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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18. 2024

입덧으로 죽어가던 아내 살려낸 전주 <장터해장국>




전주 송천동 농수산물시장 앞에 자리잡은 채 32년째 성업 중인 장터해장국은 우리 가족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맛집이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도 좋을 법한 음식점이라고나 할까.


27~8년 전 아내가 임신했을 때, 지독하디 지독했던 입덧으로부터 아내와 두 딸을 구해줬기 때문이다. 당시 아내는 물조차 제대로 넘기지 못할 만큼 심한 입덧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이것저것 먹고 싶다는 온갖 것들을 다 사다 날라봤지만 별무소용이었다.


그러던 중 임신 전에 아내가 예의 장터해장국에서 콩나물국밥을 맛나게 먹었던 게 기억나 혹시나 싶어 한 번 사다줘봤다. 그랬더니, 그랬더니 정말 기적적으로 입덧을 하지 않은 채 달고 맛나게 잘 먹는 거였다.




그때 정말 얼마나 기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쌍둥이씩이나 임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뭘 통 먹지를 못해 배도 잘 나오지 않는 아내를 보며 이러다 애들까지 세트로 영양실조 걸리는 거 아닌가 걱정을 했었는데, 덕분에 크게 한 시름을 덜게 된 거다.


그로 인해 나는 그 무렵 큰 냄비 하나를 챙겨들고는 이 집 콩나물국밥을 사다 나르느라 곡예운전 아닌 곡예운전을 하곤 했더랬다. 포장판매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던 데다가 밀폐용기도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다 보니 큰 냄비를 이용해 음식을 사다 나르는 수밖에 없어서였다.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도로 노면상태가 안 좋은 구간이 나오거나 과속방지턱이라도 만나게 되면 냄비뚜껑을 뚫고 나올 듯 출렁거리는 국밥 국물 때문에 가슴까지 졸여가며 7~8km나 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를 조심조심 달려가야 했더랬다.




그때부터 장터해장국은 우리 식구 모두의 찐단골이 됐다. 뱃 속에서부터 이 집 콩나물국밥을 먹고 자란 까닭인지 딸들 역시 어려서부터 어른 못지않게 국밥을 잘 먹었고, 임신 전부터도 단골이었던 데다가 입덧을 낫게 해준 고마운 맛집이기도 한 터라 아내와 나 역시 그 뒤로도 꾸준히 이곳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전에는 콩나물국밥을 선호했었지만, 언젠가부터 아내는 선지국밥 혹은 뼈다귀탕을, 나는 육개장을 주메뉴로 바꾸게 됐다는 거다. 담백하면서도 진한 콩나물국밥 맛도 일품이긴 하지만, 전날 얼큰하게 술 한 잔 한 뒤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콩나물국밥보다는 얼큰하고 기름기 도는 국물이 더 땡겼던 거다.


장터해장국 국밥들은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30년 넘는 내공으로 잘 우려낸 덕분에 국물맛이 진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게 특징인데, 여기에 취향껏 후춧가루나 쫑쫑 썬 청양고추를 때려넣은 뒤 후루룩후루룩 들이키면 이마와 머리카락 위로 땀이 쫙 솟아나면서 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1994년부터 30넘게 전주 송천동 농수산물시장 한 편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중인데, 가성비에 민감하고 입맛도 까다로운 시장 상인들이 꾸준히 단골로 드나들고 있을 만큼 나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건 안 비밀이다.


장터해장국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다. 아무래도 새벽 일찍 장사를 시작하는 시장 상인들이 주고객이다 보니 이른 아침 시간부터 문을 여는 전략을 선택한 듯하다. 주차장도 10여 대 이상 주차가 가능할 만큼 비교적 넉넉한 편이고, 인근에 시장 공영주차장도 있어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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