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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Apr 28. 2024

집 앞에 백조가 둥지를 틀었다

네덜란드의 길거리 백조

네덜란드말로 폴더 (Polder)는 개간지를 뜻한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산을 개간해 주거지나 농경지로 개척한다면 여기는 바다와 물에서 땅을 만든다.


바다와 연결된 강이 근처인 우리 동네도 집

앞에 수로가 많다. 이제는 조경을 위해 물길을 만들기도 한다. 수심도 얕은데 아이들은 보트를 타기도 하고 낚시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물길이 더 낭만적인 이유는 갖가지 새가 유유히 헤엄치는 덕이다. 청둥오리, 거위, 미어쿳, 백조, 황새, 그 외에도 한 두 세 종이 살고 있다. 이 수로에 나름 생태계가 있고 물고기도 있다.


이곳 속담에 “4월은 자기 마음대로” “5월은 알을 낳는다” 는 말이 있는데, 4월 말인 요새는 정말 하루에도 날씨가 비가 오고 태풍이 불다가 해가 쨍쨍한 것이 장단 맞추기 힘들다. 그리고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작년에는 동네 호수의 분수대에 둥지를 튼

미어쿳 가족을 위해 비오는 날에도 트는 분수를 잠가뒀다. 올해에는 백조 커플이 우리집 앞 길 가 둑에 둥지를 틀었다. 차가 지나가고 고양이가 돌아다니고 배수관 공사까지 있는데 하필 그곳에 둥지를 틀다니. 괜찮을까?

하지만 모두의 ”무관심 관심“을 받으며 알을 잘 품고 있다. 모르는 척하는 게 최고의 관심이 아닐까. 네덜란드 사람들이 그렇다. 개인주의 사회에 각자 갈 길 가는 것 같아도 내 행동 하나하나에 보는 눈이 엄청 많다. 이런 관심이 좋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그 간 길가에서 가스관 교체 공사가

있었으니 그 소음에 먼지에 백조 엄마가 참 힘들겠다 싶다. 비가 오나 더우나 고개를 푹 깃털에 박고 알만 품고 있다. 야위고 더러워진 게 눈에 보인다. 나만 이런 생각인 게 아닌지 동네주민 톡에서 백조 이야기가 한참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동물을 아낀다. 아기처럼 떠받드는 건 아니지만 가족의 일부 혹은 야생 동물이라면 존중과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네덜란드에는 집을 잃은 개나 고양이가 없다. 19세기 이미 동물보호 연합 (The Dutch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Animals)이 있었고 20세기에 들어서는 동물보호법이 시작되었다. 동물 경찰은 동물을 상대로 한 범죄와 구조를 담당한다. 한 번은 공원에서 다리를 절고 있는 까치를 발견해 이 경찰에 연락했다. 그리고 백조 수놈이 다른 수놈과 싸우고 패배해 차도를 배회할 때 지나가던 행인들이 하나 둘 모여 동물경찰이 올 때까지 교통정리를 하고 백조가 길을 안전히 건널 수 있게 도와주었다. 다수의 정당이 있는 나라라 무려 동물을 위한 정당도 있다 (The Dutch Political Party for the Animals).

하얗고 커다란 백조는 아름답다. 그

새끼는 보송보송 회색 깃털을 달았는데 그 밤톨 같은 모습은 손에 넣어 품고

싶을 만큼 귀엽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백조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날개를 펴면 2m가 넘게 커지고 공격할 때는 굉장히 빠르고 위협적이다. 백조는 아니고 거위가 한 번 나한테 덤빈 적이 있다. 거리 두기를

하지 않았다고 꽥꽥 거리며 달려오는 게

아닌가. 당시 임신 말기였는데 무서울 겨를도 없이 아줌마 파워로 들고 있던 핸드백을 휘둘러 거위를 내쫓았었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마을에서 함께 살지만 이들은 야생 동물이다.

동네를 산책할 때면 딱따구리 소리도 나고 드물게 빨간 다람쥐도 보인다. 동네 고양이들이 순찰하는 우리 집 정원에는 개구리와 소라가 들어섰다. 우리가 사는

콘크리트 집, 콘크리트 마을에

이렇게 알게 모르게 자연이 스며드는 게 참 좋다.

브라반트 여행하던 중 본 블랙스완

모든 사진의 출처는 제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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