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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민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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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에세이로 일상을 위로하며, 매일의 기록을 이어갑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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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2-26T06:56:36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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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7. 나는 왜 나를 설명해야 안심할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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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01T06:29:32Z</updated>
    <published>2026-05-01T06:29:18Z</published>
    <summary type="html">매일 아침 반려견과 함께 나서는 산책길에는 정해진 시간에 마주치는 풍경이 있다. 골목의 모퉁이를 돌 때쯤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슥슥, 빗자루 소리. 아침의 길목을 비워내는 한 미화원이다. 그는 반려견을 유달리 예뻐한다. 투박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작된 대화는, 늘 내가 예상치 못한 사적인 안부로 흐르곤 한다.  &amp;ldquo;나 사실 몇 년 전에 이혼했어요. 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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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6. 설명하려 할수록 흐려지는 마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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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27T12:58:04Z</updated>
    <published>2026-04-27T06:31:21Z</published>
    <summary type="html">식탁 위에 놓인 삶은 밤을 보면 여전히 입안이 거칠어진다. 사람들은 가을의 별미라며 포슬포슬한 속살을 수저로 파내지만, 내게 밤은 고소한 간식이 아니라 목구멍에 턱 걸려버린 침묵의 덩어리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밤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밤을 마주할 때마다 코끝을 스치는 그 시절의 눅눅한 공기를 견디지 못하는 것에 가깝다.    내가 외할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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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5. 감정은 항상 제때 도착하지 않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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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24T04:00:04Z</updated>
    <published>2026-04-24T04: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세상은 때로 예고도 없이 무례하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든 차는 내 몸을 아슬하게 비껴갔다. 아스팔트 위에는 점점 작아지는 엔진소리만 남았다. 분명 내가 치일 수도 있는 순간이었으나, 나는 그 자리에 유령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마땅히 분노가 치밀어야 했다. 창문을 두드려 항의하거나, 멀어지는 차 뒷모습을 향해 소리라도 질러야 했다. 하지만 그때 내 몸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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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4. 이건 내 감정일까, 타인의 감정일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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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20T04:00:02Z</updated>
    <published>2026-04-20T04: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밤의 정적이 내려앉은 거실, 텔레비전 화면만이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으며 유일한 생동감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멈춘 곳에는 인도의 어느 좁고 어두운 골목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상영 중이었다. 카메라는 하수구 덮개를 열고 그 깊고 검은 심연 속으로 거침없이 몸을 던지는 사내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 흔한 마스크 하나 쓰지 않은 채, 독한 가스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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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3. 하나의 감정 안에 여러 마음이 섞여 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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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7T03:44:43Z</updated>
    <published>2026-04-17T03:42:47Z</published>
    <summary type="html">거실에서 들려오는 낮은 말소리에 문득 고개를 든다. 어머니와 이혼한 뒤 꽤 오랜 시간을 돌아 다시 우리 집의 공기를 채우게 된 &amp;lsquo;아버지&amp;rsquo;. 이제는 &amp;lsquo;새아버지&amp;rsquo;라는 서먹한 단어보다 &amp;lsquo;내 아버지&amp;rsquo;라는 실체가 더 어울리는 남자는, 요즘 우리 가족의 모든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도맡아 한다. 어머니의 지친 퇴근길에 함께 저녁을 먹고, 언니와 나의 사소한 고충까지 망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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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2. 감정은 왜 하나로 설명되지 않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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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5T06:41:09Z</updated>
    <published>2026-04-15T06:34:14Z</published>
    <summary type="html">마음은 고체보다 액체에 가깝다. 단단하게 굳어 있어 명확한 모양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담기는 그릇과 흐르는 속도에 따라 매번 형질을 바꾼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려다 실패한다. 누군가 &amp;ldquo;기분 어때?&amp;rdquo;라고 물어오면 슬프다, 기쁘다, 혹은 그냥 그렇다고 골라 대답하곤 한다. 마치 그 안에 지금의 나를 모두 담을 수 있는 것처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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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1. 이 감정의 이름을 나는 아직 모른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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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4:01Z</updated>
