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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지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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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쓰고, 남기고, 기억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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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3-08-11T01:23:14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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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다리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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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1-05T14:46:59Z</updated>
    <published>2025-11-05T14:46:59Z</published>
    <summary type="html">당신은 그저 내게 천천히 걸어오세요 잊혀질 저편으로 도망가지 않을 테니 곧 내 뒤를 따라올 당신을 위해 오랫동안 나는 이 두 팔을 벌릴 테니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기를 수백여 날을 그리고 오랜 아침과 오랜 밤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끼가 무릎 사이에 몸을 파고들고 내 뒤꿈치로 나무의 뿌리가 손을 뻗으려 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미동조차 못합니다 마침내 나에게 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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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변하지 않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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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9-23T14:10:34Z</updated>
    <published>2025-09-23T14:10:34Z</published>
    <summary type="html">하얗게 부풀었던 네 두 발 나는 거친 수건으로 가볍게 동여매며 네가 또 바다를 갔다왔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물살에 휩쓸려 가버리면 어쩌려고 그러니 바다는 생각보다 짖궂은 아이란다 너는 추웠는지 코를 훌쩍이며 내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저 나의 노파심이 아니었을까 얕은 데에서 첨벙이는 아이를 나는 괜히 손을 뻗어 부여잡았고 너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헤실거리</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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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꼬리잡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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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9-15T09:21:36Z</updated>
    <published>2025-09-15T09:18:37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제 너는 그렇게 과거로 아득히 떠나간 사람이 되었다. 행복한 것은 행복했었던 것으로,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웠던 것으로 변질되었다. 이제 모두 움직이지 않는 송장들이 되어버렸다. 한참 동안 ​과거형을 가진 단어들을 생각한다. 조금 덧붙이자면, 나는 과거형의 단어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이란 항상 미래를 향해 고개를 꺾으려 하지만, 염원과 달리 본능</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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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침묵하는 마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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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8-31T00:00:24Z</updated>
    <published>2025-08-31T00:00:24Z</published>
    <summary type="html">너는 나를 위해 목소리를 버렸다고 했는데  입술을 열면 네 사랑이 날아가버릴까 봐 기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주었다고 그랬는데  그 사랑이 맞물린 입술 사이로 날아가버릴까 봐 너는 입 맞출 때에도 입술을 열지 않았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버릴 사랑임을 알았다면 너는 내게 목소리를 주었을까  언젠가 그 마음에 다시 사랑이 날아오면 너는 그 생경한 퍼덕임에</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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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작별인사(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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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8-30T13:19:52Z</updated>
    <published>2025-08-30T13:10:27Z</published>
    <summary type="html">안녕하세요 나의 하얀 새는 어떻게 되었나요  이미 죽었어요 고이 묻어두었습니다  영원히 살아있기만을 바랬던 나의 새는 차가운 사랑을 문 채 죽어있었고 그날 나는 사랑을 안은 채 속절없이 울었다  떠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다시 돌아오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버렸어  그러니 이제 안녕, 잘 가려무나 애써 웃으며 나는 이별을 고하고 서리 맺힌 마음</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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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작별인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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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8-30T13:19:43Z</updated>
    <published>2025-08-29T15:38:58Z</published>
    <summary type="html">하얀 국화로 수놓은 꽃가마 그 앞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슬픔을 많이 뿌려놓고 갔습니다  통곡하는 이들의 울음소리는 멎을 날 없습니다 넋은 이제 그만 사라지지 못해 울고 남은 사람은 사라지는 것이 개탄스러워 웁니다 이 포효하는 거대한 슬픔들을 지고 갈 이는 과연 누굴까요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여러분, 이제 놓으세요 진작에 갔어야 했던 넋이 아직도 못 갔답니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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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원한 회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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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8-01T18:10:56Z</updated>
