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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담서제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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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젊은 날 사람의 일을 묻고 답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삶의 길목마다 남은 흔적을 글로 기록하며 살아가고 싶다. 세 번째 스무 살, 남은 여행길을 말랑말랑하게 익어가는 중이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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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4-03-14T08:27:28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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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시 시작되는 항해 - 마침표 하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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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2T21:41:19Z</updated>
    <published>2026-04-12T21:41: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코끝은 여전히 비염의 흔적으로 붉게 달아올랐고, 콧물은 수시로 인중을 타고 흘러내렸다. 휴지 뭉치를 곁에 쌓아두고 흐르는 콧물과 맞서 싸우며, 나는 지난 12월 초부터 매달려온 원고 위에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다.  '그만 손을 떼야지, 이제는 정말 끝내야지' 다짐하며 노트북을 덮으려 해도, 자석에 끌리듯 눈길은 다시 원고를 향했다.  분명 수십 번을 읽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xqhnzjyC6I3gPWCvTnP7zopJ3B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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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를 보살피는 시간 - 빨간 코끝과 연두색 방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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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9T21:34:33Z</updated>
    <published>2026-04-09T21:34:33Z</published>
    <summary type="html">거울 속의 내 모습은 꼭 길을 잃고 울다 지친 어린아이 같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화사한 벚꽃 아래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평온을 노래했는데, 세상은 참으로 시샘이 많다.  쏟아진 봄비가 대지를 적시더니, 봄을 시샘하듯 기온이 떨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 틈을 노린 불청객인 비염이 내 몸의 가장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  코끝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휴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WVO3TabEl447VdB09eZ8JtJo2A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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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세 번째 스무 살의 바다 - 물살을 가르는 호흡</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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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7T21:39:52Z</updated>
    <published>2026-04-07T21:39:52Z</published>
    <summary type="html">물이 무서웠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푸른 수면 아래로 내 몸이 맥없이 침잠할 것만 같은 공포는 오랫동안 나를 수변에만 머물게 했다.  &amp;quot;그저 물 위에 둥둥 뜰 수만 있어도 소원이 없겠네.&amp;quot;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수영장 문을 두드린 지 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무섭던 물의 감촉이 이제는 내 몸의 연장선처럼 친숙해졌다. 7개월이라는 시간은 두려움의 벽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6KU1PtSTygNbbjyVtVJnWL1uxHo.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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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화양연화 - 흩날리는 찰나를 붙잡는 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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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5T22:00:50Z</updated>
    <published>2026-04-05T22:00:50Z</published>
    <summary type="html">벚꽃 계절이 오면 우리 가족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가는 식당이 있다. 벌써 5년째다. 앞은 광주호가 있고, 그 사이에 벚꽃이 팔랑거리는 그곳은 이제 우리 가족에게는 허기를 채우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친정 부모님부터 어린 조카들까지, 3대가 모여 앉아 늦은 점심을 나누는 이 식탁은 이제 우리 가족만의 거룩하고도 고요한 절기가 되었다.  올해는 특별히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d93Ucp_qN0b3Ng2fWdhKoPWxQd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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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초록의 전령 - 저마다의 속도로 피는 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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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2T21:31:18Z</updated>
    <published>2026-04-02T21:31:18Z</published>
    <summary type="html">유리창 너머로 스며드는 봄볕이 유난히도 찬란한 오후였다. 사방에서 개나리와 벚꽃이 폭죽처럼 터져 나오며 저마다의 생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의 시선은 둑길 끝, 홀로 침묵하고 있을 그에게 머물러 있었다.  당분간 그를 보러 갈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찔렀다. 원고 뭉치와 일상의 자잘한 일들에 발이 묶여 있으면서도, 영혼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KhAah1tKAjwRdIr3xQAFPuOpxQ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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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무념무상의 봄날 - 노란 수채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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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31T22:14:55Z</updated>
    <published>2026-03-31T22:14:55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방팔방이 그야말로 봄꽃으로 난리가 났다. 개나리가 질세라 벚꽃이 터지고, 목련이 질세라 수선화가 고개를 든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빛깔과 향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지난 주말에는 하동 쌍계사 벚꽃 십리길을 다녀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비를 맞으며 십 리 길을 걸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무념무상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xOINr8WTXxanlYElEWY60dH6Al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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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요한 맹렬함 - 세 번째 스무 살의 문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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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9T21:49:34Z</updated>
