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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현 Feb 25. 2022

영국 직장 선택 시 고려할 점

선택받지 못하던 입장에서 선택해야 하는 입장으로

“면접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현 님이 저희 팀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되어 최종 합격을 안내드립니다.”


장장 세 달간의 백수 생활 끝에 첫 오퍼를 받은 지 이틀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른 회사에서 두 번째 오퍼를 받게 된 것이다. 첫 합격의 기쁨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바로 다음 오퍼를 받게 되다니 이게 웬 겹경사인가. 지금껏 탈락 소식만 연달아 듣다가 이렇게 합격 소식을 연달아 들으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그렇게 48시간 안에 선택받지 못하던 입장에서 선택해야 하는 입장으로 180도 상황이 뒤집혔다.




영국 직장 선택 시 고려할 점

앞으로 다니게 될 직장을 선택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여러 옵션 중 한 회사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각 오퍼를 비교하는 테이블을 만들어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요소를 테이블 형태로 나열해 보면, 각 오퍼의 장단점이 한눈에 보여서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때까지 여러 면접 단계에서 얻은 정보와 오퍼 레터(Offer Letter)에 나와 있는 연봉 및 복지 정보를 합치면 꽤 유용한 비교 테이블을 완성할 수 있다.

오퍼 비교 테이블


기본 정보

회사에 대한 기본 정보와 연봉 및 기타 복지 정보를 적어본다.   

프로덕트: 각 회사에서 만드는 프로덕트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더불어 내가 생각할 때 이 프로덕트가 얼마나 전망 있어 보이는지 적어보자.

회사 규모 (직원수), 팀 구성: 회사 전체 직원수는 몇 명인지 찾아보고, 내가 일하게 될 팀에는 몇 명의 팀원이 있으며 어떤 직군들이 함께 협업하는지 확인해두자.

연봉, 보너스, 스톡 옵션: 연봉뿐 아니라 보너스와 스톡 옵션 같은 추가 보상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사무실 위치: 사무실 위치는 시내와 가까운지, 집에서 출퇴근하기 좋은 위치인지 미리 알아보자.

휴가 개수: 회사마다 제공하는 연차 개수가 조금씩 다르며, 생일 휴가나 연말 휴가 등 추가 연차를 주기도 한다.

건강 보험 제공 범위: 대부분의 회사에서 건강 보험이 제공되는데, 보험으로 커버되는 범위는 다 제각각이므로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다.

교육 예산: 보통 팀 단위 또는 개인 단위로 교육 예산이 잡혀 있는데, 이 예산이 얼마인지에 따라 회사에서 교육을 얼마나 지원하는지 알 수 있다.

기타 복지: 이외에도 무료 점심 제공, 운동 비용 제공 등 크고 작은 복지가 있다.


기술 스택

각 회사에서 어떤 기술 스택을 사용하는지 적어보고, 내가 배우고 싶은 기술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파악해본다.


총평

위 정보를 모두 종합해 각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본다. 어느 한쪽에 눈에 띄는 장점이 있는지, 내가 타협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진 않은지 살펴보면 최종 판단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오퍼 비교 테이블에 담기지 않는 차이

둘 중 어느 회사에 갈까?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었다. 그간 고생해서 얻어낸 소중한 기회인 만큼 신중하게 고민해서 잘 선택하고 싶었다. 그런데 꼼꼼히 오퍼 비교 테이블을 작성하고, 여러 정보를 총합해서 장단점을 나열했는데도 최종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두 회사 모두 비슷한 연봉과 복지를 제시했고, 업무는 각각 다른 이유로 양쪽 다 흥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오퍼 비교 테이블을 이렇게 상세하게 적고 나서도 선택하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퍼 비교 테이블에 적는 내용은 대체로 객관적인 정보다. 그러나 쉽게 숫자로 정의할 수 없는 주관적인 느낌이 있는데, 바로 사람에 대한 인상이다. 지원자는 서류 통과에서 최종 오퍼까지 여러 단계의 면접을 보면서 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여기서 만나는 면접관은 이미 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원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잠재적 동료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주는 인상은 지원자의 최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때로는 이 주관적인 느낌이 어떠한 객관적인 정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면접 경험에 기반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오퍼 비교 테이블에 담긴 정보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면접 경험 면에서는 두드러진 차이가 있었다. 면접에서 본 A사의 팀원들은 약간 어둡고 까다로워 보였던 반면, B사의 팀원들은 모두 친절하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내가 마지막에 B사에  끌렸던 이유는  인상 때문이었다. 고작  시간밖에  되는 면접에서 겪은 느낌으로  얼마나   있겠냐마는,   시간도  되는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다면 온종일 함께 일할  즐거울  없다고 생각했다.


면접은 단방향이 아닌 양방향 평가 과정이다. 면접관만 일방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지원자도 면접 경험에 기반해 회사를 평가한다. 아무리 회사의 조건이 좋다고 해도 면접관이 하나같이 무례하다면 누가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겠는가? 면접관이 주는 인상은 회사 전체에 대한 인식을 좌우하기 때문에, 회사는 훌륭한 연봉과 복지뿐 아니라 좋은 면접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긴 고민 끝에 결국 B사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채용 담당자의 메일 내용처럼 내가 정말 이 팀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오퍼를 수락하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냐는 채용 담당자의 질문에 바로 다음 주부터 일하겠다고 답했다. 지긋지긋한 백수 생활에서 벗어나 하루라도 일찍 출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렇게 회사에 가고 싶어질 줄은 몰랐는데, 그저 지겹기만 했던 출근이 이토록 기다려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런던에 온 지 세 달 만에 채용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드디어 나도 여기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서 영국 기업 문화는 어떤 느낌일지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동료들끼리 격식 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자유로운 문화? 말단 직원도 편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수평적인 문화? 개인의 역량 개발을 존중해주는 발전적인 문화? 이 모든 게 그저 환상 속의 이야기인지 실제 영국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지 직접 확인할 날이 머지않았다.


월요병 정도는 가볍게 날려 버릴 특급 설렘에 출근 전날은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잠 못 드는 밤 내 방 침대에 누워 다짐했다. 영국에서 일하는 것도 일상이 되면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따분해지겠지만, 지금의 감격스러운 기분을, 그리고 이걸 얻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을 절대 잊지 않으리라고. 내 런던 생활의 새로운 챕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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