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키거 May 15. 2024

순례길 중 가장 맛있었던 아침식사 Top 3

스페인에서는 맛있는 아침식사를 찾기 쉬울까?

맛있는 아침식사로 하루종일 행복한 사람

 나는 하루의 모든 식사 중에 아침 식사를 가장 좋아한다. 어렸을 때나 나이가 들고 나서나, 한국에 살았을 때나 외국에 살았을 때나 내겐 변함없이 아침 식사가 제일 맛있고, 가장 큰 행복감을 준다. 지금도 좋은 호텔의 저녁뷔페와 아침식사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고민 없이 아침식사를 고를 정도로 나에게 맛있는 아침 식사는 저녁에 먹는 최고급 스테이크나 랍스터보다도 큰 만족감을 준다. 아마도 하루를 시작하는 음식이 하루종일 큰 에너지가 되는 듯한, 식사 후에도 창창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는 것도 묘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런 내가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사뭇 다른 아침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새벽 5시 즈음에 시작되는 하루는 어둠 속을 걷는 것으로 시작해 동이 틀 때쯤에야 바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바에 서서 간단하게 커피 한잔에 또르띠아나 빵하나 먹는 정도. 그런데 스페인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엄청 맛있는 빵이나 커피를 찾지는 못하겠더라고. 커피에 진심인 이탈리아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스페인의 에스프레소는 글쎄다… 이탈리아보다 맛이 덜하다. 가끔 좋은 곳도 있었으나 편차가 심한 것 같아서 평균의 맛을 내기 위해 우유가 조금 들어간 코르타도를 시켰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말 바 100개 중 99개에서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찾을 수 있다. 카푸치노는 더 예술이라 카푸치노에 달달한 빵인 카논치노나 코르네또를 곁들이면 세상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스페인에서는 잘 먹었다 생각이 든 아침은 별로 없었다.


드물어서 더 소중했던 맛있는 아침 식사 장소

 순례길을 걸으며 어김없이 8시경이 되면 걷기 위해 뭔가를 먹긴 해야 하니 형식적으로 아침식사를 하곤 했다. 큰 기대 없이 그냥 먹어야 하니까 하던 아침식사들. 기대를 일치감치 버렸기에 우연찮게 맛있음으로 나에게 놀라움을 준 가게들은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모든 곳들은 전부 의외의 순간에 찾아왔고, 그래서 더 놀라움과 함께 깊은 만족감과 행복을 주었다. 왜 물개박수를 칠 정도로 “뭐야, 여기 너무 맛있어! 그렇지? 그렇지?”하고 같이 자리한 사람들과 연달아 확인해 가며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한 순례길의 아침식사들. 이제는 행복한 추억이 된 순례길 아침식사 탑 3의 장소들을 공유해 본다.


3위 : 카페 에센셜 - The Essential Coffee Home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사장님까지 모두 완벽한 카페
주소 : Lugar San Xiao ( San Xulian ) , 11, 27204, Lugo, 스페인
가게 왼쪽이 바로 순례길이라 그냥 휙 지나가기 너무 좋은 위치


 구글평점 4.9의 카페인 에센셜. 여긴 순례길로 지나가야 하는 좁은 길 그냥 한가운데 서있고 입구가 작아서 사람들이 응? 하고 지나치기 쉽다. 같이 걷는 동생이 평점이 너무 좋으니 한번 가보라고 언지해줘서 가봐야지 했는데 잊고 있다가 지나갈 때 발견하고 번뜩 기억이 났다. 커피와 디저트 모두 정말 맛있다. 스페인의 대부분이 식사도 겸하는 커피 바 느낌이 많은데 정말 오래간만에 가로수길 유명 카페 온 듯한 아기자기한,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카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순례자라는 걸 잊고 내가 잠깐 유럽 어디의 귀여운 카페에 들어와 친구와 수다 떠는 감성을 받을 수 있어 잠시나마 작은 위안도 받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던 곳. 사장님도 너~무 착하셔서 분위기가 참 따뜻해 추천한다. 커피는 산도가 살짝 있는게 너무 맛있었고 핸드메이드의 디저트들 또한 수준급이다. 여기 당근케이크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내가 갔을 때 당근케이크는 다 나가서 산티아고 파이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사장님의 아내분이 케이크를 직접 구우신다고 하던데 내가 주문했을 때 새 케이크의 첫 조각을 막 잘라먹을 수 있어서 부드럽고 촉촉했다. 산티아고 델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면 산티아고 파이들을 기념품으로 많이 사가시기도 하는데 역시 이곳 에센셜의 갓 구운 핸드메이드 파이와는 비교가 안되더라.    


