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조음 Mar 12. 2024

이혼 두 번 할까 두려워 재혼 못하겠어요

"어때? 괜찮아 보이지? 울 아자씨가 내 생일이라고 루비세트로 백화점에서 맞춰줬어. 보석은 화려해야 예쁜 것 같아. 호호."


파라솔이 펼쳐진 허름한 가게 앞에서 동네 아줌마 여남은 명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늘 어느 모임이든 함께 다니며 금슬 좋기로 소문난, 60대 A부부는 금슬만큼이나 한번 싸움을 벌였다 하면 욕설과 폭력(직접적인 폭력보다는 물건을 집어던지는 유형)이 난무하여 작은 시골 동네에서 유명한 부부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재혼한 부부인데, 양쪽 자식들이 부모의 재혼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어버이날이나 생신, 명절날에도 자식들과  한 자리에 모이는 법이 없다. 오롯이 두 부부만 행복하면 될 터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틀이 멀다 하고 싸움질을 하고 그 다음 날에는 싸움이 무색하게 서로 팔짱을 낀 채로  외식과 쇼핑을 다. 그러하다 보니 동네 사람들도

 A부부가 싸움질을 하던 쇼핑을 하던  아예 상종을 하지 으려는 눈치이다.

그렇사네,  못 사네, 15년가량  부부 관계를 유지하다가 얼마 결별을 했다.

결별을 했어도 동네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던 남자는 곧바로 옮길 수가 없다 보니 여자를 볼 수밖에 없는데, 여자가 남자 주위를 맴도는 낌새이다.


"울 아자씨 오늘 트럭 들어왔어?"


"밥은 어디에서 먹었는지 알아?"


 "진작에 헤어졌어야 하는데 이혼 두 번 하기 싫어서 참고 살았더니  재혼 안 한 만 못하게 됐네. 자식들이 말렸을 때 안 했어야 하는데ᆢ."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말투이지만 남자가 사업을 한답시고 여자 명의로  대출과 보증을 세워두는 바람에 갚아야 할 돈만 수억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남자는 다른 여자와 또 살림을 차렸다는 말이 들려왔다. 동네에서 부녀회장까지 하면서 나름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혼을 두 번 하면서 두문불출,  다른 아줌마들과도 섞이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다. 기가 완전히 죽었다. 사람들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함께 이웃으로 살아온 세월이 있다 보니 누구 편을 들기가 애매한  입장이다.


재혼부부는 이제 흔하다. 더 이상 흉도  아니다. 사별한 부부도 많다. 예전엔

여자가 이혼을 하면 팔자가 사납다 하고,

사별을 하면 신랑 잡아먹었다 하고

노처녀로 혼자 살면 시집도 못 가는 못난이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난 뒤 얼마 못 가 파경을 맞이했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부부가 백년가약을 약속했지만 어디 사람 일이 뜻대로 다 되겠는가?

피치 못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혼하게 었다면 두 번째  재혼은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두 번씩이나 이혼했다는 주위의 달갑지 않은 시선 때문에 곪고 곪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속앓이 하는 재혼 부부를 많이 보았다. 그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얼마 전 신혼 이혼을 하고 혼자 갓난아기를 키우며 사는 아주 참한 새댁이 있다. 요양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혼자 애 데리고 사는 안쓰러워 넌지시 새로운 짝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그녀는 살포시 웃으며

 "이혼 두 번 할까 두려워 재혼 못하겠어요.

그냥 내 힘으로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정서에서 이혼 한 번은 일상이지만 두세 번은  시선이 곱지 않다.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다.

 오죽하면 이혼을 두 번이나 할까마는 이혼 두 번 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을 한다.


" 재혼 안 하고 혼자 사는 게 제일 속이 편한 것 같아요."


삶에 정답은 없다. 혼자는 외롭다. 등짝에 파스를 붙여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여자들은 남편 흉을 보는 게 다반사이다. 이 꼴 저 꼴 안 보고 혼자 사는 여자를 엄청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다 어디 반찬 가게를 들르면

"당신, 고들빼기김치 좋아하지? 들고 갈 테니 집에서  함께 밥 먹어요."

이렇게 사는 인생이다. 남편 흉을  봤다가도 금세 남편 좋아하는 찬거리를 사들고 가는 모습이 참다운 부부의 모습이다.


그래서 食口 아니던가. 함께 밥을 먹는 사람. 너무나 흔한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참으로 귀하고 따스한 말이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부러우면서도 슬프게 들리는 말이기도 하다. 집안에서 밥을 먹자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사람은 그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합한 재혼이  불행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다정히 손 잡고 인생의 꽃길을 걸어가는 소박한 꿈들이 이루어 지기를 기원한다.





이전 08화 봄날의 편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