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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11. 2024

고양이는 대장놀이를 하지 않는다.



고양이에게도 서열이 있을까 
photo by Unsplash


몇 년 전, 지인분이 하는 

고양이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다.


13마리의 고양이들이

좁은 공간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살고 있었다.


'독립적이고 영역동물인

고양이에게 이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들이 싸우지는 않아요?"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지인께 물었다.

그러자 지인은 아이들의 관계도가 그려진

한쪽 벽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죠"


나는 13마리의 관계도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 건 

서열 1위 까망이서열 2위 노랭이였다.


스트릿 출신 까망이는 

특유의 날것 그대로의 야성미가 넘쳤다.


서열 2위 노랭이는 

사자처럼 풍성한 가슴털이 눈에 띄였다. 


나는 서열 1,2위가 한 번 싸우는 걸 목격했는데

당연지사 2위가 1위 자리를 넘보는 싸움이었다.


서열 1위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끝내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고양이도 사람과 똑같이 

권력싸움을 하는구나'


서열 1위의 진정한 의미
photo by Unsplash


나는 지인께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서열 1위와 2위가 바뀌는 경우도 있나요?"


지인은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다.

"당연하죠. 그때는 피바람이 불어요." 


어째서일까? 리더가 바뀌는 것뿐인데.

서열 1위로 오른 후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힘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걸까?


"고양이 세계에서 서열 1위는 

무슨 의미 같으세요?" 


지인이 다시 나에게 물었다. 


"글쎼요.. 그냥 힘이 젤 쏀 고양이가 서열 1위를 하는 거 아닌가요?"


지인은 역시 그럴 것 같았다는 듯이 재빨리 나에 말을 가로챘다.


"역시! 근데 그건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해예요." 


"그럼 뭐죠? (누가 봐도 서로 힘겨루기 하는 거 같은데)" 


"까망이가 서열 1위인 건 힘이 가장 쎄서가 아니라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에요.
까망이는 반장 같은 스타일이고, 노랭이는 대장 같은 스타일이거든요.
고양이들은 노랭이를 서열1위로 인정하지 않아요."


대장과 반장의 차이
photo by Unsplash


까망이는 아무리 스트릿출신이라지만 

암컷이고 나이도 더 많아서 가끔 노랭이한테

힘에서 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힘에 의해 노랭이가

서열 1위를 차지하게 되는 순간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고 한다.


힘에 의한 서열이 나뉘게 되면

순식간에 지배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힘의 원리로 노랭이가 자신보다

더 약한 고양이를 괴롭히고

그러면 그 고양이는 그 밑에 있는

더 약한 고양이를 괴롭힌다.




지인은 나에게 말을 덧붙였다.


"그들에게 서열 1위가 있는 이유는 

무질서를 방지하기 위한

반장역할이 있는 것뿐이죠"


나는 지인에게 물었다.

"그럼 까망이는 어떤 서열 1위인 거죠?"


"싸움을 중재하는 중립자의 역할을 하죠.

반장이 있으면 아이들은 규칙을 어기지 않아요."




고양이의 서열싸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주도권 싸움이 아니라

질서를 위한 역할분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길고양이 우두머리에게

흔히 '골목대장'이라 이름을 붙여주지만

고양이는 대장놀이를 하지 않는다.


고양이의 대장놀이는 

인간시선에 바라본 

해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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