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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Aug 26. 2019

스코틀랜드도 맥주의 나라였어?!




스코틀랜드 하면 어떤 술이 떠오를까? 백이면 백, 스카치 위스키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스코틀랜드에서는 위스키보다 맥주가 더 많이 소비되고,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부터 맥주가 있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맥주의 나라에서 생산된 맥주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생각나는 것은 최근 하이트진로가 수입하는 브루독이 있다. 브루독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크래프트 브루어리이다. 그밖에 전통적인 브루어리로 한국의 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테넨츠가 있다. 테넨츠는 라거로 유명하지만, 오래전에 마셔 본 테넨츠 라거는 실망 그 자체였다. 그렇게 테넨츠는 내 기억의 셀에서 죽어가는 세포였는데, 그 세포가 다시 꿈틀거렸다. 마트에서 테넨츠 스카치 에일을 본 것이다. 세포가 꿈틀 거린 이유, 그것은 이 맥주가 ‘위 헤비’라는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어서였다.




실링 맥주와 위 헤비  


스코틀랜드의 맥주와 위 헤비에 대해 짚어 보자.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스코틀랜드의 맥주 양조의 역사는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오래전 영국에서는 애일과 비어를 구분하여 불렀다. 홉을 사용한 지금과 같은 맥주를 비어라고 부른 반면, 홉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맥주를 에일이라고 불렀다. 홉을 사용한 맥주가  19세기 말까지 스코틀랜드의 에일 맥주를 대체했지만 홉을 사용하기 이전의 에일은 쓴 맛을 내기 위해 허브초를 사용했다. 이 허브초를 통틀어 그루트Gruit라 불렀다. 아임 그루트!


스코틀랜드의 기후와 토양은 보리가 자라기에 이상적이었지만 홉을 재배하기에는 너무 추웠다. 그루트를 대신해 홉을 사용한 역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스코틀랜드에서 유독 홉의 사용이 늦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기후 때문이었다. 스코틀랜드는 기후 때문에 비교적 따뜻한 온도에서 활동하는 에일 효모도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스코틀랜드의 맥주는 대부분 오래 숙성되었는데, 이 때문에 맛이 부드럽고 몰트의 풍미가 강하며 꽤 드라이하다고 한다(제대로 마셔본 적이 없어 전문가의 의견으로 대신함).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맥주로 위스키 배럴에 숙성한 맥주도 있다. 스코틀랜드의 기후뿐만 아니라, 에든버러의 물도 스코틀랜드의 에일을 영국의 에일과 다르게 만들었다. 스코틀랜드의 남동쪽에 위치한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로 세계 양조 역사에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에든버러는 지리적 단층에 따라 특정 깊이에서는 연수가 나왔는데, 경수로 만든 영국의 페일 에일과는 다른 스카치 에일이 탄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 헤비wee heavy라는 이름은 ‘작고 강하다’라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이 스타일의 맥주를 작은 잔에 담아 파는 데, 도수가 정말로 높았기 때문이다. 보통 도수가 6.5%에서 10% 정도이다. 작은 잔에 담아 파는 이유는 과거 스코틀랜드의 맥주 세금 정책이 높은 알코올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과거 스코틀랜드 맥주를 실링 맥주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실링shilling은 지금은 사라진 옛 영국의 통화이다. 20세기 초반, 맥주의 배럴에 세금을 부과할 때 알코올 도수와 맥주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부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맥주의 도수와 스타일은 곧 맥주의 가격이었다. 예를 들어 가장 낮은 도수의 맥주는 28~36 실링, 그보다 살짝 도수가 높으면 42~48실링, 페일 에일은 54실링이었다. 도수가 높은 엑스포트나 임페리얼 에일은 70~80실링, 스트롱 에일은 90~120실링 정도였는데, 160실링의 맥주도 있었다고 한다. 이때 사람들은 맥주를 부를 때 맥주의 스타일로 부르지 않고 ‘이봐, 90 실링 맥주 좀 줘봐’ 하는 식으로 맥주에 실링을 붙였는데 이것이 관습이 되었고 다른 맥주와 차별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되었다. 위 헤비는 스트롱 에일 중에서도 도수가 높아 일반적인 파인트 잔의 1/3 정도로 팔았다. 위 헤비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마치 가격은 그대로인 척하며 부피가 작아진 우리나라의 과자와 닮았다. 앞으로 위 헤비는 나에게 ‘새우깡 맥주’로 기억될 것 같다.


