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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건강한 오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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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첫 페이지였습니다. 책과 글쓰기를 통해 저는 그 고요 속에서 또 다른 &amp;lsquo;성장&amp;rsquo;을 발견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로 닿기를 바랍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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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04T08:36:25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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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빈자리가 앉아 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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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8T10:00:05Z</updated>
    <published>2026-04-18T10: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의자가 있다. 대문 앞에 세 개가 나란하다. 모두 다르다.  나는 이 골목을 자주 지나다닌다. 오래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선 뒤로, 걷다가 멈추는 일이 잦아졌다. 이제는 오래 서 있는 것도,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왼쪽은 작은 나무 등받이가 달린 낮은 의자다. 무릎 아래로 낮은 높이다. 다리가 짧아 아이나 노인이 앉기 좋다. 중간은 등받&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ORB-3tEgJAISmfMxpkqb7sst5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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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지막회]말하지 못한 37년 -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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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5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4-15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나는 스물셋이었다. 1989년 음력 1월, 세상의 온기가 아직 땅속에 묻혀 있던 싸늘한 겨울밤이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자정을 넘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섰을 때, 낯선 정적이 온 집안을 짓누르고 있었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까지 모두 모인 그 풍경이 어떤 종말을 예고하고 있었음을, 술에 취한 나는 알아보지 못했다. 큰어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W23XATzuUOZny1dI6VeaziRueV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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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6펜스의 유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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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10:00:04Z</updated>
    <published>2026-04-13T10: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쉰여덟에 처음 문장을 썼다. 이십오 년 직장 생활 동안 내가 쓴 것은 오직 보고서뿐이었다. 숫자를 맞추고 규격을 배열하는 일에 익숙했다. 결론은 명확해야 했고 문장은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였다. 단어 너머의 여백은 사치였다. 은퇴하고 나서야 알았다. 내 안에는 숫자로 다 채워지지 않는 낱말의 갈증이 있었다는 것을. 이십오 년을 숫자 안에 있었다. 그것은 책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ua2fmUtYE-bsM5U8n2Za4mNl7-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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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재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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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1T10:00:03Z</updated>
    <published>2026-04-11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도로에 선다. 도심 한복판, 아스팔트는 지열을 내뿜으며 검게 타오른다. 신호에 걸린 차들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엔진의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온다. 타이어가 지면을 마찰하는 소리, 브레이크 파열음, 경적 소리가 엉킨다. 도시가 끓는다.  트럭 한 대가 멈춰 선다. 사각형의 금속 상자다. 차가운 철판 사이로 낯선 생명체의 기척이 삐져나온다. 갈색 털을 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M58Mx6kDiqmOXa0AfSHzQg8GMV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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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평] 명함 없이 소개받던 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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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9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4-09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책 정보: - 제목: 『제자리에 있다는 것』 - 저자: 클레르 마랭 - 출판일: 2025년 5월 12일 - 펴낸 곳: 에디투스 - 장르: 인문 교양 2020년 봄이었다.  퇴직하고 처음 맞은 계절. 오랜 지인이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나를 소개했다.  &amp;quot;제 친구입니다.&amp;quot;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25년 동안 나는 늘 무언가의 '누구'였다. 대리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lH_SFp6UCZhyUJ9bNwDcqGdK1S0.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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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볼 때마다 처음이다 - 오르한 파묵 『순수 박물관』을 읽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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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8T10:00:03Z</updated>
