라. 부드럽고 말랑하고 구수하지만 누구도 선뜻 집어가지 않는 뷔페상 위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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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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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4:53Z</updated>
    <published>2020-10-31T13:06:22Z</published>
    <summary type="html">벽이 터진다. 천년의 벽, 무량수전의 벽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빛조차 숨을 죽이고 있는 전각, 그 안에 여자 하나 엎드려 있다. 어두운 윤이 나는 널마루, 검은 좌복. 그 위에 야윈 여자 하나, 오래도록 엎드려 있다. 갈퀴 같이 야윈 손을 위로 펴고서. 지난 추석, 어른을 뵈고 돌아오며 잠시 길을 휘어 부석사를 들렀다. 층층의 누마루와 크고 작은 전각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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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경부선을 내려오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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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5:00Z</updated>
    <published>2020-10-31T13:05:13Z</published>
    <summary type="html">늦겨울, 막바지 추위가 남은 기운을 다 소진하고 가려한다. 춥다. 서울은 겹겹이 옷을 입고 있어도 추웠다. 늦은 오후, 기차를 타고 내려간다. 차창 밖. 침잠하는 해, 겨울나무 뒤로 파편이 되어 있는 붉은 황토빛 하늘, 잎새도 없는 겨울나무 하나, 둘, 셋&amp;hellip; 낮으막한 산능선에 고즈넉이 서 있다. 바람도 없는데 오소소 떤다. 하늘이 자르르 흔들린다. 하늘조각</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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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울어보시겠습니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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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5:11Z</updated>
    <published>2020-10-31T13:03:56Z</published>
    <summary type="html">고즈넉하다. 도심 속의 아파트 고층은 늘 고즈넉하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철저한 단절 속에 놓여 있는 섬, 하늘에 떠 있는 &amp;lsquo;공중섬&amp;rsquo;이다. 닫혀있는 베란다 샤시, 삼겹 유리에 입매가 꼭 맞아 떨어지는 고무 창틀. 완전한 방음, 빈틈없는 차단이다. 그렇다고 집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다. 납작한 벽시계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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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푸른 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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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5:17Z</updated>
    <published>2020-10-31T13:03: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엽이야! 너 혹시 푸른 피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나 몰라. 코가 얼얼한 게 아니라 가슴이 먹먹해 지는 그 냄새 말이야. 세상에, 한나절이 지났는데 코끝에는 아직도 그 냄새가 달려 있네. 모든 신경은 뇌로 가는 게 아니었나, 그 푸른 피 냄새는 왜 자꾸 가슴에 번지는 게야. 내 후신경의 어디가 잘못 되었나 봐. 아이고, 내가 못살아. 나 오늘, 늦은 출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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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하이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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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5:22Z</updated>
    <published>2020-10-31T13:01:32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마에 닿는 공기가 참 좋다. 세상이 환하고 찰랑이는 나뭇잎도 한결 생기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건물 유리창에 비친 내 옆모습이 흐뭇하다. 다리가 길고 늘씬해 보인다. 착한 몸종을 둔 덕분이다. 나를 상승하도록 받쳐주는 이 몸종은 저도 유쾌한지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또각또각, 경쾌한 리듬의 노래를. 흔히 출세한 사람들을 일러 세상을 눈 아래로 본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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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생계형 공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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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5:28Z</updated>
    <published>2020-10-31T12:57:19Z</published>
    <summary type="html">드디어, 날이 왔다. 공사를 하는 날이 왔다. 긴장된 마음으로 공구소리 요란한 공사장에 들어선다. 몇 개의 방에서 쉴 새 없이 새어 나오는 것들. 웅웅 울리는 드릴소리, 아릿한 노린내&amp;hellip;&amp;hellip; 그리고 두려움. 이윽고, 문 하나가 열린다. 강한 조도의 빛이 폭발하듯 새어나온다. 문 안으로 발을 옮긴다. 발이 떨린다. 몸도 떨린다. 체포되어 가는 범인처럼 마음까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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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로수의 마지막 여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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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5:35Z</updated>
    <published>2020-10-31T12:55:2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제, 저 나무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어디서 어떤 최후를 맞게 될까. 저 측은한 팔자를 어찌할꼬&amp;hellip;. 길을 오갈 때 마다, 나무들을 볼 때 마다 속이 아린다. 양정에서 부전에 이르는 오래된 도로 '부전로', 부산의 대표적인 애완동물 거리였던 이 길이 도로 확충 공사로 어수선하고 황폐하다. 그 길의 좌우에 도열한 나이 든 플라타너스들. 길 가장자리에 머리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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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꽃게 백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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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0-31T17:31:57Z</updated>
    <published>2018-08-17T21:26:01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nbsp; 나는 백정이다. 꽃게백정이다. 삶아 죽이고, 얼려 죽이고, 절여 죽인다. 그러고도 모자라 또다시 부관참시, 능지처참의 형을 더한다. 무쇠연장으로 자르고 베어낸다. 참으로 유능하다. 초보주부 때이다. 요리상식에 귀를 빠끔히 열 즈음이다. 들은 대로 게를 살아있는 채로 사왔다. 염수 생물인 그들은 담수에 닿자 숨이 막혀 반쯤 넋을 놓는다. 늘어진 그를 도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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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녀 외로운가 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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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11-07T23:45:06Z</updated>
    <published>2018-08-17T21:24:01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녀는 얼마나 쓸쓸한 것일까. 이렇게 거센 폭풍이 치는 날 국화를 안고 오다니&amp;hellip;&amp;hellip; 자그마한 저 여자는 얼마나 외로웠기에 가을 태풍이 몰아치는 이런 날 국화다발을 안고 왔을까. 힘이 뻗어 주체를 못하는 바람, 바람의 부대낌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 나무의 생이파리들&amp;hellip;&amp;hellip; 그 이파리들이 빗물과 함께 허공을 휘젓는 이런 밤에 어쩌자고 국화를 한아름이나 안고 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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