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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빨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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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지나치는 풍경과 온기. 불안을 기억하고 씁니다. 따뜻하고 슬픈 이야기. 운문과 산문 사이에 글을 씁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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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2-12-16T10:24:2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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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꽃바람 - 이 생을 빚지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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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9T07:00:12Z</updated>
    <published>2026-04-09T07: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꽃샘추위가 예보된 날이었다. 그날따라 찬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등기를 보내기 위해 찾은 우체국 뒷마당에는 벚꽃이 여러 그루 활짝 피어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바람에 벚꽃이 오소소 일어났다. 나비 날갯짓 같은 꽃바람이 불었다. 연분홍 꽃잎이 공중을 한들한들 날았다. 신부 어머니의 연분홍 색 치맛자락이 펄럭이는 것 같았다. 어지럽게 날아다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Kvv6N4l3t7z8v-tlOlEo5NiCvTk.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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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봄냄새 - 벚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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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9T14:22:12Z</updated>
    <published>2026-04-02T13:17:21Z</published>
    <summary type="html">향긋한 냄새에 뒤돌아보니 바람에 실려온 꽃냄새였다.  손가락을 쫙 펼쳐본다. 며칠 전 친구가 붙여준 네일 스티커가 반짝반짝 빛난다. 손톱이 잘 찢어지고 손에 상처가 많아서 네일아트는 해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 네일스티커 하나에 기분이 좋아진다. 손톱에 벚꽃이 앉아있다.   버스정류장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타신다. 노란 커버가 씌워져 있는 노약자석에 앉으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vcaydzE9wsvomsg5S1cX5aiSfJs.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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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봄비와 달래 - 불행과 행복은 깨져서 온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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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6T12:43:56Z</updated>
    <published>2026-03-26T12:43:56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직 갈지 않은 밭에서 검은 비닐이 나부끼고 있었다. 몇몇의 부지런한 농부들의 밭은 갈아 엎어져 벌써 양파나 마늘을 심어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밭둑에는 검불들이 엉켜있는데, 농수로에는 산에서 녹아 흘러든 맑은 물이 졸졸졸 흘렀다. 자갈을 섞어 만든 시멘트 농수로 바닥의 모래가 영롱하게 비추어 보였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의 옷차림은 겨울이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M5DENr94fIBXV6OmO9vZoKPRnNY.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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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여행과 햇볕 - 빛이 있는 곳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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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9T07:01:03Z</updated>
    <published>2026-03-19T05: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감사를 세 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감사할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일어났을 때 일어나고 난 후에  할머니 세 분이 식당 앞 경계석에 앉아 볕을 쬐고 계신다. 봄이 되면 어디선가 나타난 할머니들이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계신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찾는다. 할머니들도 그러할 것이다.  입술이 불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Au42JoeH-36QfHurxqTkyaabsoo.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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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봄비와 전쟁 - 먹고사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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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2T05:00:12Z</updated>
    <published>2026-03-12T05: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가 온다는 핑계로 산책을 가지 않았다. 향초를 켜고 집안에 습기를 말렸다.   겨울에는 샤워를 하고 나오면 건조하게 데워진 공기에 머리가 빨리 말랐다. 젖은 머리로 티브이 앞에 앉아 영화를 본다. 전술을 짜는 주인공의 독백이 낮게 들려온다.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어서 인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한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소리만 길게 들린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qLEwGYYvLwCIF6yY2toX95W1njQ.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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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지는 해 - 잘 살아야지 했다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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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1T08:33:24Z</updated>
    <published>2026-03-05T04:52: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안개비가 종일 내렸고, 창밖에 도시는 안개비에 싸여있다. 지나가는 차들이 대신 빗소리를 낸다. 3월이 되었는데 들려오는 소식마다 비보다. 내 몸은 습기를 잔뜩 머금었다. 기침을 할 때마다, 흉통이 울린다. 꽃이 곧 필 거라는 소식이 가지 끝마다 돋아나 있는데, 아직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지막 집들이를 온 지인들이 &amp;ldquo;이 집에서 좋은 일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vqU5wHn9J8J3BhCYGfgQq6NcNtU.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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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봄눈과 겨울눈 사이 - 헤어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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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1T08:36:17Z</updated>
