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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정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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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사유와 치유 사이에, 남은 말들을 기록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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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3T00:18:32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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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런 바보를 봤나 - 온전한 감정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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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04-17T12: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보이차 두 잔을 준비한다. 한 잔은 꿀을 타고, 한 잔은 깔끔하게. 클래식을 모르지만 아침마다 라디오 클래식 방송을 듣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들은 다양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원에 닿아 있다.  드라마에서 '이블리스'에게 사람들이 세 가지 소원을 빈다. 소원이 이루어지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마지막 소원은 그 불행을 돌려놓기 위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fxc74fPeWIUW1HwQf3rWTkF-aR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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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는 노란 리본을 달지 않습니다 - 세월호 12주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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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6T00:55:49Z</updated>
    <published>2026-04-16T00:55:49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노란 리본을 달지 않을 겁니다. 가슴에 맺힌 아픔을 밖으로 말하는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 슬픔을 나누려는 마음조차, 가볍게 흩어질까 두렵습니다.  대신, 나는 잠시나마 진심으로 울 것입니다. 그 누구도&amp;nbsp;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울음으로.  &amp;mdash;&amp;nbsp;세월호 참사 1주기에 남긴 쪽지  전원 구출이라는 오보를 믿고 싶었던 12년 전 그날을 기억합니다. 어린 학생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OF6sDEJwmoj_0-ACbT67xyRfUc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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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오래된 잠옷</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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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4T12:00:05Z</updated>
    <published>2026-04-14T12: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들이 왔다  역광장은 눅눅한 들숨날숨으로 흐느적거린다 어깨에 걸친 배낭이 걸음을 따라간다  밟힐 듯한 한낮의 그림자 좁혀지지 않는 틈으로 한 차례 바람이 지나간다  단잠 든 숨결에 그릇을 가만히 내려놓는다 여린 귓볼을 땀 한 줄기가 타고 내려온다  나는 한여름 잠옷을 꺼내 입었다  아들을 가졌을 때 늘였던 고무줄이 무심히 흔들리는 잠옷&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1sxP6sALtS5-Ly6YaMpNzN2-voM"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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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도시에 닿은 달 - 젊은 날에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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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0T06:04:07Z</updated>
    <published>2026-04-09T1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염장 미역줄기는 씻을 때마다 놀란다. 흘러내린 소금이, 바닥에 고인다. 서둘러 미역줄기볶음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고 외식을 하러 갔다. 나도 소금에 절여진 것 마냥 기운이 없었다.  동네 고깃집에 들어선 시간은 6시 1분. 6시 이전 입장 손님에게 하이볼 한 잔을 제공한다는 안내를 보았다. 남편과 내가 들어설 때, 젊은 사장님도 벽면의 시계를 봤다. 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WSU939Toi4zkwIgoaso1axSMXH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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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엄마의 새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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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7T12:00:04Z</updated>
    <published>2026-04-07T1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도마를 두드리는 알싸한 마늘향 엄마가 마른기침을 삼킨다  15평 아파트에 젖은 솜 같은 새벽이 번진다  고춧가루 곱게 묻은 콩나물 무침 한 그릇 비우는 사이 손마디를 매만진다  나는 첫 차에 오르며 엄마를 저 멀리 밀어낸다  엄마는 새벽을 남김없이 쏟아낸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2SQ0Qm21C2wGBqIBcsQ_LIkfrl0"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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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성이다, 가지 치는 날 - 내 자식의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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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3T07:18:16Z</updated>
    <published>2026-04-02T12: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거실 TV 옆 키 큰 브레이니아가 휘어질 것 같다. 가느다란 가지로 지탱하며 자라는 품이 대견해 지지대를 세웠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지지대로 닿을 수 없는 높이로 자랐다. 얇은 이파리가 하늘하늘 달린 모습이 좋아서 차마 가지치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휘어질 듯이 자란 가지를 매만지는데, 때마침 전화가 울렸다. 전화는 길게 이어졌다. 하소연하고 싶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3LxZO5K10KuJzmZ6bIwE5m66yH0.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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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목련이 진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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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31T12:00:04Z</updated>
