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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May 14. 2024

중국의 쓰레기 분리수거 문화

분리수거하는 거 맞죠?

중국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처음에 중국에 왔을 때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방식은 그냥 모든 쓰레기를 한데 모아서 각자의 층에 놓인 큰 드럼통에 버리는 거였다. 처음 집주인과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 한국에서 분리수거가 생활화된 내 입장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까지 모두 합쳐서 버린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서 집주인에게 한국의 분리수거 이야기를 해주자, "우리는 그냥 다 한 번에 버려요."라며 자신 있게 이야기해 주었다.


각 아파트 층에 큰 드럼통 같은 갈색 쓰레기통이 있고, 거기에 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을 한데 모아 버리면,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그 뒤처리를 하시는 것 같았다. 가끔 계단으로 지나가면, 청소 아주머니가 큰 대형 쓰레기봉투를 수거해서 옮기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이사를 온 후에도 쓰레기 문화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냥 외부의 큰 쓰레기통에 모든 쓰레기를 모아 버리면 완벽하게 나의 할 일은 끝이 났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단지에 분리수거를 하라는 공고문이 붙고, 집집마다 단지에서 쓰레기통을 나누어 주는 일이 발생했다.


쓰레기 분리 관리 책임자가 규정을 위반할 경우, 3천 위안 이상 3만 위안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쓰여있다.

분리수거 시작과 게시된 공고문, Photo by Mollie

이건 뭐지? 왜 쓰레기통을 주는 거지?


드디어 중국도 분리수거를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다양한 형태의 집이 있는 곳이다. 아파트 같은 빌딩은 건물 앞에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있어서 그곳에 버리고, 주택들은 각자의 집 앞에 관리소에서 나누어준 개별적인 쓰레기통과 필요시 자신이 추가로 구입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린다.

단지에서 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쓰레기통, Photo by Mollie

하지만, 쓰레기차에 실리는 쓰레기들을 보면, 마치 무늬만 분리수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나도 목격하고, 학교에 오고 가는 아들도 본 적이 많아서, 우리끼리, "분리수거하면 뭐 해, 어차피 합쳐서 버리는데?" 이러면서도, 그래도 양심껏 쓰레기를 버리자며,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한국보다는 아주 관대한 쓰레기 분리수거라서, 간단하다.

음식물 / 재활용 / 일반쓰레기 / (유해쓰레기: 없는 곳도 있음) 이렇게 3-4종류로 분리된다.

결국 재활용 통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폐유리, 고철, 플라스틱, 옷, 휴지, 종이, 골판지 상자, 폐전자제품 등이 다 한 통에 들어간다. 음식물 쓰레기통에는 남은 음식과 밥, 채소, 과일 껍질, 생선뼈와 가시, 찻잎 찌꺼기, 동물 내장, 양념, 유통기한이 지 난 식품이 합쳐진다. 일반 쓰레기통에는 화장지, 음료수 컵, 식품 봉지, 폐테이프, 테이크 아웃 도시락, 도자기 조각 등의 나머지 모든 쓰레기를 넣는다.


그래서 귀국하는 엄마들은 한국 갈 때 다시 적응 안 되는 매의 눈의 분리수거를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도 올여름에 한국 갔을 때, 주말에 집 비운 동생네 부부를 위해서 오랜만에 제대로 분리수거를 했다가, 새삼 잊고 있던 한국의 분리수거를 제대로 체험하고 왔다.


별다른 분리수거 없이 보통 집 앞에 바로 쓰레기를 내놓고, 전기차를 타고 청소부 아저씨들이 일일이 수거를 해가니,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길가에 낙엽도 열심히 쓸어 담아서 단지를 깨끗하게 만들어 주신다.

단지 청소부 아저씨는 열일 중, Photo by Mollie
청소부 아저씨 열일 중, Photo by Mollie

강아지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아서 길 가다가 혹은 산책하다가, 지뢰 피하듯 피할 때도 많은데, 그래도 문명인은 이래야 한다며, 배설물 봉투도 준비되어 있다.

애완 동물 배설물 처리용 봉투, Photo by Mollie


비좁은 쓰레기통이 넘쳐나서 그냥 집 앞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이 보이는 집들도 간혹 있다. 아저씨들은 매일 밤낮으로 열심히 치우고, 우리 단지는 한국처럼 분리수거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매일 아무 때나 쓰레기를 버릴 수 있어서 그 점은 너무 편하다.

쓰레기통이 부족해보이는 주택 앞의 모습들, Photo by Mollie

쌓인 눈도 치워서 트럭에 쌓아주고, 오늘도 청소부 아저씨들은 열일 중이시다. 항상 느끼는 게 굉장히 친절하고, 쓰레기를 드리면, 엄청 고마워하며 谢谢(감사합니다.)를 연발하시며 고개를 숙인다. 온갖 쓰레기를 전달해 주는 내가 다 무안할 정도로.

옆에서 열심히 삽으로 눈을 푸고 계셨다. Photo by Mo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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