    <published>2026-02-26T06: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눈 오는 날의 생일이란 책을 읽고 있을 때 창밖으로 눈이 내렸다. 눈이 모든 곳에 쌓이기 시작했다. 차양막에, 덤불 위에, 쌓아놓은 각목 위에, 말라비틀어진 고춧대 위에. 몇몇의 남자들이 가래를 밀며, 도로의 눈을 치웠다. 무색할 만큼 돌아서면 눈이 바닥의 흙과 엉겨 붙어 검게 쌓였다. 치우는 일이 소용없을 것 같은데도 남자는 어깨와 머리 위에 눈이 달라붙&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OH7_ld9FXugoAQnSeoXICdP_jt0.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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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동선 - 한 가지는 할 수 있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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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9T10:38:17Z</updated>
    <published>2026-02-19T10:38:17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제 사은품으로 받아온 시장바구니에는 택이 달려 있었다. 손잡이에 달린 택을 자르기 위해 부엌 서랍을 열었다. 가위로 택을 자르고 나니 미뤄두었던 잘라야 하는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바지에 삐져나온 실밥을 자르고, 극세사 담요의 실밥을 잘랐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구절을 노트에 썼다. 조카의 세뱃돈을 봉투에 넣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구를 쓰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K8ewrMss96LRl2EifGIChPLNB1o.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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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야광별 - 별모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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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3T13:44:44Z</updated>
    <published>2026-02-12T11:40:09Z</published>
    <summary type="html">며칠째 추운 날이 계속되고, 우리는 이른 시간에 식당으로 갔다. 넓은 홀은 싸늘했고, 이른 저녁이라 손님도 없었다.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아 양꼬치를 시켰다. 숯불이 들어올 때까지 5분, 겉옷을 벗지 못했다.   숯불 위로 양꼬치를 올리고 좌우로 돌아가며 서서히 익기를 기다렸다. 숯불이 데워준 공기의 온도에 기대어 겉옷을 벗었다. 양고기가 쪼그라들고 겉면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BdUFEJV7K-M7wb4EEA2E3jF3xt4.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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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호수 - 호수 위로 눈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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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05T09:00:23Z</updated>
    <published>2026-02-05T09:00:23Z</published>
    <summary type="html">호수가 얼었다. 언 물 위로 밤새 눈이 내렸다. 처음 온 눈은 얼음 위에서 녹고, 그다음 그다음으로 온 눈들은 서서히 호숫물 위로 차곡차곡 쌓였다. 호수가 새하얘졌다.   가로등 불빛을 받은 눈들이 주황색으로 빛났다. 겨울바람에 반으로 꺾인 갈대들의 머리가 언 강물에 잠겨 있다. 갈대의 씨앗은 천천히 진흙 바닥에 닿아 뿌리를 내리고 올 가을에 더 풍성하게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nYyzhmRa5fxRbz36uv4EdG69JSw.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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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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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29T11:00:19Z</updated>
    <published>2026-01-29T11: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라이트에 의지한 채 2차선 도로를 달린다. 중앙의 가드레일이 반대편 차의 라이트를 막아준다. 어둠 속에서 달리는 건 헤엄을 치는 것처럼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오랜 친구를 가파른 언덕길에서 배웅하고 고속국도 쪽으로 운전을 한다.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이 무용해서 내 갈 길을 내가 비추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ndzcJXPe9-QLcfpmYxIueBpLVi4.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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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과 만두 찐빵 - 끼어들 수 없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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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22T10:55:54Z</updated>
    <published>2026-01-22T10:55:54Z</published>
    <summary type="html">고속도로 진입로로 가는 길,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에는  사과  만두  찐빵 이라고 세로로 적혀있었다. 연관 없어 보이는 단어 셋이 어우러져 하나의 표지판을 만들고 있다. 지역의 특산품인 사과와 차 안에서 간편히 요기를 할 수 있는 만두, 찐빵. 고속도로 진입 전 샛길로 샐 수 있는 마지막 이정표다. 한 해가 막 지났으니 사과는 저장 사과일 테고, 만두와 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ByR_SImeBELidn5kpjfuSu-YFc4.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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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툴 - 기댈 곳 없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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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15T10:00:20Z</updated>
    <published>2026-01-15T10: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다음날 바람이 몹시 불었다. 중앙으로 모여든 겨울 낙엽이 중앙선을 지웠다. 달리던 차 안에서 나무들이 휘어지는 게 보였다. 1차선에 달리던 차가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휘어지는 도로에서 2차선으로 크고 흰 개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긴장에 가슴이 뻐근해졌다. 흰 개는 한 발 한 발 도로를 건넜다. 개의 목에 빨간 목걸이가 채워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Nutk09RkHY8sIqBu-uPGjn8pwCo.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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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동죽과 달 - 칼국수를 끓이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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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08T09:00:23Z</updated>