    <published>2026-03-29T21:49:34Z</published>
    <summary type="html">3월 한 달 내내 다른 글 퇴고 때문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글을 다시 끄집어냈다. 한동안 거리를 두고 묵혀둔 덕분일까, 이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전체적인 글의 흐름과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amp;quot;어떻게 이런 식으로 썼지.&amp;quot; 한숨이 나왔다. 다듬고 또 다듬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문장의 숲 속에서, 나는 길을 찾기 위해 온종일 그 덤불을 헤치며 시간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5mAUr-YPjveMtQcka8LP76bgau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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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야상곡이 흐르는 밤의 자화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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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6T22:01:52Z</updated>
    <published>2026-03-26T22:01:52Z</published>
    <summary type="html">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펼쳤다. 위수정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문장의 결을 따라 걷다 보니 문득 쇼팽의 녹턴이 간절해졌다. 유튜브에서 &amp;lsquo;영혼을 울리는 전곡 모음&amp;rsquo;을 찾아 재생 버튼을 눌렀다.  두 시간이라는 넉넉한 선율의 강물 위로 수상작의 활자들이 유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단어들이 나비 떼처럼 어지럽게 날아다녔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NeE5a1v_y6F_cjK6h3hCgB3xfs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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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다림의 나이테, 당신의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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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4T21:58:55Z</updated>
    <published>2026-03-24T21:58:55Z</published>
    <summary type="html">계절이 문턱을 넘을 때면 어김없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불청객처럼 찾아든 비염과 으슬으슬한 감기 기운에  병원을 다녀왔다. 독한 약기운에 취해 누워 있다 보니 마음까지 한없이 가라앉았다. 이대로 무력하게 누워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겉옷을 챙겨 입고 앞산을 올랐다.  느릿한 걸음으로 산길을 걷던 중, 문득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 하나가 있었다. 겉보기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kBiP2sccak4AujlO_8Z50rmFBZ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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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리사랑이 싹트는 주방</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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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6T07:08:38Z</updated>
    <published>2026-03-22T22:13:21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집밥 하면 생각나는 게 뭐야?&amp;quot;라고 물으면 우리 아이들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amp;quot;당연히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이지&amp;quot;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를 둔 덕분에 아이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손끝에서 빚어진 맛에 길들여졌다.  &amp;quot;할아버지의 몽글몽글한 계란탕, 할머니가 담아주신 김치, 나물이며 갈비, 시원한 국물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L-5agk2TIfh65djxrBEx2-WaEY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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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만의 동굴 - 비움으로 차오르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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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9T21:44:48Z</updated>
    <published>2026-03-19T21:44:48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전생에 곰이었던 걸까. 오늘 하루, 나는 단 한 번도 현관문을 열지 않았다. 바깥세상의 공기가 어떤 온도로 흐르는지, 햇살이 어느 각도로 기울어지는지 궁금해하지 않은 채 오로지 집이라는 안식처에 침잠했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 깊은 산속 굴로 숨어든 곰처럼, 나는 나만의 동굴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내 동굴 안에서 느릿느릿 움직였다. 새벽부터 시작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i6d_K3hKSn_J0Y4spyfu0-oWAz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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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부모의 기도를 먹고 자라는 - 동쪽 창가에 뜬 가장 낮은 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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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7T22:05:13Z</updated>
    <published>2026-03-17T22:05: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지난 금요일 올해 여든여덟이 되신 아버지가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하셨다. 내 부모님은 마치 오래된 고목처럼, 천 년 만 년 그 자리를 지켜주실 줄 알았다.  그러나 병원 침상 위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마주한 순간, 영원할 것 같던 환상은 산산이 깨졌다. 아버지의 야윈 모습은 손만 대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80대 후반이셔도 여전히 호기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rjFIlyX1tWoJs5y87LjgyN6n3W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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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무심의 풍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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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2T22:12:24Z</updated>
    <published>2026-03-12T22:12:24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늘은 왕버들에게 가지 않으려 했다. 이미 점심부터 이어진 약속이 있었고, 돌아오는 길에 시곗바늘은 어느덧 저녁상을 차려야 할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몸속에 새겨진 나침반이라도 있는 것일까. 내 발걸음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중력에 이끌리듯 그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 틈에서 보낸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말이 오갔다. 안부로 시작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LHA6aKFGMDstdswoJtJTTAwehUs.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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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멈추지 않는 숨바꼭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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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0T22:22:34Z</updated>