    <published>2026-04-08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서랍을 연다. 낡은 목재의 마찰음이 고요한 방 안을 긁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가끔 이렇게 연다. 그 안에는 버려지지 못한 시간들이 엉겨 붙어 있다. 고장 난 시계, 색 바랜 인화지, 누군가의 온기가 증발한 손수건들. 사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것들이 점유한 부피만큼의 기억을 견디고 있다. 이 물건들을 보다가, 나는 이스탄불의 한 박물관을 떠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4FT9y64VjpDAavUA3Y4iNE3whJ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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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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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6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4-06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마당 한쪽, 묶인 강아지를 마지막으로 본 날. 그 눈빛은 맑았다. 숟가락을 들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어린 나는 시간을 셀 줄 몰랐다. 다만 그 무한히 긴 망설임만을 기억한다.  며칠 뒤 강아지가 사라졌다.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밥상 위 냄비가 모든 대답을 대신했다. 뚜껑을 열자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삶은 고기의 냄새와 땀 냄새가 뒤엉켜 나왔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8TJX9uy6aUvdvT2yUbxY-OF-dI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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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긋난 기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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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4T10:00:03Z</updated>
    <published>2026-04-04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기와가 있다. 진흙을 이겨 불에 구워낸 검붉은 등들이 서로의 몸을 포개고 누워 있다. 기와는 스스로 서지 못한다. 앞엣것의 꼬리를 뒤엣것이 덮고, 옆엣것의 어깨를 제 몸으로 누르며 기와는 비로소 지붕이 된다. 햇빛이 기와 면을 비스듬히 가로지른다. 빛이 닿는 붉은 곡선은 팽팽하게 달아오르고, 그늘진 골짜기는 심연처럼 깊다. 같은 흙으로 빚어 같은 불을 통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Jk0ZM0gqJA7wdyYcd17u_UzP5r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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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리뷰] 나는 이미 노 피플 존에 살고 있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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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2T10:00:01Z</updated>
    <published>2026-04-02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책 정보: - 제목: 노 피플 존 - 저자: 정이현 - 출판일: 2025년 10월 21일 - 장르: 소설(단편집) 아침이 오면 나는 혼자 커피를 내린다.  필터에 원두를 담고, 물을 천천히 부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말을 걸어올 사람이 없으니까. 창밖으로 겨울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거실은 조용하다. 커피 향이 퍼지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Ip4CXe1DmtzCpM-fXLf3840m4I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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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손은 주머니 안에 있었다 - 귄터 그라스 『양철북』을 읽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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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1T10:00:03Z</updated>
    <published>2026-04-01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1980년 5월, 교실에는 냄새가 고여 있었다. 분필 가루와 왁스, 담임의 담배 냄새였다. 선생님은 그날도 출석을 불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라디오에서는 &amp;quot;폭도들의 난동&amp;quot;이라고 했다. 신문에는 &amp;quot;불순분자들의 소요&amp;quot;라고 실렸다.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교과서를 펼쳤다. 광주에서 사람이 죽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그래도 우리는 출석에 답했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yooHzMbQsR5wwRSsepdcMzN9NH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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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닮은 불행, 스치는 행복</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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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30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3-30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퇴직 후 3년이 흘렀을 때, 나는 비로소 세상의 배경막 뒤로 밀려난 기분을 느꼈다. 25년 동안 내가 깔고 앉았던 그 견고한 의자는 누군가의 새로운 이름으로 채워졌고, 나를 찾던 벨 소리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퇴직 첫 달, 나는 습관처럼 주머니를 더듬었다. 회사의 호출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석 달이 지나도 주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rN22Z2iGqqumeXsdG0vrkIGD-S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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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갯골의 황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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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8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3-28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갯벌이 있다. 검은 갯벌이다. 물이 빠진 자리에는 무수한 생명체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게 자국은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물결 모양을 그렸다. 조개 구멍은 입김처럼 습기를 머금은 채 빛난다. 갯지렁이가 뒤집어놓은 흙더미는 작은 봉분처럼 솟아 있다. 발밑 흙은 축축이 젖어 발자국 하나 새기기 벅차다.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득하다.  갯벌은 침묵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y01JBGIL0cNx2JmN_RI2qCghzi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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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평] 60세 독신, 다리 위의 청년을 알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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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6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3-26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책 정보 - 제목: 기쁨의 황제 - 저자: 오션 브엉 - 출판: 2025년 11월 17일 - 장르: 소설  60세,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새벽 4시에 눈을 뜨면, 옆에 아무도 없다. 전화할 가족도, 챙겨야 할 자식도, 걱정해줄 배우자도 없다. 이 자유가 때로는 무겁다.  《기쁨의 황제》의 19세 소년 하이도 홀로였다. 다리 위에 서서 묻는다. &amp;quot;나는 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nF3aScQO9015D5buaqM74lg6W2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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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간이 흐르는 동안 -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를 읽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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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5T10:00:01Z</updated>