    <published>2026-04-13T08:04:47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리는 많은 것에 너무 빨리 이름을 붙인다. 태어나자마자 성씨 뒤에 두 글자의 함자가 붙고, 상태에 따라 &amp;lsquo;학생&amp;rsquo;이나 &amp;lsquo;직장인&amp;rsquo;같은 사회적 명칭이 따라 붙는다. 마음조차 예외는 아니다. 얼굴이 조금 붉어지면 기쁨이라 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면 슬픔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언어는 언제나 마음보다 한 발 늦고, 그 그릇은 마음의 부피를 담아내기에 늘 비좁다. 단</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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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무의 시작에 붙은 허물을 동경한다. - 20. 벗겨진 허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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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1:57Z</updated>
    <published>2026-03-23T04: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벗겨진 허물 등을 찢어 세상으로 향했다. 내려놓을 줄 모르는 갈고리 발톱. 장마에도 젖을 살이 없고, 중력에 무거워질 마음도 없다. 흉터가 집이 되는 법을 여름은 바싹 마른 껍질로 가르친다. 나무의 정상에 붙은 날개달린 것들 대신 나무의 시작에 붙은 허물을 동경한다.    -    거실의 정적 속에서 아물어가는 손가락의 흉터를 응시하던 날들을 지나, 한여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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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텅빈 공백이나, 그 어느때보다 나로 충만하다. - 19.&amp;nbsp;비어있는 충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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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1:57Z</updated>
    <published>2026-03-16T04: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어있는 충만  단단한 쇠붙이 조차 속은 텅 빈 공백이라는데 무너지지 않으려 밀도를 높이니 내부가 무거워져 나는 어디에도 없다.  빽빽한 욕심들 사이로 정작 숨 쉴 틈 하나 없었다.  움켜쥔 손을 펴고 모래알 같은 미련과 욕심을 허공에 흩뿌렸다. 비워낸 자리마다 바람이 통한다.  이제 나는 텅빈 공백이나 그 어느 때보다 나로 충만하다.    -    기술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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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늘이 깊어지는 각도 - [여름의 기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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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1:57Z</updated>
    <published>2026-03-13T04: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겨울의 시린 고립을 지나고, 가을의 서늘한 시선을 견디며, 봄의 연약한 싹을 간신히 틔워낸 뒤에야 비로소 이 거대한 여름 앞에 선다. 뒤돌아보면 그 모든 계절은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한 정직한 복선이었다. 이제 더 이상 어딘가로 숨거나 움츠러들 수 없는, 사방이 열기로 가득 찬 직면의 시간이 찾아왔다.  여름의 기세는 무례할 정도로 당당하다. 머리 위로</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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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7. 우리에겐 비밀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 '가까운 사이일수록 다 말해야 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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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7T16:22:47Z</updated>
    <published>2026-03-11T04: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리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연인, 피를 나눈 가족, 오랜 시간을 공유한 친구 사이에는 투명한 유리창처럼 서로의 내면이 훤히 들여다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누군가 입을 닫으면 상대는 서운함을 토로하거나, 신뢰의 결핍을 의심하며 &amp;ldquo;왜 말을 안 하느냐&amp;rdquo;라고 몰아세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집요하게 대답을 요구</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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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너는 내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 18. 노란 함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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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1:57Z</updated>
    <published>2026-03-09T04: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노란 함구  벗겨진 페인트와 갈라진 담벼락 사이, 붙박인 가로등이 홀로 제 자리를 태운다.  풍경은 낡아가는데 그 아래를 지나는 나의 속도만 여전하다.  콧노래를 섞어 흥얼거리던 밤에도,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삼키던 밤에도, 너는 늘 같은 온도의 그림자를 내어주었다.  무심코 고개를 들면 쏟아지는 빛줄기가 마치 내 등을 다독이는 것 같아 나는 차마 발걸음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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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장 무른 것이 남긴 선명한 금 - 18. 균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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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1:57Z</updated>
    <published>2026-03-06T04: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균열  가장 견고한 회색 질서의 틈을 타고 노란 비명이 솟구쳐 올랐다.  망치로도 깨트리지 못한 침묵을 초록빛줄기가 밀어젖힌 자리.  빈틈없는 바닥의 민낯을 기어이 들춰내고서야 뿌리는 숨 쉴 곳을 얻는다.  부서진 시멘트 조각을 훈장처럼 두르고 아무도 눈 여겨보지 않는 발밑에서 꽃은 고개를 든다.  가장 무른 것이 남긴 선명한 금. 어쩌다 핀 꽃이라 부르기</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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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6. 다정함을 가장한 조언 -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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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7T16:22:47Z</updated>