    <published>2025-07-30T10:28: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소한 모든 것들은 X을 품고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X은 Z에게 머물러 있었다. 기억의 형태이든, 추상의 형태이든, 그 무엇의 형태이든.  너무 지나치게 아름다웠나.  Z는 작게 읊조린다. 그 시간 속에서 아름다워야 했던 것은 X만으로도 충분했다. 오 개월 남짓의 짧은 시간이 지나치도록 황홀했으니, 다른 어떠한 달콤한 것조차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DXp8C56fsx0XhTgG1lhpfgPrwj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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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미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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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22T20:50:45Z</updated>
    <published>2025-06-22T15:02:57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따금씩 차가운 맨 발로 죽음의 바다에 발을 내놓습니다. 바다의 내부는 놀랍도록 차갑고, 고요합니다. 바다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더 깊습니다. 영원히 가라앉을 것처럼, 파란색과 검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 한기는 누구의 것이며, 이 깊이는 누구에 의한 것입니까. 이 바다는 그렇습니다.  나도 언젠가 저 바다에 뛰어들어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huTN0HE-yRPU4toEmHo2JZ2NQD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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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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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25T04:53:01Z</updated>
    <published>2025-06-19T14:27:45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어찌하여 삼인칭입니까. 심하게 폐렴을 앓았을 때의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가슴이 뒤집힐 듯 기침을 하다가 쓰러지듯 잠에 드는 것이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온몸은 터질 듯 끓어오르고, 두 눈은 금방이라도 빠질 것처럼 뻐근했습니다. 제 오른쪽과 왼쪽 가슴에 단단히 박혀있던 폐를, 작은 구더기들이 조금씩 갉아먹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zG0pt54278Gx29U6Sm9AwEoaYx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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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돌연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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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15T04:14:16Z</updated>
    <published>2025-06-14T14:42: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상한 기분이 든다 문득 죽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 모든 게 곧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유서를 써야 해요. 지금 곧바로 떠나기엔 이곳에 너무 많은 것들이 남아있어요. 굳어가는 몸을 질질 이끌고, 편백나무 의자에 쓰러지듯 앉는다. 남아있을 것들 위에.  재산은 없어요 이불에만 칩거하니까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세 번째 서랍에 쓰다 만 일기가 있을 거예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kMnFRSSB2t6YL9Is8EbugOYRFP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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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외로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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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14T14:42:42Z</updated>
    <published>2025-05-28T11:27: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셀수록 더욱 혼자가 되어가는 것만 같을까. 차가운 보도블록들, 두꺼운 옷들을 꽁꽁 싸맨 채 유유자적 걸어가는 낯선 행인들. 그들과 똑같은 방향으로, 똑같은 속도로 걸어가는데도 커져가는 외로움의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내 꼬리를 물고 걸어가는 많은 이들처럼, 나 또한 두꺼운 옷들을 조여 매듯 꽁꽁 싸매었는데도 밀려오는 냉랭함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jTOhpJRW7r4Hp-Euhn4dgHLJ1b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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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감정, 승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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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14T14:43:05Z</updated>
    <published>2025-05-26T14:30:44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들은 대체로 무의미한 것들이었다. 가져봤자 이윤이 남지 않는, 아니면 되려 손해를 입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때론 그런 무의미한 것들에 쉽게 휩쓸리고 구애받는 이들을 매우 석연찮아하곤 했다. 가져봤자 쓰임이 없고, 어쩌면 가지지 않는 것이 더욱 좋을 수도 있는 것이 &amp;lsquo;감정&amp;rsquo;이라 생각했다. 나는 아름드리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아니면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K20J_0g9InaaEkClvG23YQ_9Wk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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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변색</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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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14T14:43:28Z</updated>
    <published>2025-05-19T16:53:25Z</published>
    <summary type="html">윤슬이 젖어든 조각배가 아름답다. 짜고 시큼한 강물의 옅은 향기가 어깨를 짓누르고 물안개가 숲을 삼키는, 그런 고적한 강변이다. 옅은 숨결이 느껴지는 것이라곤, 저만치에서 노를 젓는 흰 수염의 뱃사공뿐이다. 숲을 이루는 것은 하얗게 질려 죽어버린 종려나무들과, 방금 죽어버린 것 같은 흰색의 기러기들 뿐이다. 색을 잃어 순결한 흰색을 띤 것이, 한없이 고우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E_Ky6KYdF86n4v3SKkRT4sC-1E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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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겨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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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5-19T16:51:02Z</updated>