    <published>2026-03-31T1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목련이 진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로 굵은 꽃잎이 저만치 날아간다  오래 걸었다 어디인지 모를 곳에 서 있었다  햇살 들지 않는 정원 어린잎에 물을 준다  좁은 반경을 맴도는 내 안으로 목련이 들어온 날, 코끝에 스치는 숨소리에 정원에 들었던 고요가 흔들렸다  목련이 진다  새순이 붙은 가지 끝 달뜬 바람이 분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G8wQvwElHyHmT71jWbfaDZhc5NU"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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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겨울 가지에 남은 석류 - 박제된 그녀에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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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4T03:57:22Z</updated>
    <published>2026-03-28T00:00:16Z</published>
    <summary type="html">치과에 가는 날이었다. 무심히 지나가던 풍경에 잠시 멈추었다. 가려다 다시 돌아와 셔터를 눌렀다. 겨울을 나면서도 석류 몇 개가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달려 있었다. 말라 붙은 석류였다. 스케일링을 하고 난 개운함 곁으로 겨울 가지에 남은 석류가 스쳐갔다.  드라마를 보는데&amp;nbsp;박제된 그녀가&amp;nbsp;떠올랐다.  &amp;quot;작가님, 혹시 천상연 대표 아세요?&amp;quot; &amp;quot;영화사 제비, 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MBe6YO6XGP9N3GNQtruWnTq8GF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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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점심 대신 느리게 브런치 - 쉼과 열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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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6T01:11:47Z</updated>
    <published>2026-03-25T1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바스크 치즈 케이크와 블루베리 요구르트 사이로 작은 꽃병이 들어앉아 있다. 상상하지 않은 시간 속에 내가 앉아 있다.  치즈 케이크 모서리를 잘라 입에 넣는다. 묵직하고 고소한 풍미가 천천히 퍼진다. 바쁘기만 하던 나의 인생에서 이런 순간이 왔다는 것에 현실감을 잊는다. 출근해서 카페인과 함께 소란한 오전을 보내고 찾아오는 점심은, 그냥 먹는 것이었다. 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e9KT1w2Y79aZoCXzi8CeFtgGIF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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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인칭 관찰자 시점 - 싱거운 호기심에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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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4T03:57:44Z</updated>
    <published>2026-03-24T06: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강아지와 산책을 다니면서 같은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 속에서 겹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관찰하게 된다.  산책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생기지만 거기서 멈춘다. 그리고 호기심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있게 했던 책을 다시 읽어 내려간다.  우리는 부코스키를 따라 그 자리를 떴다.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vZ8GXd7DAORIed1-yFgyTIEQ13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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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 스푼이 소멸하는 - 삶의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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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4T03:58:08Z</updated>
    <published>2026-03-23T1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레몬밤 우려낸 찻잔에서 얼려둔 생강즙 덩어리가 녹아간다. 생강즙이 연하게 흔적을 남기며 찻잔 속에서 소멸해 가는 그 잠시에 머문다.  잠이 오지 않았다. 자리에 눕기 전 중국드라마에 몰입한 탓인지, 새 매트리스에 적응하지 못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 두 시간 가까이 뒤척이다 꿀물을 타서 책을 펼쳤다.  정면으로 만난 사람의 얼굴을 이튿날 우연히 측면으로 보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Tj3w5ofW4AlBwyjecQEGfEl2NT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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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는 언제나 이팝나무이고 싶었다 - 설렘의 변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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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1T10:50:22Z</updated>
    <published>2026-03-21T00: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팝나무가 되고 싶다. 처음 만난 순간 홀딱 반해버린 후 마음속에 울림으로 자리 잡은 말이다. 주체할 수 없는 떨림으로 서 있던 이팝나무의 기억은 언제나 나를 설렘으로 이끌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나는 복습을 싫어했다. 그렇다고 예습을 철저히 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학생이었다. 예습의 희석과 복습의 권태가 싫었던 나는, 일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Ip6nf_Om_L4yHXuMx7g7g4nmmT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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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능소화에게 안부를 묻는다 - 시간의 덩굴, 이어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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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1T10:50:22Z</updated>
    <published>2026-03-20T12: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둠 속을 걷고 있던 날들이 있었다. 길이를 짐작할 수 없는 터널을 지나던 날들이 있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서, 나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긴 터널을 지나온 뒤에, 그 길의 실체를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식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 본 적 없이 나는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가 아이에게 해 줄 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3g35HlOQnTNW_8yixegQIxZJdA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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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을 연다 - 기억의 문, 그리고 화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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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1T10:50:22Z</updated>
