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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송이 Apr 02. 2024

2014년생에게 배운 적 있나요?

저는 아주 중요한 걸 배웠어요.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홀로 빈 교실에 앉아 글쓰기 과제를 확인했다. 생활기록부 입력으로 바쁘디 바쁜 학기말이지만 시간을 내어 본다. 때 묻지 않아 반짝이는 문장과 생각을 읽고 있자면 마음속에서 귀여움이 차오르기에 내가 참 좋아하는 시간이다.





제목은 <메리 크리스마스 풍선>


크리스마스에 가족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열거해 뒀다. 삼촌은 풍선, 아빠는 장난감, 할머니는 옷… 그리고 엄마와 할아버지께서는 따로 물건을 선물하진 않으셨나 보다. 그럼 보통 ‘에잇! 엄마랑 할아버지는 선물 안 줬어!'라고 생각할 텐데 이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와 할아버지께서도 선물을 주셨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렇게.




엄마는 사랑을 주었다.
그리고 웃음도 주었다.

할아버지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코끝이 찡했다.



12월이면 뜨거운 감자가 되는 ‘연말 선물 추천’ 키워드가 무색해지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얼마나 비싼 호텔에 가고 얼마나 그럴싸한 선물을 주고받았으며, 누가 누가 멋들어진 하루를 보냈는지 경쟁하듯 과시하는 어른들이 낯부끄러워지는 것이었다.








물론 선물은 마음을 표하는 멋진 방법 중 하나다. 피땀 흘려 번 소중하고 또 소중한 돈을 지불할 정도로 당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일 테니. 상대가 무얼 좋아하고 필요로 할지 고민하며 열심히 골랐을 테니.


그러나 그것에서 그칠 일이다.


서로서로 비교하며 ‘쟤는 얼마짜리를 받았는데 난 얼마짜리 선물을 받았네’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그칠 일이다.


그 사람이 내게 웃음과 사랑을 주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그보다 소중하고 충만한 선물은 없을 테니.








앞으로도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아 길잡이가 되어줄 어린이의 지혜였다. 2014년에 태어난 어린이에게서 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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