우리를 위해 잘라주신 산티아고 파이


2위 : 아 콘챠 라바콜라 - Bar A Concha Lavacolla 1
빤콘토마테에 대한 나의 기준을 바꾼 곳
주소 : Lavacolla, 1, 15820 Santiago de Compostela, A Coruña, 스페인
저 바삭한 빤꼰토마테를 한 입 물던 그 순간을 못 잊겠다

 

 산티아고로 들어가는 순례길 마지막 날에 우연찮게 들린 바. 그것도 무언가를 먹어야지 들어간 게 아니라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어 들어가 예의상 커피와 아침 메뉴 하나 시킨 거였는데…  빤꼰토마테를 먹고 너무 맛있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뭐지? 내가 그동안 비행을 할 때나 퇴사하고 나서도 스페인은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등 나름 잊지 않고 자주 여행 다닌 곳인데 이렇게 맛있는 빤꼰토마테를 먹은 적이 없었다. 내가 그동안 가짜들만 먹고 다녔구나 느낄 정도로 진한 토마토 페이스트가 올라간 이곳의 빤꼰토마테는 빵도 크고 너무 바삭하고 맛있는 데다 한국말로 표현하자면 마약 빤콘토마테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담백한 아침 식사로 너무나 완벽하고 든든했던 아침 식사. 이 덕분에 내가 산티아고로 입성하는 내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역시나 좋은 아침 식사는 꼭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내가 너무 소소한게 잘 기뻐하는 성향인 것도 있겠지만 정말 잊지 못할 아침식사였어. 다시 순례길을 걸어도 마지막 날 여기 꼭 들려서 빤꼰토마테 먹고 갈거다. 별거 아닌게 맛있어서 실소가 나는, 그래서 만족도가 더 컸던게 아닐까. 그 기분 참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구글 평점은 3.7로 저조하다. 사람들이 친절하진 않고 투박스러운 면도 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고, 화장실도 매우 넓고 깔끔했는데 왜 평점이 낮은지는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우연스러웠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던 장소고 또 갈꺼기에 추천한다.



1위 : 라 코스타 델 아도베 - La costa del Adobe
스페인의 프랜치 토스트 ‘또리하스’를 파는 곳
주소 : C. Real, 79, 24343 El Burgo Ranero, León, 스페인

 

갈색의 윤기 흐르는 또리하스… 두 개 먹었어야 했어

 

 순례길 19일 차 베르치아노스 델 레알 카미노에서 만실라 데 라스 물라스 가는 길에서 우연히 들어간 바. 여기에서 스페인의 프렌치토스트라고 부르는 또리하스(Torrijas)를 순례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었다. 겉바속촉의 정석같이 윗부분은 꼭 크렘뷜레의 코팅된 탑처럼 바삭한데 속은 시나몬 맛 가득한 부드러움을 준다. 정말 눈이 동그레지게 놀라울 정도로 맛있어서 아침의 행복지수를 백 프로 채워준 음식. 여기에 계란과 감자로 만든 또르띠아 위에 매콤하고 붉은 야채 소스가 올라가 짭짤하니 감칠맛 도는 또르띠아 꼰 살사도 함께 먹었고 이것 또한 맛있었다. 아침 8시였지만 쇼케이스는 이런저런 음식과 디저트들로 가득 차있었고 그만큼 음식들이 아침에 조리되어 바로 진열될 뿐만 아니라 많이 잘 팔린다는 뜻인 것 같아 정말 잘되는 가게라는 인상을 받았다. 고를 음식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고르는 재미까지 얼마나 행복했는지.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는 갖 준비된 음식들을 보며 내가 순례자라는 생각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이날 쓴 일기에도 “반드시 돌아온다!”라고 적어놨으니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가 잘 느껴진다.

 아! 여기는 신기하게 한국 라면도 끓여주신다고 한다. 메뉴에 신라면은 5.5유로, 햇반은 4유로에 젓가락도 있다고 한글로 적혀있어서 재밌었다. 아마 우리가 아침이 아닌 점심즈음에 지났다면 분명히 먹고 가지 않았을까 싶다.


메뉴판에 한글로 적혀있는 신라면과 햇반


당신의 최애 식사는 하루 중 어떤 것인가요

 스페인의 시골길을 걷다 보면 카페, 브런치의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과는 다르게 바(Bar)에서 커피도 팔고, 빵도 팔고, 점심과 저녁에는 식사도 술도 판다. 하나의 종합된 개념으로 레스토랑/카페/바의 복합적인 쓰임새로 가게들이 활용됨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내 마음에 드는 아기자기하고 맛있는 카페 스타일의 공간을 찾으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말 몇 안 되는 그 공간들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처럼 아침식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남긴다. 매일이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걷고 또 걷는 순례길에서도 아침식사를 통해 잠시나마 남다른 하루였다고 기억할 수 있었던 순간들. 내가 느꼈던 신선함과 소소하지만 가득했던 행복과 만족감이 전이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전 19화 순례길 후에 적어보는 가장 필요 없던 물건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