    <published>2026-03-04T04: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무적이고 건조한 관계보다 무서운 것은 '사랑'이나 '걱정'의 외피를 두르고 다가오는 다정함이다. 그 다정함은 대개 &amp;quot;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amp;quot;라는 문장으로 완성된다. 이 문장은 강력한 방패다. 말하는 이의 선의를 전제로 하기에, 듣는 이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순간 그는 고마움도 모르는 예민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이 문장만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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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기여하는 것 - 16. 둥지의 재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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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1:57Z</updated>
    <published>2026-03-02T04: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둥지의 재료  방구석을 구르는 가벼운 털 뭉치들 한때는 누군가의 체온을 덮어주던 누빔옷이었으나, 이제는 허공을 떠도는 유목민의 기록.  사람의 눈에는 쓸어내야 할 번뇌의 흔적일지라도 창밖 어느 부지런한 부리에게는 갓 태어난 생명을 품어줄 가장 안락한 설계도.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기여하는 것 나의 낡은 껍데기들을 모아 다시 집을 짓는 봄의 서사.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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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5. 흉터라는 이름의 굳은살 - &amp;lsquo;시간이 약이다&amp;rsquo;</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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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7T16:22:47Z</updated>
    <published>2026-02-25T04:00:09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몇 시간만 더 버티자, 그러면 괜찮아질 거야.&amp;rdquo;  미용을 그만두기 직전, 우울증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하면 나는 습관처럼 화장실 구석칸으로 숨어들었다. 거울 속 손님들의 시선이 칼날처럼 따가워 숨이 막힐 때마다 좁은 칸 안에 갇혀 발을 동동 굴렀다. 빠르게 뛰는 심장과 울렁이며 뒤집히는 속이 왜 가라앉지를 않냐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그때 내가 내뱉은 말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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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콧등 위에 깊게 파인 외길 - 15. 안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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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1:57Z</updated>
    <published>2026-02-20T04: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안경  세상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그는 두 귀에 제 몸을 걸었다.  자식의 서툰 글씨를 펴 읽고 멀리 오는 비보를 먼저 가려내느라 안경알 위로 세월의 잔금이 자욱하다.  헐거워진 다리가 콧날을 타고 내린다. 제 몸을 깎아 낸 나사가 마모된 만큼 자식의 시야는 한 뼘 더 밝아졌을 것이다.  흘러내리는 무게를 다시 밀어 올릴 때마다 손끝에 닿는 것은 세상에</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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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4. 사물에 고인 시간의 밀도 - '물건에 의미 부여하지 마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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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7T16:22:47Z</updated>
    <published>2026-02-18T04: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물건은 물건일 뿐이니 마음을 두지 말라는 조언은 명쾌하다. 비울수록 삶이 정돈된다는 미니멀리즘의 논리는 현대의 가장 고상한 미덕이 되었다. 쉽게 사고 쉽게 버려지는 시대에 물건을 손에 쥐고 있는 행위는 흔히 미련이나 결핍, 혹은 정돈되지 못한 삶의 증거로 치부되곤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물건에 영혼을 맡기지 마라, 사물은 그저 사물일 뿐이다. 불필요한 것</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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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더 이상 작아질 곳 없는 절정 - 14. 필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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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1:57Z</updated>
    <published>2026-02-16T04: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필사    한 마디씩 깎여 나갈 때마다 문장은 한 뼘씩 길어졌다.  제 몸을 갈아 바닥을 구르는 동안 검은 흑연은 지워지지 않는 글을 남겼다.  손가락 끝에 겨우 걸린 짧은 키는 더 이상 작아질 곳 없는 절정.  이제는 쥐기보다 품어야 할 만큼 작아졌으나 너는 단 한 번도 허공에 헛된 획을 그은 적이 없었다.   -     한때 나의 오른손은 차갑고 단단한</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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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진정한 의미의 첫 걸음 - 13. 달리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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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3T08:11:57Z</updated>
    <published>2026-02-13T04: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달리기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순서대로 뱉어내는 숨 손끝과 발끝이 서서히 제 온도를 찾는다  속도가 붙자 눈앞의 풍경은 잉크처럼 번지고  땅을 박차는 힘이 굳어있던 몸을 흔들어 깨우면 허공에 남은 발걸음은 조금씩 길을 낸다  귀 안을 가득 채우는 숨소리 사이로 흐릿한 것들이 제자리를 찾고  멀게만 보이던 너머가 비로소 확신으로 만져진다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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