칼레도니안 브루어리의 실링 맥주


스코틀랜드의 맥주도 다른 유럽의 맥주처럼 중세의 수도원에서 발달하였다. 그러다가 집에서 여성이 자가 양조하는 ‘에일 와이프’의 시대를 거쳐 마을에서 공동으로 양조하는 길드를 만들어 냈고 길드는 점점 상업적인 양조장으로 발전하였다. 스코틀랜드에서 상업 양조가 발달하게 된 계기는 1707년에 발표된 합동법(Act of Union)에 있다. 이때의 합동법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하나의 연방 국가로 만들었는데,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에게 적지 않은 혜택을 제공했다. 그중에는 맥주에 대한 혜택도 있었다. 맥주에 대한 세금을 다른 잉글랜드의 지역보다 낮게 책정했으며, 맥아에 대한 세금은 아예 없앴다. 18세기 동안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등의 스코틀랜드의 도시에는 여러 양조장이 생겨 났는데, 오늘 소개할 테넨츠 맥주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테넨츠 맥주


테넨츠 브루어리의 기원은 15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556년 로버트 테넨트Robert Tennent는 글래스고 지역이 맥주 양조에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능력을 끌어올려 양조장을 만들었다. 테넨트 가문이 대대로 전통적인 양조 방식을 이어 오다 상업적인 양조장으로 시작한 것은 1740년이었다. 바로 합동법이 통과된 후였다. 테넨트의 6대 손인 두 형제 로버트와 휴Hugh가 H&R 테넨트 파트너십을 설립했고, 두 형제가 죽은 후 휴의 아들인 존이 아버지의 발자취를 이어받아 사업을 확장하여 이름을 지금의 웰파크Wellpark 브루어리라 하였다. 테넨츠는 곧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맥주를 수출하면서 크게 성장하였다.


그런데 스카치 에일은 이상하게도 자국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맥주이다. 지난 세기 동안은 벨기에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고 현재에는 미국과 일본의 크래프트 씬에서 위 헤비라는 이름으로 스카치 에일을 만들곤 한다. 과거 벨기에와 스카치 에일의 인연은 스코틀랜드 군인이 벨기에에 주둔하면서 시작하였다. 당시 벨기에에 거주하고 있던 영국의 사업가 존 마틴John Martin이 도수가 높은 스카치 에일을 수입해 향수병에 걸린 군인들에게 판매하였는데  이것이 점점 지역 주민들에게 퍼져 유행한 것이다.


다시 테넨츠 얘기로 돌아와, 테넨츠의 웰파크 브루어리는 현재 아일랜드의 알코올음료 기업인 C&C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C&C 그룹은 2009년 AB InBev에서 웰파크 브루어리와 테넨츠 맥주를 인수하였다(AB InBev는 도대체 어디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일까). 테넨츠 맥주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리거인데(열심히 에일에 대해서 떠들었는데 라거라니),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라거(약 60%)이기도 하고,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병맥주였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마신 테넨츠 스카치 에일에 대한 감상은 이렇다. 이 맥주의 스타일은 위 헤비다. 알코올 도수는 무려 9%. 외관은 앰버 색, 향은 희미하게 느껴진다. 풍미는 몰티한데 기대만큼의 몰티함은 아니다. 그보다 알코올의 풍미가 오래 지속되는데, 흡사 소주를 조금 과하게 섞은 소맥 같다. 이 맥주를 마시기 전에 BJCP의 스타일 가이드를 유심히 읽어 봤다. 풍부한 몰티함에 상당한 캐러멜의 풍미를 지녔을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맥주로 위 헤비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대신 이 맥주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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