    <published>2026-01-08T09:00:23Z</published>
    <summary type="html">3일 전에 사놓은 제철 동죽 한 팩이 냉장고에서 발을 쭉 내밀고 있다. 출수관에서 빠져나온 부유물이 플라스틱 통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3일이 지나도록 살아있는 동죽을 세찬 수돗물로 씻는다. 순식간에 벌어져 있던 입을 꽉 다문다. 살아있는 채 뜨거운 물에 담길 동죽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파, 마늘, 청양고추와 함께 떠오르는 껍질이 홀랑 벗겨진 동죽의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oQmyLKanW5oEXq_6zmMqSoBCo4M.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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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크리스마스 - 특별한 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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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01-01T12: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유치원에 모여 장기자랑을 하고 있으면 복슬복슬한 새하얀 수염을 단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모두에게 선물을 나누었다. 선물은 늘 갖고 싶은 것보다는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착한 일을 한 어린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었기 때문에 착한아이 라는 수식어가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착한 아이는 언제나 사랑받았으니까.   크리스마스이브에 언니와 형부를 집으로 초대했다. 크로와상&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5ssjd7-x9EBmLfQx8Zgsv5Z7iKk.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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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안개 - 흰 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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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2-25T13:00:07Z</updated>
    <published>2025-12-25T13: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쌀 한 컵을 그릇에 부었다. 쌀을 여러 번 씻었다. 안개 같은 뿌연 물이 점점 연해졌다. 여닐곱번 씻은 쌀에 정수물을 부었다. 쌀이 붇기를 기다렸다.   해무가 바닷가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서너 발짝을 앞서가는 친구의 손을 잡으려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지만, 모래가 발을 잡았다. 잡힐 듯 말듯한 친구가 파도를 가로로 가르며 멀어졌다.   눈을 뜨자 새벽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Um07WCFGohEHaYVKZvrwb0qPWZY.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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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겨울시장 - 할 일이 남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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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2-18T14:22:19Z</updated>
    <published>2025-12-18T14:22: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상설시설 3개가 모여있는 시장에는 5일마다 5일장이 섰다. 시장에는 새벽차를 타고 나온 할머니들이 말린 나물이며, 푸성퀴를 이고 지고 나와 가게와 가게 기둥 사이에 가판을 부려놓았다. 일찍 장사가 끝난 할머니들이 오후 차를 타고 들어간 시각. 조금 늦게 시장으로 갔다. 지갑에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다.  시장에 가면 무엇을 사야 할지 알게 된다. 한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h9TCz1rt_5TZLJe1h2Qf8BAluJA.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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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생선 가시 - 5인 식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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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3T14:07:50Z</updated>
    <published>2025-12-15T14:35:59Z</published>
    <summary type="html">엄마의 저녁밥 짝꿍은 늘 나였다. 엄마 쌀 씻는 소리가 들리면 티브이를 보다가도 부엌으로 들어갔다. 콩나물을 삶고, 가지를 찌고, 뭇국을 끓이고 조기가 구워졌다. 엄마의 밥상에는 제철 채소와 제철 생선이 나왔다.   한상을 차리기 위해서 시간 분배가 중요했다. 전기밥솥에 취사가 눌릴 때 국을 끓일 준비를 해야 하고, 그전에는 각종 채소를 크기에 맞게 썰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xFqDyVtoETPU_inAalAJhhLxtQ8.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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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전날 - 늘 그랬듯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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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2-12T06:07:02Z</updated>
    <published>2025-12-11T13:36:23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사 가는 날이 다가왔다. 이 동네에서의 마지막 밤산책을 나섰다. 익숙하고 너무나 익숙한 것들.  집을 나와 오른쪽으로 30미터만 가면 서 있는 아름드리 은행나무는 노란 잎을 발치에 펼쳐놓고 있었다. 좀 더 가면 있는 작은 놀이터에선 저녁을 드시고 나온 할머니 세 분이 벤치에 앉아 흘러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람에 그네가 살살 흔들렸다. 나뭇이파리들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IBoZLSJBuMbpKUVKAX2F4fpQQ8.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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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지나물 - 간절기의 맛</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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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9-18T02:55:18Z</updated>
    <published>2025-09-16T11:05:36Z</published>
    <summary type="html">회사가 밀집해 있는 지역은 밤이 되자 텅 비었다. 대형물류센터로 탑차가 들어가고 나왔다. 사람 소리가 사라졌다. 교회 십자가만이 홀로 거대하게 빛났다. 가로등 밑에 붉은 음식물 쓰레기가 점점이 떨어져 있다. 가까이 가자 능소화꽃이 떨어져 오가는 차바퀴에 짓이겨진다. 멀리서 봤을 때와 가까이 갔을 때 전혀 다른 경우가 있다. 꽃이 지면 쓰레기가 되는 건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eUr0%2Fimage%2F3OAvigbyn3WS3w6t0UkcWgSNpts.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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