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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박종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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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글의 품격과 향기는 글쓴이의 심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겸손한 언어로 누구나 공감하는 수필, 구들장 같이 온기 있는 언어로 따뜻한 수필을 쓰고 싶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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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4-07-19T13:19:32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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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치매(致梅)</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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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5T06:52:17Z</updated>
    <published>2026-04-05T06:52:17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우는 꽃잎처럼 야윈 봄날이 저문다. 습관처럼 핸들을 돌려 도착한 병원 뒤뜰에는 이미 꽃이 지고, 흩날린 꽃잎들이 마당 가득 하얀 꽃길을 내고 있다. 어머니의 온기가 남아 있을 휠체어와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먹던 평상은 그대로인데, 그저 어머니만 계시지 않는다. 주인을 잃은 공간은 한 달 전과 다름없이 무심하기만 하다. 어머니는 당신이 떠날 때를 미리 예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DoTp8dHLCXSrNcNDY7_mKcomNPM.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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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염낭거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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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3T23:13:45Z</updated>
    <published>2026-04-01T01:01:36Z</published>
    <summary type="html">지난주,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형제들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이른 봄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지만, 묘역으로 오르는 길에는 연둣빛 기운이 은근히 스며들고 있었다. 나란히 누워 계신 부모님의 묘역 앞에 서자, 풀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마저 조심스레 숨을 죽였다. 추도 예배를 올리는 내내 참았던 눈물이 끝내 봇물처럼 터지고 말았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1O_Ho2sWvyrcL0lYdJe-PgV4flI.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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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석양증후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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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3T23:06:17Z</updated>
    <published>2026-03-29T22:39:17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기상! 전원 기상!&amp;rdquo; 단잠에 빠져 있던 병실이 갑자기 술렁였다. 아버지의 서슬 퍼런 불호령 때문이었다. 간이의자에 몸을 구기고 쪽잠을 자던 나도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켰다. 창밖은 아직 칠흑 같은 새벽 네 시다.  &amp;ldquo;아버지, 아직 한밤중이에요. 벌써 일어나시면 어떡해요?&amp;rdquo; 나지막이 만류해 보지만 아버지는 완강했다. &amp;ldquo;무슨 소리야!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 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XXZiVPRXs7AKGE2BO26XvKcZxRE.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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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바코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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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3T23:02:48Z</updated>
    <published>2026-03-26T03:07:10Z</published>
    <summary type="html">할인 판매 마지막 날, 대형마트의 공기는 전쟁터를 닮아 있었다. 카트는 서로의 길을 밀어내며 뒤엉키고, 사람들의 한숨은 계산대 앞 긴 줄 위에서 얇게 포개졌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지 이십여 분 남짓,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그러나 계산원의 손길이, 마치 잘려 나간 문장처럼, 돌연 멈췄다. 투명한 비닐에 싸인 애호박 한 봉지를 이리저리 뒤척이던 직원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cK0GcJr6q00z8sTHkvYsnIf7WOA.jpg" width="25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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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차는 인연을 싣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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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3T22:54:57Z</updated>
    <published>2026-03-25T03:41:29Z</published>
    <summary type="html">플랫폼으로 들어서는 기차의 육중한 울림에 설렘이 앞선다. 참으로 오랜만에 맡아보는 기차 특유의 냄새, 그 매캐하면서도 아련한 향수가 콧등을 스친다. 자리를 찾아 앉으니 창밖의 풍경이 벌써부터 소란스럽다. 이상 기후 탓에 일주일이나 늑장을 부리던 봄꽃들이, 달리는 열차의 속도에 맞춰 서둘러 분홍빛 엽서를 그려내느라 분주하다. 오송역을 지난 지 얼마나 되었을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1X7dhMuTrs6m4NZ0Zz98JEkuSs0.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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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프지 마라, 기어이 올 봄이라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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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7T23:37:31Z</updated>
    <published>2026-03-21T13:52:49Z</published>
    <summary type="html">바람이 사근히 스치며 오래된 기억 같은 향을 실어 나른다. 콧속을 훅 채우는 이 알싸하고도 비릿한 냄새는 봄볕에 기대어 다복다복 올라온 쑥의 숨결이다. 공원 한 켠, 볕이 잘 드는 둔덕에 몸을 낮추고 앉아 쑥을 뜯는 여인이 보인다. 아직은 아기 손가락 끝만도 못한 여린 순이 소쿠리에 담길 때마다, 대지의 체온 같은 온기가 내 발등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dt8DbxKy2BZq_V-TBQfPRHjUiNY.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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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머니의 십석입옹(十石入瓮)</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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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0T01:39:59Z</updated>
