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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y 06. 2024

기생충이요?!!!

이런 걸 보게 될 줄이야...  초보 집사는 놀랄 일이 많다...

구조자분께서 주신 다른 업체 사료도 먹이고 샘플로 온 윗단계 사료도 먹여보면서 망고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샀던 사료도 거의 다 먹어가고 있었다. 사료 단계를 고민하다가 조금 값은 나가지만  아직은 베이비용 사료를  먹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습식, 건식  사료를 더 구입해서 먹이고 있었다. 그런데 2~3일 전부터 망고가 유독 습식사료를 먹지 않았고 다행히도 다른 사료를 주면 그나마 잘 먹는 것 같았다.


'이 녀석! 이제 마음이 편해지고 적응하니 편식을 하나?' 싶었고 습식은 좀 더 크면 잘 안 먹는다길래 아직은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건식사료와 섞어서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평상시보단 조금 덜 먹는 것 같았음에도 편식은 안된다며 잘 먹어야 한다고 수시로 망고에게 이야기했다.


혹 건강에 이상이 생겼거나 내가 모르는 고양이의 식습관이 있을 수 있으니 일단 구조자분께도 말씀드렸는데 냥이들은 물은 많이 안 먹어서 습식을 먹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셨지만 며칠 전부턴 건식을  더 먹는 것 같아  일단 추가적으로 물그릇을 하나 더 놔주었다.




집 안에 항상 구급약품이 구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날짜가 오래된 것들이 있어서 버리고 오래간만에 약국에 갔다.


"타이레놀 하나 주시고, 종합감기약도 주세요. 음... 그리고 파스도 하나 살게요."라며 말씀드리는 중에 앞에 놓인 구충제가 보였다.


구충제는 언제 먹어야 하는지 여쭈었더니 회를 자주 먹으면 3개월마다, 아니면 6개월마다 먹으면 된다고 하셨다. 워낙 요즘은 물가가 비싸서 회를 사 먹을 엄두도 내지 않았기도 했지만 그동안 구충제를 거의 챙겨 먹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발리여행을 다녀왔으니 왠지 먹어줘야 할 것 같았다. 중딩 아이 것까지 3개를 구입한 후 당일인 월요일에 먹고 일주일 후 월요일에도 마지막까지 다 먹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또 흘러  월요일 오후...


취직을 했던 남편은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싶은 일을 겪고 새롭게 다시 일을 알아보고 있어서 외출했다가 오후에 집에 와 있었다.  나도 그날은 쉬는 날았지만 일정이 있어 나갔다가 오후에는 집에 있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온 아이는 서둘러 학원에 갔고 망고는 귀리싹을 맛나게 먹고 있었다.


조금 후 앞 날을 걱정하는 부부의 대화가 오가며 망고는 화장실에 갔다.


"멍군아, 이거 뭐지??? 대, 소변이랑은 좀 다른데..."


대, 소변을 바로바로 치워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 주면 좋겠지만 매번 그럴 수 없으면 시간을 두고 치워주는 것이 괜찮다는 영상을 본 후로는 바로 치워주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망고가 화장실에서 컥컥거리고 있어서 남편이 살펴보러 가게 된 것이다. 망고 화장실 청소는 주로 남편이 했기 때문에 내가 뭘 알겠냐만은 그래도  쓰윽~ 다가가  보았다.


"뭐야?! 망고 토한 거야???"


"응! 컥컥거리더니 입에서 나왔나 봐. 바닥에 떨어진 라면 먹었나??"


"라면?? 우리 어제 당면사리 넣는다고 당면 꺼냈을 때 바닥에 떨어진 거 주워 먹은 거 아냐??!!"


망고가 냄새 맡으며 다니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을 수도 있으니 항상 깨끗이 하고 조심한다 했지만 워낙 잽싼  녀석이라 호기심에 먹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모르니 영상으로 찍어두었고 그 사이 이상함을 감지한 남편은 종이컵에 담아 물로 헹궈 가지고 왔다.



아무리 봐도... 당면 같았다.


"망고 주워 먹으니까 이제 진짜 조심해야 한다니까!! 어제 확인했어야지!!"


하필 어제 주말알바를 끝내고 온 내가 힘들어하니 남편이 저녁을 준비했고 괜스레 망고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먹고 토한 것 같게 만든 것 같아 남편을 타박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면은 길었다...


'아! 뱃속에 있어서 구부러졌나?? 고양이도 위액이 나올 텐데 형체가 너무 그대로네...'라며 이상함을 감지하고 더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는데 구부러져있던 끝부분이 펴졌다가... 다시 구부러졌다가... 하며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망고 뱃속에 있어서 면이 불어있어서 움직이나??' 라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쯤 나의 타박을 들었던 남편이


"혹시 기생충 아냐???"