    <published>2026-03-10T22:22:34Z</published>
    <summary type="html">하루 종일 문밖을 나서지 않았다. 창밖의 세상이 어떤 표정으로 흘러가는지 알지 못한 채, 나는 새벽부터 노트북이 뿜어내는 정지된 빛 속에 갇혀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계절을 두 번이나 바꾼 원고가 서서히 마무리되어간다.  마침표 하나를 찍고 일어서서 점심을 먹고, 건조기 안에서 뽀송하게 마른 겨울 이불을 꺼내 장롱 깊숙이 밀어 넣었다. 두툼한 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j6MR9em6eo7Jw5toO3R3NZLSR5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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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두 줄의 현, 두 갈래의 시간 - 오래된 해금과 새 해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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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03-08T22:22:34Z</published>
    <summary type="html">방 안 가득 해금 선율이 흐른다. 지영희 해금산조를 틀어 놓고 조심스레 두 개의 해금을 꺼내어 나란히 거실에 놓았다. 하나는 십삼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내 곁을 지키며 희로애락을 함께 읊어준 낡은 악기이고, 다른 하나는 올해 내가 나에게 선물한 새 해금이다.  해금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경건하다. 나는 갓난아이를 씻기듯 정성스러운 손길로 활대에 송진을 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ejTyKmy1BmjqyKAP5YvFtRTYJ_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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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린 뒤에서 걷는 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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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5T22:34:30Z</updated>
    <published>2026-03-05T22:34:30Z</published>
    <summary type="html">버스 차창에 빗자국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처음엔 한두 방울 장난치듯 창을 두드리던 비가 버스에서 내리자 제법 굵은 줄기로 변했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두 정거장쯤 미리 내려 집까지 천천히 걸으려 했다. 하지만 우산이 없었다.  젊을 때라면 '이까짓 비쯤'이라며 온몸으로 비를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갈수록 그런 무모함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감기라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g5XIISk8lfQKoeyUftQ2c-0SY6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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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최선이라는 이름의 경계 - 나를 잃지 않는 지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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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3T22:58:52Z</updated>
    <published>2026-03-03T22:58:52Z</published>
    <summary type="html">새벽 4시, 어둠이 가장 짙게 가라앉은 시간에 눈이 떠졌다. 사위는 고요했으나 머릿속은 불현듯 찾아온 질문 하나로 요란스러워졌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대체 어느 선까지 일까?'  우리는 흔히 '죽을 둥 살 둥' 매달리는 것을 최선이라 부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온몸의 에너지를 쥐어짜 내어 자신을 하얗게 불태우는 상태. 하지만 문득 그런 의문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4TJcenLMTq-81sdVTpSJMbUWXX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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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물을 믿는다는 것 - 나를 놓아준다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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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1T22:50:11Z</updated>
    <published>2026-03-01T22:5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처음 수영장을 찾았을 때, 나의 간절한 기도는 단 하나였다. '제발 물 위에 뜰 수만 있게 해 주세요.'  아주 오래전, 큰마음먹고 &amp;nbsp;수영강습을 시작했다. 중학교 때 해수욕장으로 수련회를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두 팔을 쭉 뻗고 멋지게 물살을 가르는 내 모습을 그리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건, 뭐. 두 달이 돼도 뜨기는커녕 킥판만 놓으면 물 안으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UZJLTN863FYAaA-igahKI5EMO2A.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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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길 -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바라볼 줄 아는 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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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6T21:45:30Z</updated>
    <published>2026-02-26T21:45:30Z</published>
    <summary type="html">서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기차역 대합실은 평일 오후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사람들로 북적였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핸드폰 화면 속으로 침잠한 사람, 한 손에 일회용 커피잔을 들고 식어가는 온기를 음미하는 사람,  둘씩 셋씩 모여 낮은 웃음 섞인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까지. 대합실은 마치 거대한 정거장이 아니라,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urxAyp4ZKiwfXGq4B1z4T3nXqk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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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거울 너머의 면접관 - 나를 설득하는 글쓰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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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4T22:25:14Z</updated>
    <published>2026-02-24T22:25:14Z</published>
    <summary type="html">집단상담프로그램은 언제나 적당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 팽팽하지도 헐겁지도 않은. 디귿자로 둘러앉은 구직자들의 간절한 또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들은 앞에 있는 나에게 날아와 꽂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방패 대신 거울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매번 같은 말을 했다.  &amp;ldquo;지피지기면 백전백승입니다. 여러분을 뽑을 인사담당자가 &amp;lsquo;이 사람이다&amp;rsquo;라고 느낄 무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CZZ%2Fimage%2FI3t6Y-QLbk1CZq49BsAbFPLywJ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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