    <published>2026-03-19T13: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직장을 그만두면서 서재에 꽂아 두었던 소설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처음 손에 든 책은 임영태 작가의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이다. 특별히 생각나는 내용은 없었다. 다만, 제목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작품이라 제일 먼저 손이 갔고, 두 번째 대문을 열어 보고 싶기도 했다. 소설을 한참 읽어도 아홉 번째 집과 두 번째 대문이 무엇이길래 나를 이렇게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DSg5p6VEfnHMcVhMSwFD0cT7Pt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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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들국화는 울타리 너머 꽃 피운다 - 원하지 않는 사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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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1T10:50:22Z</updated>
    <published>2026-03-19T00:23:41Z</published>
    <summary type="html">울타리를 넘어서 꽃을 피우는 들국화가 왜 눈에 들어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전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 저 사진을 찍을 무렵 나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다.  나를 정말 사랑하는 이모가 있었다. 이모는 엄마에게 큰 언니였고 홀로 살았다. 동생들에게 경제적 보탬을 주거나 조카들에게는 용돈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분이었다. 이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986B-5I05FzwNssIi0n67fklkUM"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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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유리 파편을 줍는다 - 가면의 부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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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1T10:50:21Z</updated>
    <published>2026-03-18T12: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저녁 설거지를 하며 TV에서 흘러나오는 대사가 귀에 콕 박혔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한 구절이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amp;mdash;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노라고  안주로 무엇을 시킬지 고민하는 장면이라 웃음이 터졌다. 뒤이어 떠오른, 선택의 순간마다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던 기억으로 그날밤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tLj_2NdV2RSqUn14ncATfcz343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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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법당 앞에 이방인으로 선다 - 운명의 다른 이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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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1T10:50:22Z</updated>
    <published>2026-03-17T12: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찰을 돌다 법당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적이 있다. 사시 예불 시간에 맞춰 기도하러 온 사람들로 법당은 가득 차 있었다. 각자의 소원을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비는 그곳에 나는 선뜻 발을 들이지 않았다. 법당 앞 돌계단에 빼곡한 신발에 시선을 두고 그대로 서 있었다. 종교적 믿음은 태어나면서부터 익숙한 촉감이었다. 가톨릭 신자였던 엄마와 이모는, 어린 내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vXmV-b8lOa1EZxNFOvctULfV87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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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런 순간의 메모지를 떼어낸다 - 환상 금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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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1T10:50:21Z</updated>
    <published>2026-03-16T1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삶이라는 창문에는 순간의 메모지가 빽빽하게 붙어 있다.  직장을 다니는 내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늘 흥미로웠다.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실질적인 승진이나 경제적 보상이 없었음에도 나는 참 열심히 일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신념은, 나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추진력을 가속했다.  일을 하면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vYF_cHgweyJ9Xcd4hT7LapwRs5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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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모래에 뜬 달에게 소원을 빈다 - 쓸모없는 진지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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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1T10:50:21Z</updated>
    <published>2026-03-14T11:02:30Z</published>
    <summary type="html">멈춤을 모르는 사람은 목적지를 지나친 줄을 모르고 계속 달린다. 고속도로에 올라선 뒤에야 너무 멀리 왔음을 알게 된다.  유기동물 보호 단체 활동을 홍보하는 봉사를 한 적이 있다. 가끔 부탁받은 내용을 글로 쓰는 일에서 출발했다. 구조, 치료, 입양 소식을 글로 쓰면서 보람과 자부심이 생겼고 나를 칭찬하는 마음이 커져 갔다. 활동 기간이 늘면서 SNS 홍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QoXL9zNszEKYPXdYHsxqNspTv4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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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낯선 거리를 마냥 걷는다 - 우연한 안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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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1T10:50:21Z</updated>
    <published>2026-03-14T01: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중고 마켓에서 식물을 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거의 매일 식물을 사러 다녔던 적이 있다. 그 무렵 나는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어서 쉬고 있었고, 가족과 지인 모두 자신의 삶이 바쁜 시기라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목표는 식물을 사는 것이라기보다는 식물 판매자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것이었다. 거래 희망 장소를 확인하고 지도앱에서 한 시간 이내 거&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vV%2Fimage%2FMhLLaCR3KnAHrUrBwIjNxjvq-9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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