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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May 10. 2024

2년째 똑같은 수능 도시락

소고기 뭇국

 몇 년 전 아이의 수능 시험을 앞두고 보온 도시락을 주문했다.

내가 사용할 때 보다 디자인도 예뻐지고 가벼워진 보온 도시락을 보고 흐뭇함도 잠시, 아이의 수능 도시락 메뉴가 고민이었다.

고단백 음식이어야 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 있을 시험 때 졸지 않아야 하기에 헤비 하지 않은 음식으로 해야 했다. 영양가는 높고 위에 부담이 덜 대며 잠이 오지 않을 음식. 

'이런 음식이 있긴 한가?'

어려웠다.


 녹색창에 '수능 도시락 메뉴'를 검색했다.

고단백에 자극적이지 않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여서 인지 소고기 뭇국과 된장국, 계란말이와 불고기가 눈에 많이 띄었다. 다행히 아이가 잘 먹는 음식들이었다. 아이와 상의 끝에 수능 도시락 메뉴로 소고기 뭇국과 계란말이를 하기로 했다.


 혹시 내가 아는 방법 말고 소고기 뭇국을 더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 있나 하고 검색해 보았다. 소고기 뭇국 레시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고기 뭇국을 검색하며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서울식 뭇국과 경상도식 뭇국이 다르다는 거였다.


 수도권에서 떠올리는 소고기뭇국은 맑은 국이지만 타지방의 뭇국 또는 소고깃국은 빨간 국물이라고 한다.

경상도식 소고깃국은 고춧가루를 첨가해 빨갛고 얼큰하게 끓인다고 한다. 경상도식 뭇국은 소고기 없이 무를 채 썰고 육수에 끓인 다음 들깨가루와 파를 넣어 뽀얀 국물을 낸다고 한다.

강원도와 경북 북구에서는 소고기를 넣지 않고 무와 들깨 가루만 이용해 국을 끓이는데 밋밋한 맛이지만 시원하고 구수하다고 한다.

전라도식 뭇국은 무만 듬뿍 채 썰어 넣어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한다.

지방의 뭇국은 소고기 없이 지방마다 특색 있게 끓여 지방마다 다른 맛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가서 뭇국을 먹게 된다면 소고기 뭇국이 아닐 있다는 염두에 둬야겠다.


 수능 전날 저녁 소고기 뭇국을 끓였다.

소고기의 핏물을 빼는 동안 무와 파를 썰었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핏물을 뺀 소고기를 넣어 함께 볶는다. 소고기가 회색으로 변하면 무를 넣어 한 번 더 볶는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물을 넣어 소고기와 무의 깊은 맛이 우러날 때까지 끓인다. 소금과 액젓으로 간을 하고 마지막에 파를 넣는다. 소고기와 무의 깊은 맛이 우러나도록 가스 불을 줄여 끓이는 동안 수능 도시락에 넣을 메모를 썼다. 아이가 긴장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능 당일 아침 쌀을 안치곤 아이를 깨웠다. 아이가 씻고 준비하는 동안 계란을 풀어 계란을 정성껏 말아 계란말이를 했다. 참기름에 김치를 볶아 반찬 통에 담았다.

소고기 뭇국을 한소끔 끓였다. 미리 씻어 둔 보온 도시락 국통에 따뜻한 소고기 뭇국을 넣었다. 맨 아래에 국통을 넣고 밥통을 넣었다. 계란말이와 볶음김치를 넣은 반찬통을 넣은 후 미리 적어 둔 메모를 얹은 후 보온도시락 가방 지퍼를 잠갔다. 수저세트와 물, 따뜻한 커피 그리고 당충전을 위한 초콜릿을 챙겼다.

남편과 함께 수능 시험장까지 데려다주었다. 수능 고사장에 들어가는 아이를 힘껏 안아주었다. 나의 모든 기와 에너지를 전달하려는 듯. 아이는 나를 안심시키려 듯 밝은 표정으로 고사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이는 대학에 합격했다.

한 학기 동안 대학을 잘 다니던 아이는 한 번 더 수능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따로 재수 학원을 다니지 않고 학교를 다니며 준비한 수능이었다. 아이와 나 둘 다 부담 없이 임하기로 했다.

도시락도 부담 없이 첫 수능 때와 같은 메뉴로 하기로 했다. 수능 날 부담 없이 맛있게 먹었던 소고기 뭇국과 계란말이 그리고 볶음 김치를.

수능 재도전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도전하고자 하는 아이의 용기에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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