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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한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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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스쳐 가는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창작 노트입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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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3T11:46:22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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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절인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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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5T05:00:36Z</updated>
    <published>2026-03-25T05:00:36Z</published>
    <summary type="html">새 교복 치맛자락이 아직 몸에 익지 않아 손끝이 자꾸만 그 주변을 맴돌았다. 낯선 교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텁텁한 공기. 익숙한 얼굴 하나 없다는 사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의자와 책상, 교탁까지도 비슷한 모양새를 지키고 있는데 그 사이를 가득 채운 사람들은 전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 괜히 조심스레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발을 들여놓았고 부끄러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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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물다섯</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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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1T11:47:10Z</updated>
    <published>2026-03-11T11:47: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자존감이 낮아졌던 이유를 곱씹어 보면 그 시작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서였다. 나는 늘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이 정도는 해내야 한다는 기준. 스스로에게 세운 보이지 않는 선들이 하루하루를 조용히 압박했다. 기대가 높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기준이 높다는 표현이 더 가까웠다. 그 기준은 나를 더 나아가게 만들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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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유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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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8T14:46:07Z</updated>
    <published>2026-03-08T14:46: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한다. 조금만 더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 말은 대개 위로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꽤 단정적인 문장이다. 시간이 흐르기만 하면 무엇이든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아물지 않던 것들도 저절로 엷어진다고 믿는 태도. ​ 하지만 모든 시간이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들은 나를 앞으로 밀어주기보다 제자리에 붙들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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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타임캡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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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6T13:38:17Z</updated>
    <published>2026-03-06T13:38:17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릴 적 나는 유난히 어떤 것들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한동안 책상 위를 굴러다니던 작은 틴케이스를 집어 들었다. 반짝반짝 스티커 자국이 얼룩처럼 남아 있는 은색 통 하나. 두 손을 포개면 쏙 들어오는 은색 통을 깨끗하게 닦고 햇빛 아래 말린 후 그 안에 미래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을 조심스레 넣었다.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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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물여덟</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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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4T13:01:35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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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type="html">취업 준비를 오래 하다 보면 시간의 감각이 흐려진다. 하루하루는 바쁘게 흘러가는데 돌아보면 제자리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계획표는 점점 촘촘해지고 해야 할 일은 늘어나지만 마음은 자주 뒤처진다. 무엇을 더 잘해야 하는지 보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지가 더 크게 다가온다. 그 질문이 쌓일수록 숨이 조금씩 가빠진다. ​ 어느 순간부터는 잘하고 싶은 마음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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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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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2T01:46:43Z</updated>
    <published>2026-03-02T01:46:43Z</published>
    <summary type="html">첫 만남에 유독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대화를 많이 나눠서도 아니다. 그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확신 같은 것이 스친다. 아 이 사람과는 괜찮은 친구가 되겠구나. 근거 없는 예감인데도 이상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나 스스로도 그 감각이 어디서 오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그저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 처음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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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물일곱</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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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8T12:44:03Z</updated>
    <published>2026-02-28T12:44:03Z</published>
    <summary type="html">한때 나는 꽤 나약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속으로 바랄 만큼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이유 없이 우울한 날들이 이어졌고 그 감정은 점점 커져서 마치 세상의 불행이 전부 나에게만 쏟아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다. ​ 그러나 손끝으로 넘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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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열일곱</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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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7T13:00:55Z</updated>
    <published>2026-02-27T13:00:39Z</published>
    <summary type="html">누구나 그랬겠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어떤 모양인지 잘 알지 못했다.  ​ 나는 원래 나를 드러내는데 서툰 사람이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무서운지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말하는 일이 늘 어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친구 앞에서는 조금 달랐다.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해보게 되었고 망설이던 선택 앞에서도 발걸음이 가벼워졌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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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물넷</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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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7T00:16:09Z</updated>
    <published>2026-02-27T00:16:09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오래도록 미로 안에 있었다. 정확히 언제 들어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길은 이미 복잡했고 멈춰 서 있기엔 너무 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미로의 벽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높이는 늘 일정했다. 고개를 들어도 넘어갈 수 없었고 손을 뻗어도 끝이 닿지 않았다. 선택지는 많아 보였지만 막상 발을 들이면 비슷한 길들이었다. ​ 갈림길 앞</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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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작은 세계로부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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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6T15:06:47Z</updated>
    <published>2026-02-26T15:06:47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린 시절 나는 조용히 책을 읽는 법을 몰랐다. 따사로운 햇볕이 방 한가운데 동그랗게 떨어지면 그 위에 엎드려 동화책을 펼쳐 들었다. 종이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던 냄새와 따뜻한 햇볕이 섞인 공기는 마치 비밀스러운 나만의 극장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만들어 주었다. ​ 책을 읽는다고 말했지만 사실 읽기라는 말은 내 행동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했다. 문장을 따라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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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물여섯</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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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6T11:28:13Z</updated>
    <published>2026-02-26T11:28: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마음이 아리다. 서류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다시 지원서를 고치던 날들이 반복되던 때였다. 달력은 성실하게 넘어가는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었다. 무엇을 잘하고 싶은지 보다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더 또렷해졌고 내가 고른 길이 맞는지 묻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직장이란 곳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 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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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또바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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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6T00:50:07Z</updated>
    <published>2026-02-26T00:5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스무 살 첫 만남. 대뜸 나에게 예쁘다는 말을 건넨 한 친구가 있었다. 처음엔 누구에게나 던지는 가벼운 인사말쯤으로 들렸다. 그렇게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며 넘겼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참 이상했다. ​ 그 친구가 만날 때마다 건네던 예쁜 말들은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다른 의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부담스럽지도 그렇다고 들떠</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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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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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5T11:25:21Z</updated>
    <published>2026-02-25T11:25:21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제야 인사를 건넨다.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지금이라도 인사를 건네고 싶어졌다.  ​ 모든 것이 처음이라서 매일이 새로웠고 그만큼 불안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몸을 밀어 넣듯 들어가던 날들이 이어졌다. 캠퍼스는 생각보다 넓었고 사람들은 많았고 이름을 외우기도 전에 관계가 쌓였다가 흐트러지곤 했다. 어제 친해진 얼굴이 오늘은 낯설게 느껴지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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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첫 세상에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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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5T01:15:31Z</updated>
    <published>2026-02-25T01:15:31Z</published>
    <summary type="html">장녀로 태어난 나는 아빠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동생과 연년생이었기에 혹여나 동생에게 관심이 쏠리는 동안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진 않을까 그래서 마음이 다치진 않을까 줄곧 고민했다고 한다. 따뜻했고 다정했으며 애틋한 사랑이었다. ​ 어린 내가 보기에 아빠는 모든 걸 할 줄 아는 그저 가능한 사람이었다. 내가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어려워하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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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유 없이 싫던데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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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5T01:16:33Z</updated>
    <published>2026-02-24T07:29:29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그냥 이유 없이 싫던데요?&amp;ldquo; ​ 오늘도 나는 바다에 잠긴다. 두 달이 지났다. 사직서를 내던 그날 이후부터 난 이 작은 공간을 떠나지 못했다. 문을 닫고 불을 끄면 이곳은 바다가 된다. 차가운 물이 목덜미까지 차오르며 숨을 쉬는 방법을 자꾸만 잊어버린다. 처음에는 그냥 휴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잠시 쉬면 이 마음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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