    <published>2026-03-25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총성은 없었으나, 시간은 십 년 넘게 내 몸을 감쌌던 코트 소매의 마지막 실밥을 잔인하게 끊어냈다. 소매는 어깨선에서 힘없이 툭 떨어져 내렸다. 가볍지만 공허했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십 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이 얼마나 가느다란 실 한 가닥에 매달려 있었는지를.  그 코트를 처음 샀던 겨울이 떠올랐다. 퇴근길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세일표를 붙이던 젊은 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QxTrT2ql8VYzxA_Kg1KVtEtaDR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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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성실이라는 이름의 저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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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03-23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 7시, 남강 자전거길에 안개가 걷힌다. 페달을 밟는다. 허벅지가 팽팽해진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긁는다. 25년 동안 이 시간이면 나는 서류 가방을 들고 회사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늘 긴장해 있었다. 지금은 강물 위 가로등 불빛을 본다. 그 빛이 물결에 부서진다. 자전거 바퀴가 아스팔트를 핥는 소리만 들린다.  존 윌리엄스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ALOiv2IiwPcXkSSaaGLBmNpHHS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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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간의 질서, 빛으로 쓴 화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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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03-21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20여 년 전 어느 춘분날, 해인사 수다라장을 찾았다. 당시엔 예약 없이도 누구나 법보전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오후 2시 50분, 어둠이 깊은 수다라장 안으로 들어섰다. 대장경판을 보존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은 서늘한 냉기를 품고 있었다. 바닥의 돌은 얼음처럼 차가워 그 기운이 신발을 뚫고 발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구석에 서서 숨을 죽였다.  2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7Uu8hcsAZZYA-h7o2KGZFFHV_1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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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평] &amp;quot;그냥 해&amp;quo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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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9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3-19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책 정보: - 제목: 왜의 쓸모 - 저자: 찰스 틸리 - 출판일: 2025년 8월 4일 - 장르: 인문 교양 혼자 사는 집에서, 나는 그날 밤 오래 생각했다.  사과는 했다. 이유도 댔다. 그런데 관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상했다. 25년 직장 생활 동안 나는 보고서 한 줄, 결재 한 장으로 수십 명을 움직인다고 믿었다. 그런데 퇴직 후 오래된 친구를 만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m8yVG4W5kBiuEP6eVoLlbdJGido.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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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하얀 셀의 좌표 - W.G. 제발트 『아우스터리츠』를 읽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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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03-18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2010년 겨울, 밤 10시가 넘은 사무실. 나는 책상 앞에 홀로 앉아 있었다. 사무실은 적막했고, 들리는 것은 형광등의 낮은 윙윙거림뿐이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엑셀 파일이 열려 있고, 팀원들의 이름이 세로로 나열되어 있다. 인사팀에서 보낸 메일 제목: &amp;quot;구조조정 예비 명단 작성&amp;quot;.  마우스를 쥔 손에 땀이 났다. 손바닥이 미끄러워 마우스 패드에 손자국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mKIf5bELwt0jWoH9fq--PTp3Om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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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붉은 골짜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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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6T10:00:01Z</updated>
    <published>2026-03-16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버스가 덕산을 지나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섰을 때, 대원사 방향을 택한 승객은 나를 포함해 다섯 명뿐이었다. 텅 빈 좌석 왼편으로 천왕봉에서 내려온 황금능선이 시야를 가득 채웠으나 나는 눈을 감았다. 화려한 것은 이미 충분히 보았다. 이제 나는 그 화려함 뒤에 숨은 적막을 보고 싶었다. 버스는 내원사 입구에 섰고 내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지리산은 넉넉하나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Bk6hApB9AK4ipwQnqOXggkhg35c.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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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생 2회 차, 걸쇠의 쓸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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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4T10:00:00Z</updated>
    <published>2026-03-14T10: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녹슨 철문에 플러그가 걸려 있다. 폐가전 플러그다. 검은 플라스틱 몸체가 문고리를 감싸고, 두 갈래 금속 핀이 허공을 향한다. 본래의 기능은 연결이었다. 콘센트에 꽂히고, 전기를 흘려보내고,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 그러나 지금 이 플러그는 연결하지 않는다. 대신 고정한다.  나는 그 앞에 섰다. 오후의 햇살이 녹슨 철문을 비춘다. 페인트가 벗겨진 자리마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XxKpSun9qpRb_IJobT8zp65EAG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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