    <published>2025-05-19T16:51: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유난히 매서운 12월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진눈깨비는 쉼 없이 내리고, 이따금씩 운이 안 좋다면 폭설이다. 차가운 공기가 피륙을 도려내고 폐부를 적셨다. 혹한 추위에 몸이 바스러져 버릴 것 같을 때면, 다신 봄이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크고 작은 입자의 눈들과 매서운 공기들로 뒤섞인 나날들에 봄이 내려앉을 자리가 과연 어디 있을까. 혹여 너무나도 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AMx31VVSmYFEf1buJdAwDtANt4M.jpg" width="427"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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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날 이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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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5-19T16:49:19Z</updated>
    <published>2025-05-19T16:49:19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 참혹한 광경을 설명하기엔 하나의 입으론 부족하다. 서쪽에서 하늘을 가르며 날아온 자주포가 땅과 하늘과 사람들을 산산조각내고, 그 파편들이 맨 땅에 떨어져 뒹굴었다. 보이지 않는 납덩이들이 많은 사람의 가슴을 마구 짓이겼기에, 어떤 날엔 거친 길을 오르다 뒤를 돌면 인파의 절반이 죽어있었다. 나는 등의 날갯죽지가 파르르 떨리고 두 손이 식은땀에 미끄러져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j69wfHmMsPKonELuG6mCMkpnjU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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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태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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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5-19T16:45:55Z</updated>
    <published>2025-05-19T16:45:55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이는 두꺼운 유리벽을 뚫고 떨어져 내리는 수많은 태양의 파편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파편들이 만들어낸 그 은은한 오솔길을 눈짓으로 따라가 보면, 너른 구름에 비껴 앉은 하얀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얗게 타오르는 태양을 잠시 바라보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두자, 둥그런 잔상이 희끗하게 남았다. 그 잔상은 아이의 각막에 내려앉아 아주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wC256usCvqovqAGTENJQhFXqMW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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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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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5-19T16:42:26Z</updated>
    <published>2025-05-19T16:42:26Z</published>
    <summary type="html">잔디밭이 누렇게 변색함을 보고 나는 그제야 지금이 가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 거리에는 버석한 낙엽이 쌓이고 쌓여 태산을 이루더니, 어떤 이의 발에 밟히고 채여 바스러진 채 마당의 잔디 사이사이에 깊게 자리 잡았다. 하늘엔 짓궂은 바람이 떡갈나무 가지를 죄다 엉켜놓고 달아났다. 영락없는 가을의 풍경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검은곰팡이 더미를 뒤집어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hmTO28WfL-GodY-ZCWPVuXvUVR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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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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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5-19T16:37:59Z</updated>
    <published>2025-05-19T16:37:59Z</published>
    <summary type="html">겨우 빠져든 선잠조차 곱게 들지 못한 것일까. 어쩌다 두 눈이 트여 사방을 둘러보니, 높거나 낮은 억새들이 옅은 바람에 위태롭게 휘날렸으며 잔디밭이 푸르지 않고 누렇게 죽어있었다. 사람의 흔적은커녕 체향조차도 맡을 수 없었다. 억새 섞인 평원이 사방으로 넓게 펼쳐졌다. 두 손을 가슴에 얹어 곱게 모아 쥐고 정처 없이 느리게 걸었다. 끝없이 걷고 걸으면 무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VpettsaIJBUnRAxPNG0beaRYkE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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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물안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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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5-19T16:32:00Z</updated>
    <published>2025-05-19T16:32:00Z</published>
    <summary type="html">하늘이 벌겋게 익어가고 있었다. 희끗한 물안개가 몰려와 지평선을 덮쳐 안았으므로, 하늘이 어디고 바다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물안개로 숨어 들어가는 해조차도 넓은 구름에 가려 은은한 잔상을 남기고 모습을 감추었다. 모든 것이 흐렸다. 바닷물이 넘쳐서 하늘에 흘린 탓에 모든 것들이 번지고 말았다. 그들이 다시 제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4XcD4FgBC4kusb8oaweYiCOCct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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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파도 (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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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5-19T16:30:04Z</updated>
    <published>2025-05-19T16:3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바다가 발가락의 사이사이를 적셔왔다.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물줄기와 은은하게 떠오르는 윤슬들이 발등 위를 거닐다 본래의 자리로 다시 떠나갔다. 그렇게 다시 지면에 손을 뻗다가 제 자리로 돌아가고, 세게 몰아쳐 엎어버리듯 덮쳐오기도 했다. 그렇게 영영 떠나지 않을 듯이 팔을 뻗대놓고선 다시 빠르게 저편으로 밀려간다. 두세 번, 세네 번을 지면과 바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rq%2Fimage%2FD8e8L28RHycCR9ZHO7587Ewk1c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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