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하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괜한 반항심이 들고 왜 사는지 모르겠고 공부는 왜 하는지 모르겠고 나는 누구인지 모르겠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심리상태를 고등학생이라면 다들 한 번씩 겪어 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사고의 과정과 더불어 2차 성징이 오는 시기를 사춘기라고 하죠. 그럼 대학에 와서는 사춘기가 없을까요?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가면 모든 고민이 끝이 나고 앞으로 착착 나아갈 수 있을까요? 대학생활에 대한 솔직한 예고편, 저는 대학생의 또 한 번의 사춘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물론 대학에 오면 행복합니다. 수험공부에서도 벗어나고, 점수 1,2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던 지옥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을 접할 수 있고, 여행도 다닐 수 있고, 연애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오랜 대학 준비기간을 통해 ‘해야 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체화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오면 ‘해야 하는 것’ 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사실상 없습니다. 수업에 빠져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공부도 해야 한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해야 하고, 취업 준비도 열심히 해야 하고, 그리고 심지어는 그것에 압박을 받습니다. 그런데 과연 대학에 와서 고등학교 때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앞길이 보장될까요? 저는 감히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학에 오면 ‘해야 하는 것’ 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즉, ‘정해진 길’이 없다는 뜻입니다. 수험생활은 확실히 정해진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반항하지 않고 열심히 따라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죠. 하지만 대학생활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많은 대학생들은 또 한 번의 ‘사춘기’를 겪습니다. 자신이 대학생이라면 마땅히 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했던 것들이 다 무슨 의미인지, 그것이 과연 내 앞길에 도움을 주는 일들이었는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이 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에는 대학에 와서도 정해진 길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기업에 취직이 되었고, 그렇게 열심히 살다가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2세를 낳고 하는 일이 정해진 길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 세대는 더 이상 그런 정해진 길로 가는 세대가 아닙니다. 갈 수도 없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좋은 기업에 가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 이후의 삶은 더더욱 여러 가지 길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그래 왔기 때문에 그 관성으로, 혹은 부모님의 압박으로, 혹은 주변 친구들의 압박으로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학점에 스트레스를 받고 취업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다가 결국은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 전에 한 번은 다시 한번 사춘기를 맞습니다. 똑같습니다. 나는 왜 사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연 내 적성에 맞는 일인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과연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든 것에 회의가 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성공한 대학생활과의 괴리감도 느끼며 자신의 앞날이 깜깜해지기 시작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라고 얘기했던 대학에서 왜 대학생들은 방황을 할까요. 그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사회가 원하는 내 모습과 남들이 원하는 내 모습만을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에는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을 기꺼이 변화시키려는 노력’입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입니다.
먼저 ‘용기’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용기입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고민해보고 실제로 경험을 해봐야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 지 그리고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소중한 대학시절을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큰 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상관없습니다. 예를 들어 동아리의 경우, 정말 천차만별의 여러 동아리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동아리를 하든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를 찾고, 그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찾을 수 있다면 됩니다. 그 동아리가 명성이 높은 동아리인지, 규모가 큰 동아리인지, 스펙에 도움이 되는지, 남들이 알아주는 동아리인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변이나 남들과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쫓는 것에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기꺼이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무엇이든지 자신의 경험으로 내재화해서 그것을 자신을 성찰하고 변화시키는 것에 사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나와 정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은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하거나 멀리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그 사람을 보고 그 사람과 대비해서 자신을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들과 혼란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노력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여러 경험을 통해 변해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대학생활의 사춘기는 이전에는 찾지 못했던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뜻깊은 시기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과,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면서 한 차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춘기를 ‘벗어났다’고 느낄 때 즈음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눈앞에 저절로 보일 것입니다. 이제 대학에 진학하려는 분들, 혹은 대학에 진학해 방황하는 분들 모두 학점, 스펙, 취업에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일에 더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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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 솔직한 예고편 : 사춘기, 끝난 것 같지?] - 링크 (본 칼럼)
[대학생활 솔직한 예고편 : 대학교 가면 공부 안할까?] - 링크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