    <published>2026-03-20T01:39:59Z</published>
    <summary type="html">노을이 붉게 내려앉는 시간, 국립경주박물관에 도착했다. 경주에 오면 늘 가슴이 설렌다. 눈깔사탕과 곶감을 갈무리해 두던 외할머니의 깊은 속곳처럼, 어딘가 신비롭고 내밀한 옛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아서다. 이천 년 역사를 한눈에 축약해 놓은 이곳에 발을 들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의 시간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동궁과 월지의 풍경&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zjcFGRXgibciFxD9crSk_lVfmZM.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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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지치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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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6T22:50:30Z</updated>
    <published>2026-03-20T01:10:38Z</published>
    <summary type="html">친정집 마당을 지키던 머루나무가 어느새 제 나이를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때는 아버지의 손길을 한껏 받으며 푸르고 단단하게 자라던 나무였다. 집안의 기둥처럼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서 있던 그 나무가, 이제는 무성하던 가지를 제어하지 못한 채 산발처럼 흩어뜨리고 있다. 더는 자신을 돌봐줄 이가 없다는 것을 아는 듯, 잎을 틔우는 일도 꽃을 피우는 일도 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gr3q_l7EodbU_AvdiNx7-bTMeZ0.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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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출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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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8T23:21:31Z</updated>
    <published>2026-03-18T23:21:31Z</published>
    <summary type="html">스님이 된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친구를 따라 절에 다녀왔다. 비구니 절이라 그런지 어느 것 하나도 제멋대로 놓여있는 것이 없었다. 화장실이며, 화단, 사방을 둘러보아도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절 뜨락에 가을볕이 한 번씩 추임새를 넣을 때마다 가을이 조금씩 물들어갔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잠도 설쳤다는 스님의 이마 위에 여윈 햇살이 얄랑거렸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yf3VkFwJy6CwzfCC_NA2MDTY_E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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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모란(母糷)</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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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3T22:57:51Z</updated>
    <published>2026-03-16T01:52:39Z</published>
    <summary type="html">모란(母糷)  &amp;ldquo;밥 먹어라.&amp;rdquo; 친정어머니의 나직한 목소리에 이불을 걷어내고 거실로 나가니, 빼곡히 차려진 한 상이 나를 맞았다. 밥그릇 놓을 자리조차 없을 만큼 정성스러운 상이었다. 간이 알맞게 배어 보드라운 고등어 무조림을 한입 베어 물고, 구수한 된장찌개 한 숟가락을 떠 넣는 순간 가슴이 형언할 수 없이 떨려왔다. 아,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amp;hellip;. 입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m-SBtQyu8Jsqjak2BeilAvp3id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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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머니의 기억</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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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1T09:16:17Z</updated>
    <published>2026-03-11T09:11:54Z</published>
    <summary type="html">계절은 늘 누군가의 손을 잡고 돌아온다. 매화꽃이 세상을 물들일 때면 하얀 기억 속을 걷던 어머님 생각이 난다. 기억은 잊었어도 몸짓말로 나를 반기던 어머님이 올해도 어김없이 봄을 데리고 왔다. 빼꼼히 열린 병실 문 사이로 나를 발견하고는 쑥스러운 듯 당신 코를 잡아당긴다. 기다렸다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어머님만의 몸짓이다. 어머님 눈에 낯익은 눈부처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xSvH6jKWbvWz_7a5IvljMMDo8S8.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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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낙타의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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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9T04:39:32Z</updated>
    <published>2026-03-09T04:39:32Z</published>
    <summary type="html">정년을 마친 낙타가 한가로이 오수(午睡)에 빠져 있다. 두 무릎을 꿇고 엎드린 늙은 낙타의 등으로 누더기가 된 햇살이 쏟아진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살포시 눈을 뜨는데 웬만한 일은 눈감아주고 살아왔다는 듯, 아래로 오긋이 내려 깐 두 눈이 무덤덤해 보인다. 휘어지도록 많은 짐을 지고 걷는 낙타는 지치고 허기지면 등이 낮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체념하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saQD-FJoSb3p3VVZSCXbQDOvEuE.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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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포장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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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2T01:15:06Z</updated>
    <published>2026-03-02T01:15:06Z</published>
    <summary type="html">포장지   상자가 제법 크다. 무엇이 들어있을까. 택배로 보내온 선물을 앞에 놓고 가슴이 설렌다.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자르고 상자를 여니 분홍색 꽃무늬 포장지에 싸인 작은 상자가 나온다. 무엇이길래 이리 단단히 동여맸을까. 리본으로 묶은 포장지를 벗겨내니 다시 고급스러운 한지에 싸인 선물이 나온다. 세 겹의 겉옷을 벗고 드디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종합비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b6RbFPZhrH0FsZBIJvfWGnfZLy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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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음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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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0T00:15:25Z</updated>