"기생충?? 그게 뭐야?? 영화 기생충??"


"말 같지도 않은 말하지 말고~ 망고가 길고양이었으니 그때 생긴 거 아닐까? 기생충은 유전적인 것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 곤충이든 벌레든 너무 싫어하는 종류라 기생충에 대해 알았을 법도 한데 징그러우니 머릿속에서 지웠을 거고 내 기억에 남은 건 영화 기생충뿐이었다.


"언니(구조자 분)한테 물어볼게!!!"


아무리 고양이라고 해도 토한 것을 보내는 것이 신경이 쓰였지만 아직도 고양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천지인 나는 구조자분께 모래화장실에서  본  장면과 물로 씻은 후 보이는 사진과 영상을 보내드렸다.


다행히도 바로 연락을 주셨는데...

실제로 기생충 처음 본다고... 크아아아악!!!!


그러면서 바로 영상을 찾아 보내주셨는데 지금 내 눈앞 종이컵에 있는 것과 동일한!!

남편의 말대로 기생충이었다... 아흑...ㅠㅠ


큰 일은 아니지만 병원 가라고 하셔서 바로 출동!!!

망고 달래서 이동장에 넣고 기생충이 들은 종이컵도 챙겨서 집 앞 병원으로 갔다.   


아직 아기인데 힘들게 토했을 망고가 걱정되기도 했고 애가 기생충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건데 편식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 것도 미안했다.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께 상황 설명드리고 기생충도 보여드렸다. 기생충의 크기로 봐선  좀  된 것 같고  일단 체크해 보신다며 망고를 데리고 처치실(?)로 들어가셨다.  


"망고 소리인가?? 안에서 계속 낑낑대는데...ㅠㅠ"


처치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다 보니 걱정이 되어 앉아있을 수 없었다. 아이가 아파도 항상 내가 옆에 있었는데 망고는 내가 옆에 있을 수 없는 곳에서 진료를 하니 답답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기다리는 것만 가능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구조자분과 계속 카톡으로 상황설명하며 남편과 기다렸다. 대략 10분 정도였던 것 같은데 체감상은 진짜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았다.


초음파랑, 심장사상충예방?, 기생충 약?을 먹고 망고는 나왔다. 의사 선생님께서 치료 전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셨는데 그땐 망고가 너무 걱정되고 빨리 낫기만을 바라는 마음에 제대로 듣지 못했고 우리도 구충제를 먹으면 좋다하셨는데 때마침 우리가 먹어뒀으니 다행이라고 하셨다.


토 멈추는 주사인가?? 그것을 맞는 것보단 차라리 일단 더 토하게 두는 것이 낫다고 하셔서  주사는 맞지 않고 가루약 3일 치를 받고 집으로 왔고 놀란 망고는 또다시 소파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안쓰러운 마음에 츄르를 주니 조심스레 나와 먹었고 의사 선생님께서 몸무게가  줄거나 잘 안 먹으면 다시 연락 달라하셨기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망고가 너무 안쓰러웠다...

어린 고양이 몸에서 저런 것이 자랐고 나왔다는 것에 충격이기도 했지만 말도 못 하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너무너무 속상하고 안쓰러웠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나오기 전에 의사 선생님께서

"기생충이 몸에 아직 남아있을 수 있어서 또 토할 수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라고 하신 말씀이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라면인가, 당면인가 보려고 뚫어지게 쳐다보았던 종이컵 속의 기생충의 모습이 잊히질 않고 점점 더 선명해져 갔다.


나는 급격히 우울해져 갔고 결국 남편에게 말했다.


"장군아... 나... 망고가 좋긴 한데... 자꾸 기생충이 떠올라... 망고가 무서워..."라고 말하면서 엉엉~ㅜㅜ


남편은 날 토닥이면서

"멍군아~ 그래도 망고도 엄청 힘들었을 거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망고한테 그런 맘 들면 안 돼~ 가서  망고한테 사과해~"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내가 너무 못된 마음이 든 것 같아서 망고를 안아 쓰다듬으며 너 아픈데 엄마가 무서워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그날따라 망고는 내 품에 안겨있었다.


그리고 밤에 내 옆에서 잠을 자다가 형아가 샤워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자 그 앞에서 기다리며 평상시와 똑같은 망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놀란 내 마음과 가족들 마음, 그리고 망고 마음도 진정이 되는 듯했다.


바로 다음 날 저녁 전까지는...


초보집사는 놀랄 일이 넘치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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