    <published>2026-03-02T01:11:14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음새   어찌 이런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 눈앞이 깜깜했다. 초보자가 사용하기 편리하다더니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낭패를 보는 기구(器具)였다. 나는 눈썹 숱이 많은 편이다. 유난히 검고 숱이 많아 배추도사처럼 답답해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화장하는데 젬병이라 손질은 엄두를 못 냈다. 눈썹이 관상을 바꾼다며 지인들이 눈썹 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TtZVk78UD64y6lXPTdZ-YtIKa_c.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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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명퇴당한 산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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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01T00:32:48Z</updated>
    <published>2025-12-12T06:22:46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게 얼마 만인지. 거실에서 빛을 발하며 나를 반기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내 눈이 의심스러웠다. 분명히 우리 집이 맞는데, 내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는데 아침에 없던 트리가 서 있으니 말이다. 반짝이는 트리로 어둠에 덮여 있던 거실이 화려해 보인다고 느끼는 순간, 남편과 딸애가 얼굴을 내밀었다.  매년 연말이 되면 남편과 딸애는 지극정성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JyRBeYQ314Zy8Y4wDEjYeuKvM3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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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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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3T23:23:48Z</updated>
    <published>2025-11-17T22:07:53Z</published>
    <summary type="html">껌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코로나 시절 반짝 귀한 대접을 받던 껌이 다시 매대 구석으로 밀려났다. 마스크 속에 갇힌 입냄새를 달래려 너도나도 껌을 찾던 이들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외면한 탓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껌도 기능성을 입어 무가당 껌, 졸음 방지 껌, 니코틴 껌까지 그 종류가 화려하다. 평소 껌을 즐기지 않는 나조차 장&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0dpqRRbOzU6pMJdAfkHffbBzpYw.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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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무화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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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2T01:50:34Z</updated>
    <published>2025-08-31T23:02:29Z</published>
    <summary type="html">주머니 같기도 하고, 여인네의 젖가슴 같기도 한 것이 볼수록 신기하다. 잘라놓으니 선홍색 빛깔은 또 얼마나 예쁜지. 잘 익어 부드러운 무화과로 잼을 만들면서 무화과 예찬을 하는 내가 새삼스럽다. 무슨 조화 속인지, 딸애를 임신하면서 과일이 싫어졌다. 한창때는 앉은자리에서 새콤한 자두와 딸기를 한 바가지씩 먹던 내가 과일 생각만 해도 신물이 넘어왔다. 입맛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iKWPK05ReaP4y4f3giksHKFb00s.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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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천장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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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09T16:14:02Z</updated>
    <published>2025-06-09T13:22: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천장에 대하여 박종희  모처럼 늦잠을 자던 날,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아 놀라 눈을 떴다. 조용히 내 갈피를 넘기며 스캔하는 것은 천장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이 천장이다. 잠결에 이라도 갈았던 날은 나도 모르게 천장부터 올려다보게 된다. 뒤통수가 따가워서다.  하나, 올려다보면 별거 없다. 그저 평편하고 반듯한 네모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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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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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6T22:36:49Z</updated>
    <published>2025-06-09T13:14:42Z</published>
    <summary type="html">바람에 이끌리듯 줄이 흔들리며 갑자기 남자의 몸이 휘청거린다. 낭창낭창하게 &amp;nbsp;내딛던 발을 멈추고,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겠다는 낭패한 표정이다. 마른침을 삼키며 남자를 지켜보는 이들의 손아귀에도 힘이 들어간다. 관객의 몰입을 끌려는 줄광대의 노련한 기법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그의 연기는 완벽했다. 위태롭게 발을 떼는 줄광대의 아슬아슬한 공연&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2XB5_YKcei1760nHa9DPgD0izkQ.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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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머니들의 기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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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09T13:10:48Z</updated>
    <published>2025-06-09T13:09:11Z</published>
    <summary type="html">조명이 어두운 1층 전시실에서 유독 강열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마치 외가에 온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킬 만큼 친숙한 풍경은 기자(祈子) 습속을 재현해 놓은 전시물이었다. 커다란 남근석과 개다리소반, 정화수 그릇. 그 앞에서 치성을 드리고 있는 곱게 쪽진 머리의 여인과 겹쳐지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외할머니였다.  간절한 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5Vq0S6b_P7TOsH-SQEsOYZpYGf4.jpg" width="3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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